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설악산 대청봉

반야화 2012. 11. 11. 15:33

참 뜻있는 여행을 마치고 나니까 감회가 새롭다. 상상만으로도 불가능한 설악산 대청봉 1700m, 큰딸 부부와 시댁 어른 내외분을 모시고 친정엄마인 나와 함께 대청봉 산행을 했다. 딸은 평소 산행할 시간도 없는 완전 초보이고 시부모님은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지만 근래에 거의 산행을 안 하신 것 같고 그런 팀으로 구성된 두 가족이 산행을 하기로 하고 기다리는 순간 아무리 생각해도 목표 설정이 너무 무모한 것 같았다. 그러나 불가능하겠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면 되겠지 하고 집을 나섰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두 가족이 모여서 출발했는데 단풍객은 밑으로 내려갔는지 도로는 한 산하 고주 위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고 그렇게 질주해서 한계령 휴게소에 다다르니 시간이 절묘하게도 막 일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일출을 보는 건 계획에도 없었는데 동해바다 구름 속에서 바다가 해산을 하듯 붉은 선혈과 함께 불덩이를 탄생시키고 있었고  우리는 시간적으로 딱 맞게 그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온 가족이 너무 좋아했다. 그렇게 태양이 완전히 솟구치자 온 세상이 갓 태어난 태양의 지배하에 밝게 빛나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바람도 없는 아주 좋은 가을 날씨여서 한결 즐거웠는데 오색에서 오르는 코스는 갈림길도 없고 질러가는 길도 없는 가파르고 먼 길을 오르느라 초보 딸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1700m 정상까지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설악산의 장대한 모습은 수고로운 고통을 한 순간에 날려 주었다. 다행히 춥지 않아서 대청봉에서 점심을 먹고 인증숏 촬영을 마치고 하산하는데 너무 느려서 가파른 돌계단쯤에서 날은 어두워지고 다리가 풀려버린 딸을 데리고 내려오는 길이 힘들어서 온 가족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해는 벌써 지고 어두웠지만 두 가족이 무사히 하산해서 너무 감사했다.

 

사람 사이에는 마음의 거리란 게 분명 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가장 멀 수도 있는 어려운 관계지만 자식을 나누어 가진두 집안이 달리 생각하면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어른은 너무 좋고 설레어서 전날 밤잠을 설치셨다는 말까지 하셨고 이틀 동안 참으로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두 개의 숙소에서 합류해서 맥주로 피로를 푼 다음에 각자의 숙소로 돌아와 숙면을 취한 다음 이튿날 바닷가에서 회도 먹고 산책을 하면서 즐겁게 보냈는데 그 행복한 대가의 후유증은 며칠을 힘들게 했다.

 

한계령 휴게소 일출 

대청봉 가는 길에 있는 나무들은 다 반석 위에서 살아가는데 이유가 뭘까? 양반, 귀족, 건방짐?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까 잔뿌리들이 옆로 뻗은 게 아니라 직각으로 뿌리를 내려 서양분을 빨아들이고 몸체를 지탱하는 것 같이 보였지만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바위에도 분명 생명이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의 광물질이 있기에 생명이 자랄 수 있는 게 어닐까 싶다. 참 시기하게도 한 그루가 아니라 많다는 게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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