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송년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침 금요일 저녁에 눈이 펑펑 내린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첫마디의 말, 아!! 내일은 눈 산행이다. 산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망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산을 오른다.
새해가 되고 달력을 한쪽 벽면에 떡하니 걸어두고 나면 그 속에 촘촘히 박힌 검은 악마 같은 숫자는 마치 그만큼의 세포를 갉아먹는 좀 같은데 그걸 내치려는 마음은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삶이 또한 거기에 길들여진 거부할 수 없는 순응의 길이 인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역행할 수 있는 길은 의지, 그것이다. 나는 그 길을 자연에서 찾았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하루 10시간 정도는 산행을 해도 자고 나면 개운하게 몸이 풀릴 수 있다는 체력이 나에겐 큰 자산이니까. 병약한 몸은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조차 무거운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북한산이야말로 나를 건강하게 지탱할 수 있게 해 주는 훌륭한 트레이너이다.
눈 내린 백운데를 오르는데 아이젠도 없이 쇠줄을 잡고 오르기 위해서 쇠줄을 받치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발을 끼우고 가야 하는데 그것의 간격이 넓을 때는 두 발을 걸치기 위해 보폭을 180도 정도로 벌려야 하고두 손은 힘껏 줄을 잡아당겨야 한다. 아마 발레리나보다 더 다리를 찢은 것 같다. 그렇게 하고 나면 수축된 모든 근육들이 일시에 아우성을 치며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마 나이가 들어도 근육이 수축되어 키가 줄어드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2년, 그 12라는 숫자가 낯설어 처음에는 연도 기입에 실수할 때도 있는데 새로운 숫자에 익숙해질 만하면 또 한 해가 가버린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나이조차 익숙하지 않아 잘못 기억할 때도 있다. 앞으로는 신체의 나이만 알고 싶다. 그래서 또 하루 나를 연마시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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