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저물어가고
한 해도 저물어가고
덩달아 나도 저문다.
저물어가면서 저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변화하는 4계절의 묘미를 알기 때문이다. 봄 따라나선 발걸음이 늦가을 만추에 낙엽을 밟고 나서야 저물어 가는 것을 안다. 그렇게 한 해를 또 살아냈어.
어디가서 1박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던 내가 집안 볼일도 볼 겸 3박 4일을 아래쪽으로 돌아왔다. 대구로 출발해서 아래로 가는 길에 그냥 돌아오기 아까운 거리라는 생각에 포항 내연산과 경주 남산의 가을을 보고 안동으로 가서 친정에 들렀다가 돌아왔는데 거기는 아직 가을빛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내연산은 계곡이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과연 소문데로 길고 깊은 골짜기가 12 폭포를 거느리고 있다니, 다 보지는 못했지만 하산하면서 내려다보는 몇몇 폭포는 깎아지른 절벽 과기 암 괴석이 장관이었다. 가을도 좋지만 봄이면 진달래도 많을 것 같고 여름에 그 깊은 계곡에 12 폭포를 다 채운 물줄기를 상상하면 어떤 그림인지 금방 그려지는 한국화의 명승지라고 할만했다.
그 좋은 풍경을 볼 때는 너무 좋았지만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날은 추워지고 일은 많고 도움은 못되고 나만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미안하고 오빠 내외가 너무 안쓰럽게 생각된다. 어떻게 해면 그 무거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그러나 안 보면 금방 잊히겠지 부디 몸 건강하기를..........
내연산 일주문
보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