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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거금도

아! 하룻밤의 격세지감이여, 전날 그 투명한 하늘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며 여행을 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춘설이 내려 다른 세상의 아침을 맞으며 자칫 어제의 기억이 눈에 묻혀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산행코스: 파성재-마당 목재-적대봉(592m)(봉수대) -오천리(몽돌해변) - 거금도-소록도 무박산행이다. 무박산행을 하려면 우선 일상의 필수 코스인 잠을 빼야 하는 일정이지만 가끔은 신체리듬의 코드를 바꾸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겪어보는 것도 몸 상태를 체크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좋은 점이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내몸이 쓸만하다는 체크를 끝내고 적막강산에 발을 내딛고 검은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빛을 내 몸에다 박 으며 멀리 녹동항의 야경을 보며 산을 오른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밤..

등산 2014.03.09

내 화단에 다녀갔거나 건재한 화초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꽃밭을 살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두 딸이 꽃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돌보지 않아도 되는 딸꽃들은 화분을 박차고 더 넓은 공간으로 꽃을 피우러 나가고 나니 어디에다 정성을 쏟아야 할지 생각하다가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한 잎씩 피어나고 꽃을 피워주고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이쁜 모습으로 정성에 보답해 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잎에는 윤기가 흐르고 꽃은 제 색깔을 가장 농후하게 머금은 채로 우리는 날마다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난생처음으로 내손으로 씨앗을 뿌려 꽃까지 피워보니 농사꾼의 해마다 거두는 결실에 못지않은 기쁨이 있다. 뭔가를 키운다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인 줄 알았던 내 시간들이 고스란히 새싹과 꽃잎에 녹아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나의 꽃밭 2014.03.05

자연의 원색

**자연에서 얻은 원색** 2012년 2월 13일, 지리산 종주를 하던 날 세석대피소 위에서 일출을 찍다가 우연히 잘 못 찍은 사진에서 태양이 아닌 붉은빛만 찍혔는데 그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수많은 사진 중에서 편집되지 않고 살아남아 오히려 그 빛을 살려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자연의 원색을 모아보자" 하고 저장해 두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어제 꽃의 원색을 추가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색의 조합이 생겨나고 휘황찬란하지만 이처럼 자연의 빛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곱디고운 색이 어디 있으랴? 세상은 이 7가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이 바탕에서 감각기관이 열리며 이 빛과 색과 향기를 받아들여 올바른 심성이 형성되고 결정되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

living note 2014.02.21

후리지아

꽃은 스스로 아름답다 하지 않아도 아름답듯이 향기는 스스로 향기롭다 하지 않아도 향기롭듯이....... 이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꽃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프리지어의 향기를 맡고 싶어 진다. 상큼한 봄 맛이 배어있어서 좋고 샛노란 색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고이 스며드는 것 같아서 좋다. 오늘 몸도 아프고 당분간 책 보기를 쉬려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대출 없이 그냥 돌아오는데 정류소 옆 꽃집에 프리지어가 있었다. 그런데 차가 온다는 알림이 10분 남았다. 놓치면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살까 말까 망설이디가 결국 못 샀는데 그 10분이란 시간을 쪼개서 딱 맞게 써본 일이 없기에, 그런데 꽃을 세 번을 사도 될 만큼 긴 시간인데 그걸 몰랐다.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나머지 인생에서..

living note 2014.02.11

입춘대길

입춘날의 광명이 지난해의 때를 다 걷어낸 듯 유난히 맑고 밝고 따사롭다. 더구나 미지근하지도 않아서 매섭게 몰아낸 묵은해의 찌꺼기를 음지에도 남기지 않고서, 갑오년의 새봄이 오려나보다. 입춘이 봄이라는 뜻은 아닐 게다. 아마도 대지의 모정이 땅 속 뭇 생명들에게 젖을 먹이고 나면 그 포만감으로 어린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뜨는 시기일 거다. 입춘이란 말만 들어도 꽃이 연상되지만 그 님은 아무리 목말라도 대지의 품에서 억지로 알묘 조장할 수는 없다. 때를 기다리자. 입춘이 되면 이 늙은 호기심이 발동을 한다. 세상의 소음이 없는 곳에서 청진기를 나무와 땅에 대고 봄의 소리를 듣고 싶어 진다. 어릴 때 엄마 따라 보리밭에 가면 종종거리면서 전봇대에 귀를 대면 윙윙 소리가 마냥 신기했듯이 나무와 땅 속..

