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한라산 가족여행

반야화 2012. 2. 7. 10:58

모든 선물이 나에게로 집중되는 것 같은 행복한 날이다. 하늘에서 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는 것 같은 날이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가족 한라산으로 가는 날. 새하얀 바탕 위에선 꽃이 되어 보기도 하고, 파아란 하늘 배경에 눈꽃을 그리기도 하고 밤하늘엔 달도 그리고 저녁나절엔 마지막으로 하루를 넘기는 해님까지 배웅을 하고 나서야 우리 가족은 한라산 밑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신령스러운 백록담에 소복이 담긴 눈만큼이나 행복을 나눈다.

 

새벽에 일어나 누룽지를 삶아서 요기를 한 다음 성판악코스로 가는데 주차장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전날만 해도 적설량이 많아서 입산통제를 한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다행히 통제는 풀렸지만 참으로 엄청난 눈이 쌓여 있어서 길은 겨우 한 줄로만 갈 수 있도록  튀어져 있어서 추월을 한다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려워 필요할 땐 눈을 밟아서 조금 공간을 만들고 나서야 비켜설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밑에서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 떠밀려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길 옆으로 지팡이를 꽂아보니 한 1미터는 쌓인 것 같았다. 길 외에는 새하얀 눈 위에 어떤 자국도 없는 너무도 깨끗했고 초입부터 만발한 상고대가 저절로 만면에 미소가 일어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고 바탕색이 아름다우니까 그 위에 선 사람들이 다 예뻐 보이고 누가 나를 한 대 친다고 해도 용서를 할 만큼 너그러워지는 마음이었다.

 

눈이 그렇게 많은데도 하늘은 맑아서 그 어울림이 한층 더 아름다웠으며 완만한 눈길이 멀기도 하지만 눈이 즐거우니까 오르는 길이 한결 가벼웠던지 백록담까지 가는 동안 힘든 줄 모르고 옆에는 사랑하는 가족까지 대동했으니 참으로 행복한 산행이었다. 변화무쌍한 한라산 날씨가 그렇게 맑고 바람까지 잠잠한 건 보기 드문 현상이라니분명 나의 생일선물이라고 생각되었다. 백록담에서 바라보는 제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 위에 구름바다를 한 층 더 깔아 놓았으니 하얗게 펼쳐놓은 운해와 두 겹의 바다를 보는 풍경은 힘들고 고달픈 일상사들이 다 묻혀 있고 세상은 아름다운 거구나 그렇게만 느껴졌다. 올 한 해는 백록담의 정기를 받아 서원하는 것이 원만 성취가 될 것 같은 예감 좋은 기운으로  다시 한번 우리 가족 행복의 나래를 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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