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첫째 날
거리: 약 40킬로미터
소요시간: 20시간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중봉~묘향대~삼도봉~벽소령~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외줄기 눈길 지리지리 멀기도 하더라신새벽어둠부터 중천에 뜬 해 길기도 하더라. 차라리 날 저물어 지리산 어느 품에 나 깃들고 싶더라. 새벽 4시 반에 출발하여 세석대피소까지 참 지루하고 힘들게 올랐지만 정작 노고단을 어둠 속에서 스쳐 온 것이 아쉬움이었고 그다음부터는 눈길을 조심하느라 발등만 보고 올랐다. 점점 여명이 밝아오고 노루목에서 일출을 본 뒤 날은 밝았지만 발등만 보는 산행은 계속되었어, 살기 위해서 양식을 지고 가는데 자꾸만 뒤를 잡아당겨서 참 힘들게 올랐는데 어느새 세석대피소에 도착하고 일몰 직전이지만 장소가 그걸 볼 수 없도록 되어있어서 포기하고 힘을 쭈욱 빼면서 멈춘 곳 세석대피소가 얼마나 추운지 먹는 것보다 쉬고 싶어 숙소로 들어갔지만 좀처럼 몸이 녹여지지가 않아서 핫팩을 양 발바닥과 복부에 부치고 나니까 많이 좋아졌다. 대피소에는 꾸역꾸역 여자들이 모여들고 잠은 잘 수가 없었다. 이틀간 잠을 잃었지만 목표가 있는 나의 행보를 막을 수는 없었어.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행장을 꾸리고, 코 고는 사람, 소곤소곤하는 사람. 들락날락하는 소란 때문에 가만히 눈만 감고 있었는데도 쉬는 효과가 있었던지 별 무리 없이 이틀 째 행보가 시작된다.
둘째 날
세석대피소 위쪽 촛대봉에서 8명 중 세 사람만 일출을 보는데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기 힘든다는 말이 있지만 운 좋게도 우리는 일출을 두 번이나 본 셈이다. 거기서 두 파트로 나뉘어 천왕봉 가는 길인데 지리산이 빛을 받으니까 그제서 야그 위용이 드러나면서 봉우리마다 서광이 비치는데 아직은 푸르수름한 산꼭대기 밑으로는 안개로 채워지고 그 위로 드러나는 봉우리들이 바다에 떠 있는 섬 같고 지리산이 거느리고 있는 원근 장단고저의 어울림이 그림 같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천왕봉까지 가는 길이 너무 즐거워다. 드디어 천왕봉 가까이 다가갔지만 천왕봉은 다 왔는가 싶으면 또 저만치 멀어져 있고 좀처럼 한꺼번에 다 드러내지를 않았다.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으면 천왕봉이란 이름이 붙지도 않았겠지, 어렵사리 드디어 천 완봉에 오르니 그 신비감이 주는 비경에 말문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다. 사방을 둘러봐도 그 큰 산의 경외스러운 모습은 그림 같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만약에 굴곡진 삶이 힘겨운 사람이 있다면 지리산에 가보시라 하고 싶었다. 굴곡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안다면 참고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멀고 먼 길은 발끝이 알지만 한계가 보이지 않는 넓이는 작은 두 눈으로 받아들여 인식하는 느낌뿐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불가능이 많아지지만 그 불가능에 저항하고 도전하고픈 이 마음도 욕심이겠지만 그 정도 욕심이라면 마음껏 부려보는 것도 과욕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직도 처음으로 경험하는 게 있다는 것이 앞으로도 더 살아볼 가치가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 이번 같은 산행인데 힘들게 수고해주신 리더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행이 무사히 행복한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우리를 가호해주신 산신령 미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첫날 노루목 일출
전북, 경남, 전남 3도 봉
반야봉
토끼봉 진달래
태양빛
둘째 날 촛대봉 일출
얼굴 옆모습
아래 천왕봉
노각나무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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