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화왕산 억새와 절경

반야화 2012. 10. 17. 16:29

변화가 필요한 나에게 준 가을 선물, 계절은 고해 같은 세상에 아름다운 가을을 펼쳐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고해에서 1프로의 행복을 누린다면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겸손에서 의도하지 않아도 사치를 부리게 만든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어 그동안에 가슴을 꽉 메우고 있던 아픔을 언제까지나 끌어안 고살 수는 없어 새로운 것을 가운데로 채우면 아픔은 절로 밀려 나오리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과 우포늪까지 볼 수 있는 창녕으로 정했다. 이맘 때 꼭 한 번 보고 싶은 은빛 파도를  생각하면서 이왕이면 보고 싶은 지인도 볼 겸 떠난 산행이었는데 사전 답사 없이 떠나는 여행은 때를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 억새는 소문이 무색하고 그보다는 화왕산의 절경이 더 좋아서 실망은 없었지만 눈으로 보는 산세를 내 것으로 가져오는 과정에 그만 카메라를 바위에 똘어뜨려 대신 화소가 낮은 구형 핸드폰에 담으려니 색상도 회색이 첨가된 듯 약간 우중충해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풍경을 담아올 수 있는 것만으로 도감 사한 마음이다.

 

우포늪과 화왕산을 보고 하산해서 감의 나라 같은 청도를 거쳐 가는데 들머리부터 감으로 시작해서 감으로 끝나는 풍경이 마치 감나무 과수원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청도 하면 젊은 날의 추억이 있기도 한 곳인데 어느새 35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운문사를 들렸다. 그때 경내를 다 덮을 듯이 가지를 뻗어있던 그 크고 넓은 소나무가 아직도 건재해서 반가웠고 고즈 녘 한 담장 너머로 보이는 단풍이 담장에 걸어놓은 수채화 같았다. 한 가지 색만 있으면 단조로울 풍경인데 3 원색의 조화로움에 탄성을 지르며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우연한 행운으로 명화를 감상한 것 같았다. 젊은 날에는 산도 절도 관심사가 아니어서 운문산이 운문사를 품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번에 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운문산의 금계 포란 같은 곳에 운문사가 들어차 있어서 그 절터에 구도의 여승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이렇듯 명산은 명찰을 거느리고 있다는 걸 알고 보니 다음번엔 운문산을 오르고 싶다는 마음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 나오는데 빛을 한껏 받고 있는 단풍이 너무 고와서 단풍도 꽃이 구 나하는 생각으로 단풍 속에서 몸도 마음도 가을로 채색이 되었으니 이제는 아픔이 밀려 나오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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