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길고 포근했던 가을이어서인지 첫추위에 몸도 놀란 것 같다. 계절은 늘 그렇듯이 서서히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어 단절하듯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를 이루어 낸다.
어제께 첫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눈발이 날렸으니 산에는 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이말산을 통과하고 진관사 뒤로 출발해서 응봉능선을 오르다가 낭떠러지지만 자리가 좋아서 메모도 할 겸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굶주린 청설모 한 마리가 올려다본다. 그래서 빵 한 조각을 뜯어서 던졌는데 그만 바위틈에 끼여서 청설모한테 닿지를 않는다. 배고픈 청설모와 배부른 나 사이에 둘은 빵 한 조각을 사이에 놓고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자 나서는 길은 정해진 코스를 가기보다는 가다가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갈 수 있는 일이지만 집을 나설 때는 천천히 걷기 좋은 길로 갔다 와야 되겠다 생각했는데 사모바위에서 대남문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나니 조금 멀어진 셈인데 나한봉으로 쇠줄을 잡고 오르는 수직의 바위길이 바람 끼지 불어 서얼 마나 힘들었는지, 그러나 나한봉에 올라 바라보는 사모바위는 마치 공깃돌처럼 작게 보이고 보현봉 문수봉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코스를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수봉을 내려와 대남문으로 가는데 거기서부터 제법 첫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서 오늘 은서설 맞이 산행이 되었다. 더불어 밤에는 월식까지 보는 날이라 의미 있는 날로 기억이 될 것 같다.
행궁지 수풀에 묻혔던 석축
카메라를 바꿨더니 월식을 찍는데 별까지 보임 월식 시작이 좀 지난 모습
가려진 부분은 붉게 보임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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