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떠들썩하게 새 천년을 맞이하고 어느새 11년이나 넘어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뭔가 이루어 놓은 건 없는 것 같고, 생각나는 건 즐겨 찾던 산행기록 밖에 없다. 숫한 산행 중에서도 올해는 두 가지 기록을 남긴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는 지난 한여름 14 성문 종주에 이어 어제 3 산 종주를 해냈다. 내년에 또다시 기록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대 만족을 느끼는 한 해의 마무리 산행을 멋지게 했기 때문에 한 해를 살면서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다 해도 모두 묻힐 수 있을 만큼 내겐 큰 행적이라 할 수 있다.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3 산 종주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샛별 보면서 출발해 희미한 하현 달빛을 받으며 어렵게 산길을 찾았다. 일행은 정적 속에 바스러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면서 어둠 속을 도깨비불 하나 밝히고 하얀 입김 날리면서 묵묵히 산을 오른다. 이왕이면 일출을 봐야 하니까 열심히 사패산을 향해 가는데 올 들어 최저 기온이라고 해서 걱정을 했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추위는 없어도 잠시라도 장갑을 벗으면 손가락이 아리도록 시린 걸 보면 영하 11도란 말이 실감이 나는 날씨였지만 다행히 바람이 잠잠해서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사패산에서 내려다보는 안개에 싸인 몽롱한 도시의 새벽잠이 붉은빛을 받아서 들어 나는 야산들의 봉우리들이 화들짝 깨어나는 모습은 점점이 떠 있는 도시의 섬처럼 보이는 풍경이 경이로운 휴일의 아침에 나만 떠나 있는 이 딸이었다.
산행코스는, 양주 울대고개에서 하차, 사패산에서 일출을 보고 도봉산 만장봉, 자운봉으로 방향을 잡고 Y계곡을 오른 다음 자운봉을 보고, 오봉 가기 전 우회 우이암 거쳐 수유리로 하산해서, 북한산 등산을 위해 다시 도선사 쪽으로 가야 하기에 오르기 전에 주차장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으로 충전을 한 다음에 도선사 가는 지루한 길을 걸었더니 이미 지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구간이라 조금 남은 힘마저 다 빼버린 것 같았다. 맥없는 다리로 위문 찍고 쭉 내려와 다시 우회로 상운사, 북문, 원효봉, 원효암, 시구문을 통과해서 둘레길 입구로 마지막 산행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일몰시간. 먹는 시간 빼고 쉬지 않고 10시간을 걸어서 하루에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보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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