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가진 것들은 다 "나 살아있다"라고 외치듯 꽃과 잎을 피워내는 봄은 참 활기찬 계절이다.
봄은 너무 짧아서 마치 봄을 상영하는 영화 한 편 보듯이 필름이 쭉 돌고나 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봄은 마음도 몸도 괜히 바쁘다. 집에 있는 날도 마음은 밖을 배회하며 안정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몸에도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책을 붙들고 있지만 책장이 제자리를 맴돌며 넘어가지 않는다.
삼월 중순에 솜털 보송보송한 분홍색 노루귀를 보고 청노루귀가 보고 싶어 북한산으로 갔는데 길가에 지천으로 피던 그 많던 노루귀가 왜 다 없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길가에 있는 장소 때문인지 누가 캐갔는지 자연적으로 죽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겨우 몇 포기만 보고 왔다. 그러나 애써 찾아간 게 헛 걸음은 아니었다.
청노루귀를 많이 보지 못한 채 실망하고 산길을 가는데 흙빛 속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보라색이 있어 얼레지가 있네 하면서 곁으로 갔더니 너무도 놀랐다. 다름 아닌 마무데서나 볼 수 없는 특별한 처녀치마였기 때문이다. 일행들은 너무 좋아서 행운을 맞은 듯 기뻐했다.
중성문에서...
고목인 귀룽나무
처녀치마, 북한산에서 만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많았던 일이다. 긴 치마폭을 드리우고 피어 있는 너무 이쁜 꽃이다.
미선나무꽃
청노루귀, 겨우 이것만 제대로 싱싱하게 피어 있었지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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