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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마등산

몇 년 전만 해도 연분홍색 연달래라고 부르던 산철쭉에 대해서 계절의 여왕이 오월이 쓴 왕관 같다고 썼는데 올해는 산철쭉이 오월이 되기도 전에 다 져버렸다. 물론 높은 산에는 아직 피지도 않은 곳이 있겠지만 동네 주변 야산에는 일찍 피고 일찍 저버려서 꽃에 대한 계절 인식을 달리해야 할 정도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마등산길을 5개의 봉우리를 다 거치면서 11킬로를 걸었다. 완만하고 나지막한 산길은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길이다. 좁다란 오솔길을 초록색으로 하늘을 가린 솔밭길을 걸으면 꽃들은 지고 잎들이 연두에서 짙은 초록색으로 변했고 아직 벌레들이 시식도 하지 않은 보드라운 잎들이 윤기 나게 싱그럽다. 산에 살던 숲 속 식구들이 정체성을 감추고 깊이 잠들었던 초목들이 일제히 깨어나 저마다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고..

등산 2023.04.26

공원의 봄축제

서울대공원과 올림픽공원서울대공원 내 동물원둘레길이다. 바깥 굵은 빨간 선이 산림욕장길 7킬로미터이고, 안쪽 가느다란 빨간 선이 동물원둘레길 4.5킬로다. 놀며 쉬며 걸으면 약 두 시간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여서 꽃길을 걷고 담소를 나누기에 멋진 길이다.떨어져서 피는 꽃. 시들은 꽃, 이제 곧 지고 말 이쁜 것들을 좀 더 이쁜 모습 보고 싶어 물에 띄운 모습.천지가 새로 개벽을 해도 봄이 계절의 여왕자리는 굳건할 것 같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허공엔 먼지 한 톨 없이 맑은 찬지간에 내가 있고 내 안에는 푸르름으로 가득 들어찼다. 내 안에 들어찬 찬란한 봄과 푸르름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가득한 날이다.개별꽃서울대공원 둘레길에 산벚꽃은 키가 나무커서 목을 꺾고 올려다봐야 하늘을 가린 꽃을 볼 ..

living note 2023.04.20

분내

친정아버지 생각하면 분내가 난다. 그 향기 얼마나 진했길래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진하게 남아 봄마다 그리워도 볼 수 없었던 그 꽃 분내. 어느 날 아버지 지게에는 분꽃나무 가지가 따라왔었지. 나뭇가지 하나가 풍겨주던 분꽃 여운이 이리도 오래도록 남아 그리움 끝에 장승처럼 서 계시는 친정아버지가 세상 끝 저 멀리에서 꿈결처럼 이끌었나 우연히 분내에 이끌린 그곳에서 분꽃나무 무더기를 보았네. 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같은 향기에 스며들어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고 꽃을 어루만지며 아버지 향을 맡고 있었네. 세상 끝 별이 되신 아버지와 마주 보는 염화미소 같은 이 행복함이여.꽃은 또 지고 분내만 남겨지겠지 떠나가는 연인처럼.

living note 2023.04.12

얼레지 만나러 간다.

앙상하고 새까맣던 나무를 볼 때는 다시는 초록잎을 달지 않을 것 같았다. 꽃도 다시는 피워낼 것 같지 않던 나무들이 어떤 힘으로 까만 몸에서 저토록 화사한 꽃 진달래를 낳았을까. 인위적으론 불가능할 아름다운 색채에 감동하는 하루하루의 화사함이 검은 밤 속에 묻히는 시간도 아깝다. 오늘은 노루귀 다음으로 꼭 봐야 하는 얼레지를 만나러 간다.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덤으로 보는 진달래가 마음부터 분홍색으로 채색이 되게한다. 하루가 다르게 무채색 바탕에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봄의 손길이 경이롭다. 대지의 모성인지 자연의 모성인지 모를 위대한 무위자연의 현상을 인간의 마음으론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데 어느새 초록이 짙은 귀룽나무가 작은 꽃망울을 열심히 키우며 초록빛 나뭇잎을 다 뒤덮을 정도로..

