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고와서 눈물겨운 임진년의 만추

반야화 2012. 10. 29. 10:55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도, 단풍이 고운 가을도 봐야 할 때를 놓치고 살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이 뭐 그렇게 대단할 게 있느냐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보냈던 지난날들의 애환이 임진년 가을 한 푹에 푹 젖어들어 눈물겹도록 고운 산천이다. 너무 좋은 걸 혼자 봐야 할 때는 그리움에 눈물이 난다. 작년 이맘 때도 이 길을 혼자 갔는데 그리도 고웁더니 올해도 그해 가을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처럼 같은 풍경이어서 너무 좋았다. 그 고운 단풍길에서 언뜻 보아도 70대 후반에서 80대 정도는 되어 보이는 노년의 친구분들이 천진한 동심으로 가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사진도 찍어 드리고 한 장면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다.
  "뭐에 쓰게?"
 "카페 같은데 올리게?" 하신다.
 ."네"
하니까 웃으시면서 허락하신다. 이분들에겐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이 다시 볼 수 없는 가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새 잃어버린 친구도 많았으리라. 이제 몇 안 남은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오색 융단 같은 단풍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일까!
 
지난주에 딸하고 이 길을 갈 때는 마른 잎이 하나도 없고 투명한 단풍이 너무 좋았는데 즐겨 찍은 사진들을 그만 홀랑 날려버리고 너무나 허탈하여 한동안 멍하게 원망스러운 컴퓨터만 쳐다보다가 다시 그 길을 걸어서 잃어버린 것에 더 보태어 사진을 찾은셈이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왔는지 계곡에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한 여름 장마철 같은 많은 물이 흘러넘쳐서 길에까지 물이 흘렀다. 그동안 숫한 단풍놀이를 갔지만 가을에 이만큼 많은 물을 보는 건 처음이다. 하루 사이에 단풍과 계곡물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담았으니 잃어버린 것이 오늘 이길로 들어서게 한 산행인데 한 폭의 명화 속에서 가도 가도 그림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가을의 속박이었다. 7시간의 행보를 끝내고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에 겨우 명화의 틀 속에서 벗어나 조용히 되짚어보며 글로 옮긴다.
 

 

노년의 우정

       봉암사 코스 대피소 가는 길

           폭포와 단풍

 

 

 

            인수봉과 백운대

 

 

 

 

                성곽 위에 올려진 칼바위

 

 

 

 

 

 

 

 

 

              북한산 진입로의 가로수

           집까지 걸어오면서 뒤돌아 본 북한산 의상봉

               진관동 공원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남산,포항 내연산  (1) 2012.11.16
설악산 대청봉  (0) 2012.11.11
우포늪  (1) 2012.10.19
화왕산 억새와 절경  (0) 2012.10.17
오봉에서 자운봉까지  (0) 201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