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연분홍색 연달래라고 부르던 산철쭉에 대해서 계절의 여왕이 오월이 쓴 왕관 같다고 썼는데 올해는 산철쭉이 오월이 되기도 전에 다 져버렸다. 물론 높은 산에는 아직 피지도 않은 곳이 있겠지만 동네 주변 야산에는 일찍 피고 일찍 저버려서 꽃에 대한 계절 인식을 달리해야 할 정도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마등산길을 5개의 봉우리를 다 거치면서 11킬로를 걸었다. 완만하고 나지막한 산길은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길이다. 좁다란 오솔길을 초록색으로 하늘을 가린 솔밭길을 걸으면 꽃들은 지고 잎들이 연두에서 짙은 초록색으로 변했고 아직 벌레들이 시식도 하지 않은 보드라운 잎들이 윤기 나게 싱그럽다. 산에 살던 숲 속 식구들이 정체성을 감추고 깊이 잠들었던 초목들이 일제히 깨어나 저마다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