등산 2023.04.03

북한산 봄꽃

생명가진 것들은 다 "나 살아있다"라고 외치듯 꽃과 잎을 피워내는 봄은 참 활기찬 계절이다. 봄은 너무 짧아서 마치 봄을 상영하는 영화 한 편 보듯이 필름이 쭉 돌고나 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봄은 마음도 몸도 괜히 바쁘다. 집에 있는 날도 마음은 밖을 배회하며 안정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몸에도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책을 붙들고 있지만 책장이 제자리를 맴돌며 넘어가지 않는다. 삼월 중순에 솜털 보송보송한 분홍색 노루귀를 보고 청노루귀가 보고 싶어 북한산으로 갔는데 길가에 지천으로 피던 그 많던 노루귀가 왜 다 없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길가에 있는 장소 때문인지 누가 캐갔는지 자연적으로 죽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겨우 몇 포기만 보고 왔다. 그러나 애써 찾아간 게 헛 걸음은 아니었다. 청..

등산 2023.03.30

여의도 둘레길

물이 있는 곳에서 봄색이 먼저 짙어질 것 같아 걷고 싶은 길을 여의도 길로 정했지만 가는 길이 만만찮다. 출근시간을 피하려고 약속시간을 늦게 잡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9호선 급행을 타야 하는 노선이라면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그 북적임이 싫지 않는 것은 일터로 가는 인파가 그만큼 많다는 좋은 징조로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든다. 여의도 샛강역에서 출발해서 둘레가 8킬로인 여의도를 다 걷고도 공원에서 놀다가 봄물을 온몸에 흠뻑 적시고 돌아왔다. 여의도가 어떤 모양으로 섬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 궁금해서 무척 돌아보고 싶었는데 이름 그대로 샛강이 졸졸 흐르고 가느다란 개천에 한강 물줄기가 막힘이 없이 한바뀌 돌아서 다시 한강으로 나가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여의도란 지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living note 2023.03.20

보미양, 노루귀

어디에 가면 만나는지 알고 가는 길은 설레임이다. 그때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봄이 갓 낳은 아가 같은 노루귀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너무도 여리고 작은 앙증맞은 꽃대 앞에서 오늘도 나는 굴복한다.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 무릎 꿇는 건 못난 짓이지만 무수한 목숨을 끌어안고 혹한에 맞서며 그 많은 목숨 지켜낸 대지와 여린 목숨 앞에 한없이 몸을 낮추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굴복할 줄 아는 것은 대지에 기대어 사는 나 또한 같은 생명으로써 감사를 표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대지의 모성이 온기를 느끼자마자 땅 위로 가장 먼저 밀어 올린 여린 목숨이 노루귀다. 노루귀를 만나야 비로소 봄이 왔음을 인식하게 되고 새봄을 맞이하는 어떤 의식 같은 것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이즘에는 연중행사처럼 노루귀를 찾아 나..

야생화 2023.03.17

이른봄 야생화

노루귀를 보려는 일념으로 메마른 산길을 가는데 언뜻 보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것, 꽃인 듯 아닌 듯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이 색상조차 드러나지 않게 작은 것이 올괴불이다. 이 꽃도 참 일찍 나온다. 이 꽃은 작으면서 색이 곱지 않아 무심히 보면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면 놀라울 만큼 이쁘다. 그래서 자꾸만 여러 모습으로 찍게 되는 재미를 준다. 사소롱고에서노란 올괴불,세체다에서수리사,2024.4.19올괴불요렇게 작은 꽃이 올괴불 꽃이다. 진달래도 피었고 제비꽃 현호색아, 이거 개암나무꽃, 올해 처음으로 꽃 피운다는 걸 알았고 처음 보았다.산수유마로니에꽃,낱낱이 떨어진 꽃잎이 이렇게 이쁜데 이것이 한 송이에 붙어 있을 때는 나무도 높고 이쁘게 보이지 않았다.생강나무꽃개암나무꽃, 너무 작아서..

야생화 2023.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