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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포항 내연산

가을도 저물어가고 한 해도 저물어가고 덩달아 나도 저문다. 저물어가면서 저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변화하는 4계절의 묘미를 알기 때문이다. 봄 따라나선 발걸음이 늦가을 만추에 낙엽을 밟고 나서야 저물어 가는 것을 안다. 그렇게 한 해를 또 살아냈어. 어디가서 1박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던 내가 집안 볼일도 볼 겸 3박 4일을 아래쪽으로 돌아왔다. 대구로 출발해서 아래로 가는 길에 그냥 돌아오기 아까운 거리라는 생각에 포항 내연산과 경주 남산의 가을을 보고 안동으로 가서 친정에 들렀다가 돌아왔는데 거기는 아직 가을빛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내연산은 계곡이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과연 소문데로 길고 깊은 골짜기가 12 폭포를 거느리고 있다니, 다 보지는 못했지만 하산하면서 내려다보는 몇몇 폭포는 깎아..

등산 2012.11.16

설악산 대청봉

참 뜻있는 여행을 마치고 나니까 감회가 새롭다. 상상만으로도 불가능한 설악산 대청봉 1700m, 큰딸 부부와 시댁 어른 내외분을 모시고 친정엄마인 나와 함께 대청봉 산행을 했다. 딸은 평소 산행할 시간도 없는 완전 초보이고 시부모님은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지만 근래에 거의 산행을 안 하신 것 같고 그런 팀으로 구성된 두 가족이 산행을 하기로 하고 기다리는 순간 아무리 생각해도 목표 설정이 너무 무모한 것 같았다. 그러나 불가능하겠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면 되겠지 하고 집을 나섰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두 가족이 모여서 출발했는데 단풍객은 밑으로 내려갔는지 도로는 한 산하 고주 위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고 그렇게 질주해서 한계령 휴게소에 다다르니 시간이 절묘하게도 막 일출이 시작되는 ..

등산 2012.11.11

고와서 눈물겨운 임진년의 만추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도, 단풍이 고운 가을도 봐야 할 때를 놓치고 살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이 뭐 그렇게 대단할 게 있느냐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보냈던 지난날들의 애환이임잔년 가을 한 푹에 푹 젖어 들어 눈물겹도록 고운 산천이다. 너무 좋은 걸 혼자 봐야 할 때는 그리움에 눈물이 난다. 작년 이맘 때도 이 길을 혼자 갔는데 그리도 고웁더니 올해도 그해 가을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처럼 같은 풍경이어서 너무 좋았다. 그 고운 단풍길에서 언뜻 보아도 70대 후반에서 80대 정도는 되어 보이는 노년의 친구분들이 천진한 동심으로 가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사진도 찍어 드리고 한 장면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다. "뭐에 쓰게?" "카페 같은데 올리게?" 하신다 ."네" 하니까 웃으시면서 허락하신다. 이분들에겐 해마다..

등산 2012.10.29

화왕산 억새와 절경

변화가 필요한 나에게 준 가을 선물, 계절은 고해 같은 세상에 아름다운 가을을 펼쳐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고해에서 1프로의 행복을 누린다면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겸손에서 의도하지 않아도 사치를 부리게 만든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어 그동안에 가슴을 꽉 메우고 있던 아픔을 언제까지나 끌어안 고살 수는 없어 새로운 것을 가운데로 채우면 아픔은 절로 밀려 나오리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과 우포늪까지 볼 수 있는 창녕으로 정했다. 이맘 때 꼭 한 번 보고 싶은 은빛 파도를 생각하면서 이왕이면 보고 싶은 지인도 볼 겸 떠난 산행이었는데 사전 답사 없이 떠나는 여행은 때를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 억새는 소문이 무색..

