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만나는 봄이지만 해마다
새로워서 새봄인가 보다.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긴 터널을 지나는 듯 어둡고 지루했다. 긴긴 터널 끝 소실점의 작은 불빛 하나 같은 봄
내발길은 흙빛 캔버스를 고이 밟으며 살아있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봄이 그려놓은 꽃을 만지며 자세히 들여다보다 긴긴 추위를 어떻게 지냈느냐고 인사도 나눈다. 꽃들은 연약한 이파리를 살랑이며 그냥 잠들었노라 꽃눈 뜨고 화답한다.
내가 그린 그림, 복수초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공작도 흉내 내고
산수유도 그려보고 재미있다.
무채색 겨울을 물리치고
유채색을 담고 싶었다.
생동감을 싣고 싶었다.
나무에 생명이 넘치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나도 봄이 되고 싶어 봄을 그린다.
꽃들도 흙 밖으로 나와 빛나는 세상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관심받고 싶고 나비를 만나 열매 맺고 싶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무엇인가로부터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설렘이 되어
새봄 안으로 느리게 음미하며 걸어 들어갈 것이다.
봄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남에서 출발해 북에 닿는 시간이 봄이다.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여행(귀촌) (0) | 2022.04.16 |
---|---|
처음 느낌 (0) | 2022.03.14 |
입춘입니다. (0) | 2022.02.04 |
기흥호수의 빙상설원 (0) | 2022.01.18 |
기다리는 마음 (0) | 202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