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하고 새까맣던 나무를 볼 때는 다시는 초록잎을 달지 않을 것 같았다. 꽃도 다시는 피워낼 것 같지 않던 나무들이 어떤 힘으로 까만 몸에서 저토록 화사한 꽃 진달래를 낳았을까. 인위적으론 불가능할 아름다운 색채에 감동하는 하루하루의 화사함이 검은 밤 속에 묻히는 시간도 아깝다.
오늘은 노루귀 다음으로 꼭 봐야 하는 얼레지를 만나러 간다.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덤으로 보는 진달래가 마음부터 분홍색으로 채색이 되게한다.
하루가 다르게 무채색 바탕에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봄의 손길이 경이롭다. 대지의 모성인지 자연의 모성인지 모를 위대한 무위자연의 현상을 인간의 마음으론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데 어느새 초록이 짙은 귀룽나무가 작은 꽃망울을 열심히 키우며 초록빛 나뭇잎을 다 뒤덮을 정도로 하얀 나무로 변신을 하기 위해 몸매를 더욱 멋지게 다듬으며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있다.
얼레지가 있는 그곳에 갔더니 약간 시기가 일러서 다 피지 않았고 일부가 갓 피어나 잎을 아직 말아 올리지 못한 채 꽃잎을 길쭉하게 펴고 있었다. 꽃사진을 찍을 때는 그 순간에 온마음을 집중하면서 담아내는 그 순간이 행복이다.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해도 꽃 한 송이를 들어다 보면서 모든 걸 다 잊고 여러 각도로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 좋아서 해마다 꽃을 찾아 나선다.
이쁜 것들이 부끄럼까지 있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만 보고 있으니 고개를 들게 할 수도 없어 있는 그대로 얼굴 한 번 보려면 내가 숙이고 내 몸을 구부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쁜 것을 이쁘게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러면 어떠냐. 볼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다.
남한산성 지하문에서 걷기를 시작해서 검단산길로 오른다.
말발도리
으름덩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