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떠날 건 떠나고 남을 건 남는 갈무리의 계절이며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시기다. 새벽에 일아나 분주히 움직이는 덕분에 하루를 포만감이 들도록 채운 날이었다. 집에 있었으면 겨우 책장 몇 쪽이나 너무 기고 티브이 몇 프로를 보고 말 시간을 이용해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에 갔다. 거리가 멀어 오가는데 7시간이나 소요되었지만 그러고도 남는 시간을 멋지게 산행을 할 수 있었으니 최대한으로 늘려가면서 쓴 하루였다. 청량산은 이퇴계 선생님이 즐겨 찾아 사색을 하고 산세를 예찬하며 그 감회를 시로 남겼던 곳이라 많이 가고 싶은 산이었는데 오늘 그 뜻을 이루어 찾아갔더니 생각했던 대로 단풍은 이미 지고 없었지만 화려한 색은 가고 은은한 여운만 남아 기암괴석과 정수리에 잔솔들의 푸르름만이 꿋꿋한 선비정신 같은 은근한 정취를 풍기고 있었다.
퇴게선생님의 시 한 수
** 청량산 육육 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 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가지 마라 어자 알까 하노라**
청량산은, 장인봉, 선학봉, 자란 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탁립봉, 금탑봉, 축융봉 12대(12臺):어풍대, 밀 성대, 풍혈대, 학소대, 금강대, 원효대, 반야대, 만월대, 자비대, 청풍대, 송풍대, 의상대 이렇게 많은 봉우리와 대가 둘러 쳐진 포근하고 아늑한 곳에 자리 잡은 청량사의 어울림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올가을 마무리 원정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열이레 둥근달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질주해 달려온 시간, 스치는 야경이 서울임을 알려주는 듯 낯익은 한강의 밤 풍경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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