living note 2014.02.04

따스한 겨울산책

잘 살면 겨울 속에 있어도 봄같이 살고 잘 못 살면 봄 속에 있어도 겨울을 산다. 날씨도 그와 같아서 오늘은 따스한 빛줄기가 언 땅을 깊이 어루만지니까 동토가 녹아 진물이 나니, 그것은 혹한의 눈물일 거다. 숲길을 간다. 사람이 한 방 들어차면 그 공기는 텁텁하고 메케하고 질식할 것 같지만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 속은 이 얼마나 신선한가! 자연과 인간은 함께 공존해야 하며 사람이 우위일 수는 없다. 숲을 가꾸어 주고 그의 호흡을 얻어 마시며, 탁한 우리의 숨은 그들에게 주어도 마다하지 않아 서로가 호흡을 나누어 마시며 살아가는 관계다. 녹다 만 눈길을 간다. 새하얀 눈길에 처음 발자국을 남길 땐 죄의식을 느낀다. 마치 도둑의 발자국 같아서. 때 묻은 눈길은 대중 속에 나 하나쯤, 맘 놓고 때를 묻힌다...

living note 2014.01.04

가는 듯 오는 해

텃새의 지저김처럼 벽을 떠나지 않는 재깍재깍 지저 기는 시침 소리 미미하던 그 소리가 12월 31일은 가슴을 때리는 쿵쾅 거림이다. 그믐밤의 경계, 찰나의 순간을 가르는 1초, 거부할 수 없는 1초가 무겁다. 시공을 넘나들며 내 인생을 촘촘히 짜 나가는 올을 엮는 소리인가! 2013년을 밝게 비추이던 태양은 그 모든 밝음과 한 해를 거두어 바다로 지고 천지엔 어둠을 뿌리겠지 그리곤 태양이 지나던 길에 별과 달을 매달아 두고 어두운 마음속을 또렷이 빛나게 하리라. 2014년이여, 오라. 희망을 잉태한 채로 올라와 동해에 선혈을 뿌리며 해산을 하고 그 빛 마중 간 우리에게 희망을 쑥쑥 키우는 어머니이게 하소서.

카테고리 없음 2013.12.31

김영갑 갤러리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 오는 날에 감상하기 좋은 곳을 찾다가 제주를 작품 속에 정갈하게 담아놓은 김영갑 갤러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제주사람도 아니면서 제주에 반해 정착하고 마지막까지 생은 버리고 혼만 고스란히 남겨놓은 곳이다. 그런데 너무 멀어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표선행을 타고 표선면사무소 앞에서 다시 읍면 순환버스 900번으로 환승해서도 한참을 가야 한다. 그런데 제주 읍면들은 하차 지점이 정확하지 않아서 전에도 혼 난 적이 있는데,삼달1리에서 하차를 해야 하는데 삼달1리라고 쓰여있는 같은 정류소가 몇개나 있다. 왜 그렇게 해 놓았는지 숫자를 다르게 1-1 이런 식으로 하던지 처음 가는 사람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헛갈리기 쉽상이다. 이날도 할머니들이 알려주..

제주의 사계 2013.12.30

겨울제주(눈비올때 가볼만한 곳)

여미지 식물원-오설록-유리의 성-생각하는 정원 하루에 이 네 곳을 이어서 다녔다. 이번에는 7일간 제주에 있었는데 맑은 날이 없었다. 제주에는 늘 그러니까 비 온다고 꼼짝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흩뿌리거나 오다말다 하고 그런 날씨도 서귀포 쪽으로 가면 왼전히 달라진다. 한라산이 동서를 가르고 있기 때문에 비구름은 한라산에 막혀 넘지 못하고 제주시에 비가 와도 서귀포는 햇빛 쨍쨍 일 때가 많다. 볼거리는 거의 서귀포에 있으니까. 이날도 비가 와서 실내 관광을 하기로 하고 여미지 식물원과 연이어 갈 수 있는 곳을 다녔다. 이 열매는 `뭔나무`다. 타지 사람들이 "이나무 이름이 뭔데?"하고 물으면 제주사람은 그 나무가 뭔데다. 그런다고 한다. 가로수가 참 이쁘다. 극락조..

제주의 사계 2013.12.26

생각하는 정원

생각하는 정원, 세계 전문가들이 뽑은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원이란다. 오설록에서 20분 걸으면 유리의 성이 있고 다시 20분을 걸으면 우회전 후 유리의 성을 지나 생각하는 정원이 있다. 영혼이 깃든 은 세계 명사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이라고 한다. 한 농부의 반세기에 걸친 집념과 창조정신에 의해 이루어진 정원이며 오름과 물을 모티브로 나무와 돌이 품격 있게 조성되어 걸으면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자연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 장소로 제격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재주에서 생산되는 재료만으로 하는 뷔페가 맛이 최고라고 하는데 갈길이 바빠 그냥 지나쳤다. 이미 날은 저물고 눈도 흩날리고 교통은 불편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차를 세우고 태워주겠다고 해서 망..

제주의 사계 201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