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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의도

어느새 5월 마지막 주다. 상림마을 정기산행이 있는 날, 그동안 참석을 못 한지가 석 달이나 되었으니 회원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기산행만큼은 참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한 달에 한 번인데도 하필이면 디데이에 사정이 생길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거리라는 것이, 몸이 멀어진 거리보다는 마음이 멀어진 거리가 더 멀다는 생각을 한다. 상림마을에서 혼자 뚝 떨어져 나왔지만 마음의 거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회원님들의 정이 있고 반겨주니까 좀 수고로워도 함께 하는 그날이 참 좋다. 아이들은 참 금방 자라는 것 같다. 얼마간 못 본사이 키가 부쩍 커져 있고 행동도 차분해져 있었다. 정기산행 때는 가족 중심이지만 앞으로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교만 졸업..

등산 2013.05.27

포항 내연산

이번 여행은 친구와 함께 경주 남산을 돌아 이튿날 포항 청하 보경사가 있는 내연산으로 갔다. 지난해 늦가을에 갔었지 이번엔 다른 코스로 가보고 싶기도 하고 석가탄신일 행사도 있고 겸사겸사 며칠을 당겨서 두루 여행부터 하는 일정이라 친구는 미리 올라가고 9일을 경주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난 아직 설익은 풋 불자인가? 화두를 잡고 동정 일여, 몽중 일여, 숙면 일여가 되어 끝내는 오매 일여가 되기는커녕 자연과, 산과 오매 일여가 될 지경이니 스스로 한 심타 생각지만 나의 화두는 때를 만나지 못한 정체불명이며 잎사귀도 피우지 못한다. 지구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 오월,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무료로 제공되는 이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면서 행복의 소스를 만들고 있는 축복 받은 생이며. 죽음이란 이 모든 ..

등산 2013.05.22

2013년 어버이날을 맞아

5월, 어딜 가도 다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참 많은 기념일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많던 행사들이 줄어들고 대접을 받는 일만 있다는 것도 그리 좋지많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은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큰딸이 친정엄마와 시어른들과 함께 시간 보내길 좋아한다. 아무도 불편해하는 사이가 아니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 큰애들이 너무 일이 많고 연일 힘들다보니 당일에 오대산 월정사로 가서 산채정식을 먹고 전나무 숲길을 걷고 내친김에 강릉에서 해변까지 걷고나서 돌아오다가 맛있는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니 늦은 밤이 되었다. 이날을 위하여 큰애 내외가 시간은 많지 않고 어디로 갈까? 무엇을 먹을까? 많이 생각한 것 같다. 자식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난 부모님꼐 효도를 마..

living note 2013.05.05

진도군 조도면(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코스: A코스 어류포항, 산행 마을, 손가락 바위, 돈대봉, 투스타 바위, 읍구마을, 유토 마을, 기원탑, 신금산, 하조대 등대, 어류포항 잠든 도시를 탈출, 5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여명에 닿은 곳이 진도 땅. 진돗개와 진도 아리랑만 알 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어둠 속을 달려가다 보니 어떤 곳을 경유해 왔는지 알 길이 없는 중에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드문드문 다니는 배를 한참이나 기다려서 8시 30분 배를 타고 44분 정도 걸려서 조도 어류포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돌아보는 주위는 어디서 무엇을 보러 왔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 평범한 어촌이었다. 첫 코스 들머리 산행 마을을 지나 손가락 바위에 올라서는 순간 나지막이 펼쳐놓은 해상 풍경에 처음으로 우리가 왜 이곳을 찾..

등산 2013.05.01

용인숲길

요즘은 산행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덥지 않아서, 바람이 있어서, 아직은 진달래와 산벚꽃이 있어서 좋고 점점 유채색으로 변해가고 푸른 물감이 번져가는 듯해서 산의 원경이 참 이쁘다. 매일 오르는 길인데 며칠 전에 보니까 새로운 이정표가 생겨서 어디일까 궁금하던 차에 오늘은 어디가 되든 한 번 가보자며 노란 리본을 따라갔더니 가도 가도 목표로 삼았던 할미산성이 나오지 않고 물어볼 사람도 만날 수 없고 그렇게 몇 시간째 걷다가 드디어 혼자 가는 여자를 만나서 이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용인시에서 석성산~할미산성~법화산 구간의 단절된 숲길을 연결하는 ‘용인 숲길’ 조성을 완료했다는 곳, 할미산 정상에 산성의 부서진 잔해가 보이고 현재 산성을 복원하는 중이었다. 성벽의 전체 둘레는 ..