등산 2012.10.17

오봉에서 자운봉까지

송추유원지에서 출발 여성봉,오봉,자운봉,도봉산역으로 하산. 밤새 깊은 잠을 자고나서 거실로 나왔을 때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보면 왠지 예감좋은 하루인 듯기분좋은 출발을 하게된다. 오늘도 그런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계획도 없이 무작정 산에 가야겠다고집을 나섰다.그냥 있으면 하루가 아까울 것 같았다. 혼자 나서는 산행길은 행선지를 정하는데가고싶은 곳이 너무 많아 정하기가 더 어렵다. 욕심이지.그 욕심을 다 접고 송추에서 여성봉을 스쳐지나오봉으로 가는길인데 그 길이 참 좋다. 양쪽으로 솔밭이 이어지고 좁다란 오솔길이 한가로이사색하기에 아주 좋은길이다. 그런 송림 사이로 오봉이 보이는데 마치 오봉밑에 조명이 설치된것처럼오봉에 집중적으로 빛이 쏟아지고 있어서 바위틈에 꽃같은 빨간 단풍까지 다 드러내 보여 준다...

등산 2012.10.12

2012년 한가위 달빛풍경

누가 그대를 함부로 죽은 별이라 하겠는가 만인의 가슴에 살아 있는 저리도 충만한 빛과 마음껏 우러러도 눈멀지 않은 순하디 순한 그대를!! 오늘은 무수한 눈빛을 끌어들여 지상으로되 뿌려주는 듯하네. 아무도 그대 고운 얼글에 발자국 남기지 말아라 옥토끼도 계수나무도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비밀이 되어라 그것 하나 간절히 빌어본다네

living note 2012.10.01

괴산댐(산막이 옛길)

어쩌면 내 자유가 펼치는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평일을 택해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아름다운 산수가 잘 어우러진 명소인 괴산댐 산막이길을 다녀왔다. 연일 가뭄 때문에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데 물 찾아간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물 댈 전답 한 평 없어도 내 마음밭도 물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꾀 알려진 곳 치고는 평일이라 붐비지도 않았고 물도 맑고 가뭄에 비하면 물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만수위의 호수를 본 적이 없어서 그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이날 큰 배를 건조해서 진수식을 하기로 예정된 날인데 물이 부족해서 미루었다는 걸 보면 물이 많지 않다는 것 같았다. 괴산 터미널에서 10킬로정도 떨어진 곳이라 그리 멀게 생각되지도 않았고 산책하기에 ..

등산 2012.06.28

선과 악은 함께 있는 것

이 그림은 네덜란드 유명한 판화작가 '에셔'의 작품으로 수학적 개념으로 유한과 무한을 하나의 그린 속에 담은 작품입니다.세계적인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의 작품.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에 인용된 그림입니다. 이 책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도록 전환시키는 상황과 시스템의 영향력을 연구하기 위해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의 전말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의 실체를 통해서인간 본성에 관한 진실과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작품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에덴동산의 아딤과 이브 사탄과 애덤즈 애플 뭐 그런 이야기 정도로만 알았는데 에덴동산에서 아담을 꼬드긴 사탄의이름이 '루시퍼'라는 걸 알았습니다. 루시퍼가 원래는 천사였다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타락한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지옥으..

living note 2012.06.12

회향의 일화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 이때가 되면 저에게는 이번엔 어느 절로 가볼까 하고 근처에 절이 많아서 골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은 진관사로 향하고 이말산을 넘고 들레길을 걸어 진관사에서 예불을 드리고 오니 3시간이 걸렸습니다. 오가는 길에서 찔레꽃 향기도 맡고 오월 끝자락의 향취를 느끼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밤에도 점등식이 보고 싶어 딸을 데리고 다시 진관사로 가서 공연도 끝까지 보고 왔습니다. 공연이라 해봐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든 팀이 신도들로 구성되어 있고 외부에서 불러들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쁨이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문득 언젠가 스님께 들은 회향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너무나 재미있고 귀에 쏙 들어오는 법문이라 아직도 생생히 기..

living note 201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