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단양여행(귀촌)

반야화 2022. 4. 16. 17:43

믿지 않았다. 그녀가 농부가 된다는 것을......

현실은 모든 개념을 초월한다더니 이제껏 내가 생각했던 평소 그녀의 모습에서 풍기던 이미지를 마음 한구석에 밀쳐놓고 그녀의 삶을 깊이 존중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시골로 이주를 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내가 했던 말은, 노는 땅에다가 꽃이나 볼 수 있게 도라지 씨를 뿌리든지 코스모스씨를 뿌려놓고 즐기라 했다. 그 말을 한 후로도 농기구를 샀다느니 트럭을 샀다고 할 때도, 장화를 신고 시골 아낙네의 차림세의 사진을 보고도 인정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여행 삼아 찾아간 그녀의 보금자리는 너무 아름다운 풋내기 농부의 터전이 맞았다.

 

오랜만에 버스와 기차를 타고 친구들(여행 메이트)과 단양으로 여행을 갔다. 행정구역은 단양이지만 제천과 단양의 중간쯤이라고 하는데 조금만 차로 이동하면 강원도와 경상도 북부까지도 연결이 되는 볼거리 많은 곳을 넘나드는 곳을 차지하고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며놓고 있었다. 도착하니 주인장께서 마중을 나와주셨고 먼저 가까운 곳에 있는 의림지를 둘러보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사진에서 유명세를 탄 보발제에서 잠시 사진과 같은 풍경도 감상하고 뱀 허리 같은 길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아직도 생생한 벚꽃길도 달리고 신나게 드라이브가 끝나는 곳에 온달동굴과 사극 촬영지를 둘러보니 꿀맛을 가미할 시장기가 드는 시간이 되었다.

 

음식보다 맛있는 풍경으로 먼저 마음을 채우고 속을 채우기 위해 간 곳은 단양의 특산물인 마늘을 이용해 여러 가지 반찬과 밥솥에까지 들어간 마늘 특선 점심을 대접받았다. 푸짐하고 오감을 충족할만한 상차림에, 대접이란 이런 거다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점심을 감사하게 먹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볼거리는 너무 많았다. 좋은 때를 만났으니 꽃띠를 허리에 메고 한끝을 풀면서 종착지를 향해가면서 마을 근처 습지공원에서도 우리의 동심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허리에 메고 달렸던 꽃띠를 풀어놓은 듯한 공원길은 하얗게 꽃비가 내려 있는데 누군가 지각 없이 꽃길에 기칫길 같은 바퀴 자국을 남겼지만 그 모양을 오히려 철길 같다며 너무 즐겁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한 때를 만끽하고 어둑어둑 산그늘이 내려앉은 해 질 녘에 그녀의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집 밖은 아껴두었다가 날이 밝으면 보기로 하고 우선 안을 살폈더니 그녀의 심상에 딱 맞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오랫동안 아껴왔던 오브제 컬랙션을 보는 듯한 놀라움에다가 공간이 넓은데도 꽉 채워져 있는 개인사 박물관 같은 내부를 감상하고 시작된 수다는 자정을 넘기고도 부족해서 유흥거리까지 준비된 집 한편 공간에 마련된 노래방에서 듣는 귀를 무시하고 자유로운 노래를 부른 것도 다른데선 있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하루가 검어질 때까지 놀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아껴두었던 밖을 보러 나갔더니 더없이 맑은 날씨가 주위 모든 것을 비추듯이 좋았다. 집은 밭 한가운데 있으면서 밭보다 돋우어져 있어서 한 번 빙 둘러보면 모든 작물들이 주인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위치에서 교감을 하는 것 같았고 한 발 내려서면 지난해 콩밭이었던 곳은 사과나무를 심은 과수원으로 변해 있었다. 집 앞 뒤를 아무도 막아서지 않아서 사방에서 밀려드는 햇빛 부자였고 무엇이든 되어줄 준비를 하고 있는 질 좋은 흙은 씨앗만 뿌려만 달라고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직도 채울 곳이 너무 많아 넉넉한 공간을 아름답게 채워갈 부부를 위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면서 여행을 마친다.

 

덧붙이자면 지난해 잡초와 친구 하면서 자란 그 귀한 유기농 콩을 얻어왔다. 잡초 속에서 콩을 골라내기도 어려웠을 초보 농부의 결실을 보고 깜짝 놀랐고 굵기가 균일하고 윤기 나는 콩이 신기하기도 했다. 일하는 손과 노는 손은 결실이 다르다는 걸 보고 노는 손이 부끄러웠다.

새로

 

 

 

 

 

 

아침상도 이쁘게 차려냈다.

 

 

 

 

 

 

국립 단양 치유의 숲이로.......

 

 

 

 

 

여기서부터는 청풍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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