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진도군 조도면(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반야화 2013. 5. 1. 14:32

코스: A코스 어류포항, 산행 마을, 손가락 바위, 돈대봉, 투스타 바위, 읍구마을, 유토 마을, 기원탑, 신금산, 하조대 등대, 어류포항

잠든 도시를 탈출, 5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여명에 닿은 곳이 진도 땅. 진돗개와 진도 아리랑만 알 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어둠 속을 달려가다 보니 어떤 곳을 경유해 왔는지 알 길이 없는 중에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드문드문 다니는 배를 한참이나 기다려서 8시 30분 배를 타고 44분 정도 걸려서 조도 어류포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돌아보는 주위는 어디서 무엇을 보러 왔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 평범한 어촌이었다. 첫 코스 들머리 산행 마을을 지나 손가락 바위에 올라서는 순간 나지막이 펼쳐놓은 해상 풍경에 처음으로 우리가 왜 이곳을 찾았는지를 가늠케 하는 조도의 첫인상을 손가락 바위가 저것을 보라며 가르쳐주는 듯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행지는 물을 안고 돌면서 산길을 걷는 풍경이다. 요산요수를 즐기는 것이지. 조도의 산행코스는 높지는 않지만 해상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하기엔 충분했고 산봉우리에서 내려다보는 살아 있는 삶의 조감도가, 그 듬성듬성한 밀도가 빽빽한 도심의 공해에 푹푹 찌든 심신을 다 희석시켜 주는 듯했다.

 

위로 솟은 높이가 보이는 만큼이면 산의 뿌리는 또 얼마나 깊게 바다 밑에 박혀 있을까! 섬들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돌면서 보는 모습은 같은 모양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풍경이 마치 섬이 바다를 떠다니는 부섬 같기도 하고 어느 한국화의 대가가 대형 화선지를 펼쳐놓고 남도를 그리려고 큰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화선지로 옮겨가는 중에 뚝뚝 떨어뜨린 먹물 자국 같은 것이 점점이 섬이 된 것 같은 연상작용의 느낌을 받았다.

 

산 위에서 보는 섬들이 모두 뚝뚝 떨어져 있는데도 용케도 이어진 능선이 있는 산행코스가 있어 더욱 사랑받는 섬인 것 같았다 그곳에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도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면 한눈에 바라볼 수 없는 그림인데, 작당한 높이의 산봉우리와 몇 개의 닮은 암봉과 긴 능선을 따라 내 작은 족적으로 길쭉한 원을 그리면서 돌고 도는 과정이 마치 무릉도원을 헤매는 듯했지만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순간 꿈은 깨어나고 평범한 어촌 현실의 삶이 그리 넉넉지 않아 보여서 외지에서 찾아드는 여행객이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진도의 특산물 몇 가지를 사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돌아오면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신금산 하산길의 동백나무 군락과 다래 넝쿨의 엉그렁 덩그렁 공생하면서 만들어놓은 정글 같은 숲길, 그곳을 지나는 동안 너무 좋았고 땀에 젖은 지친 몸을 마치 무더위를 못 견디던 날 냉장고 문을 열고 머리를 디밀어 냉기를 흡입하던 철없던 시절이 생각날 만큼 알싸한 공기와 곱게 떨어진 동백꽃 송이를 차마 밟지 못해 발길을 조심했던 오늘의 마지막 코스가 마음의 건강을 위한 비타민 같은 곳이어서 난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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