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 자유가 펼치는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평일을 택해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아름다운 산수가 잘 어우러진 명소인 괴산댐 산막이길을 다녀왔다. 연일 가뭄 때문에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데 물 찾아간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물 댈 전답 한 평 없어도 내 마음밭도 물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꾀 알려진 곳 치고는 평일이라 붐비지도 않았고 물도 맑고 가뭄에 비하면 물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만수위의 호수를 본 적이 없어서 그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이날 큰 배를 건조해서 진수식을 하기로 예정된 날인데 물이 부족해서 미루었다는 걸 보면 물이 많지 않다는 것 같았다.
괴산 터미널에서 10킬로정도 떨어진 곳이라 그리 멀게 생각되지도 않았고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호수의 물을 안고 돌 수 있도록 옛길을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로 잘 정비가 되어 있었는데 전부를 걷는 것도 좋지만 유람선을 타고 싶어서 반은 배로. 반은 숲길을 걸으면서 심중까지 푸른 물결로 채워나가는데 어느새 거기는 매미소리도 들리고 청록 섹의 물빛으로 가슴을 적시면서 숲 속 길을 걷는 동안 무거웠던 마음이 덜어지고 차분히 정화되면서 자유를 접어도 얼마까지는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동안은 행복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이다. 행복은 기대의 문제라고 한다. 기대가 충족되고 나면 행복은 사라진다고 하는데 그 말대로 행복은 순간이고 또 다른 기대를 만들고 충족되기를 바라고 충족되고 나면 행복도 끝나고 이렇게 행복을 충족해가는 여정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고단하게 살다가도 행복이 기대의 보상으로 채워지지만 불가능한 기대는 오히려 불행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아무런 기대도 없이 나 없이는 안 되는, 내가 꼭 필요한 그 자리에 있기 위해서 난 나의 행복을 뒤로 미루어 둔다.
연리지, 북한산것 보다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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