올해는 비 때문에 차질을 빚은 일이 두 번이다. 지난 8월 10일, 기록적인 수도권의 물난리가 있던 날 호캉스를 하자며 예약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큰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예약을 6주 뒤로 미루었다가 드디어 세 모녀가 초가을에 접어들어 서울 곳곳을 돌아보며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성수기에 날자를 미루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8월보다는 가을이 된 날자로 미룬 게 잘된 것 같다. 빛은 따가웠지만 그래도 날씨가 맑고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두 번째는 경주, 포항이 물난리를 겪던 날이다. 9월 3,4일 경주여행은 가족 전체가 다 나서는 일인데 태풍이 예보돼 있어서 고민 끝에 결국 취소를 하고 말았다. 그것 역시 전전날 예약 취소를 했으니 환불이 안 되고 미루는 것도 시간이 안 맞아 숙박비 몇 십만 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그렇더라도 태풍을 피했던 것이 참 잘한 일이었다.
모녀의 서울 나들이는 경복궁 일대와 인사동 등 근처를 돌아도 하루에 20킬로를 걸은듯했다. 점심을 먹고, 종묘, 인사동을 지나 서촌, 수경동 계곡,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을 먹고는 다시 경복궁 안에서 아름다운 고궁의 야경까지 봤다. 날씨가 더웠던 탓에 갈증이 많이 났던 세모녀는 숙소로 들어가기 전 로비 아래 바에서 달콤한 칵테일로 갈증을 해소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이튿날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미술관에서 모네 인사이드 전시회를 봤다. 처음으로 경험한 특별한 전시회였다. " 찰나의 빛에 영원을 담다"라는 주제로 빛의 작가 모네의 명작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음악과함께 감상하는 미디어아트 전시였다. 그림이 공간 전체를 메울 때는 명작 속에 그림의 일부처럼 있었고 모네의 인상이란 그림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파도가 치는 바다로 공간을 채울 때는 파도 속에서 출렁이는 묘한 체험을 한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모네의 연인인 카미유가 꽃밭 속에 있는 그림이 공간 전체를 꽃밭으로 펼쳐졌을 때는 그녀와 함께 꽃밭에 있기도 했다.
덕수궁 돌담길 넓은 공간에서는
버스킹이 열리고 투명한 하늘과 잘 어울리는 바이올린 선율의 고음이 하늘에 닿으면 하늘이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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