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인자한 소나무

반야화 2013. 1. 31. 16:27

따스한 온기가 있다면 언 땅도 언, 마음도 녹지 않고는 배길 수 없네요. 그동안 맨흙을 볼 수 없을만큼 오랫동안 눈에 덮여있던 산에 며칠간의 온기로 다 녹았습니다.움추려 있기만 했던 사람까지 밖으로 불러내는 포근한 덤같은 날을 모른 채 할 수 없어 야산 공원에 올랐더니 언 땅이 녹아 마치 얼개미로 친 흙에 갈잎을 버무려 만들어 놓은 새길처럼 아주 부드러워 무거운 발걸음을 다 흡수해주는 것 같았어요.

 

한참 오르다 보면 짤막한 깔닥고개가 나오고 구간이 끝나는 딱 그 지점에 인자한 소나무 한 그루가 빈약한 등허리를 내주며 쉬었다 가라는 듯 힘겹게 서 있습니다. 잘 생겨서 쓰다듬고 가는 것도 아니고 아름드리여서 기대어 보는 것도 아닌 빈약한 소나무가 적재적소에 굽은 허리를 내어 주지만 함부로 걸터앉기엔 너무 인자한 나무여서 잠시 앉아 호흡만 가다듬고 감사합니다 하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삶에도 한 번쯤 찾아오는 깔딱 고개를 넘을 때 누군가가 쉬게 하고 손 잡아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하루 참 따스한 산책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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