living note 2013.04.27

나의 산책코스

내 일상 중에서 가장 단맛이 진하게 나는 시간이다. 길은 하나지만 비라도 오는 날은 비슷하면서도 묘한 걷는 맛이 틀리는 길이다. 봄이 느린 걸음으로 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남녘에서 만났던 봄이 내 집까지 도달하는 동안 지날 때마다 그릇그릇에 소담하게 꽃을 담아두고 떠나가는 곱고도 더딘 그 걸음을 이제는 그만 멈추라 하고 싶다. 그래도 떠난다면 내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으랴만 약속이나 하고 가시라. 봄이 꽃을 몰고 올 때 나 또한 꽃다움에 있어달라고, 마음만이라도. 진달래는 떨어져 눕고 푸석푸석한 땅에 봄비가 내리는 날은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어린잎들이 힘껏 젖을 빨아올 리 듯 입술에 방울방울 맑은 젖을 흘리고 있네. 이렇듯 너무도 사랑스러운 어린잎이 쑥쑥 커가는 아침, 풋풋한 솔향 가득한 산..

living note 2013.04.25

칼랑코에한테 빠지는 이유

아! 요것이 칼랑코에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꽃입니다. 왜냐하면 몇 년 전에 색깔별로 몇 포기 사서 가꾸었더니 그다음해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꽃 지고 난 뒤 시들은 꽃대를 뽑고 그 중에 싱싱한 꽃대를 잘라서 삽목을 대충 했는데 이상한 건 삽목 하기 전의 꽃 하고 같은 색이 아니고 뒤섞여서 핍니다. 작년과 올해 또 다른색으로 섞여서 핍니다. 그 원인을 찾아봐도 정답을 모르겠어요. 콩 심은 데 콩 나는 게 아니라 팥이 나는 것처럼요. 해마다 색이 변하는 게 다음 해의 색상이 기대되는 야릇한 꽃입니다. 꽃도 너무 이쁘고 키우기 쉽고 오랫동안 지지도 않고 집에서 키우기에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정말 빠져들고 그 요술에 반했습니다. 밤에 찍은 것인데 색도 예쁘고 전 요즘 밤에 꽃 사진 찍는 게 너무 재미있..

카테고리 없음 2013.03.19

애상

구구 소환도 구구 소환도의 마지막 매화가 피는 날 봄의 입김이 무엇이길래 언 땅 시름에 생명이 솟구치는지 나무의 모성은 무엇이길래 혹한에도 꽃을 품고 있었는지 나목의 우듬지에 봄이 올라오면 줄기마다 가지마다 빗장이 열리고 철없는 꽃잎 입술을 내미네 봄이 왔는데 매화도 왔는데 나의 바다는 잔잔하다가 파도가 일다가 해일같은 그리움이 덮쳐오면 봄은 겨울 되고 매화도 낙화되어 그 꽃잎 잔잔히 떠돌다가 파도를 타다가 해일에 쓸려 먼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그리움을 삭혔지만 먼먼 곳으로 떠돌던 꽃잎 붉은 멍으로 파도에 밀려 내게로 다시 오네.

living note 2013.03.13

월영교

월영교, 그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야경이 연상되는 다리다. 안동댐 들머리에서 바라보면 긴 곡선으로 중앙에 날아갈 듯 월영정이 있고 그 아래로 깊고 넓은 바닷빛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안동댐 보조댐이다.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월영정을 감돌며 몽환적인 풍경이 되고 달밤이면 선명한 달그림자가 비쳐서 잔잔하게 출렁이며 시 한 수 절로 토해질 것 같은 애잔함마저 들게 하는 운치를 간직한 다리다. 월영정까지는 직선으로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뒤로도 시작점만큼이나 더 굽이치며 이어져 있었다. 서울에서 한강을 도보로 걷고싶다는 생각으로 어느 날 잠수교를 걸었지만 이만큼 멋스럽지는 못했던 것 같다. 월영교도 반포대교같은 분수도 있고 조명도 있다, 사람만 다니는 다리가 어디 흔한가? 다리 건너에는 ..

living note 201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