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40

정선 석병산

오월을 배웅하는 날이다. 밑에서부터 꽃무리를 몰고 오월이 지나왔던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리라. 이제 숫한 사람들의 마음에 추억을 심어놓고 정선이라는 깊고 깊은 곳에서 연분홍 해당화와 산조 팝 나무 꽃들을 이쁘게 그려놓고 훌쩍 떠나려나보다. 그동안 오월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는데 간다니 잡을 수도 없고 배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골 깊은 정선으로 쑥 들어갔다. 6월은 꽃들을 보냈지만 신록이 가장 무성한 달이어서 짙은 녹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심신에 푸른 물이 들도록 푹 잠겨 있으면 그 또한 겨울에 쓸 내 몸의 에너지가 되어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그동안 백두대간의 구간을 끊어서 산행한 곳을 이어놓으면 백두대간 종주에 버금가는 길이가 될 것 같은데 산꾼들에게는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얄팍한 ..

등산 2017.05.31

수원 팔색길(제주올레완클)

제주올레 완주자 클럽의 경기지부 번개모임 오월 중순을 넘어서니 초여름의 열기가 느껴진다. 어딜 가도 좋은 신록의 계절이어서 아무런 계획 없이 집을 나서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길을 걷게 되는 오월이 너무 짧게 느껴지는 건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적 느낌 때문이다. 주관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오월이 가장 짧고 팔월은 너무 길다. 그렇더라도 계절의 특색을 살릴 줄 알면 늘 즐길 꺼리는 있기 마련이니까 이제부터는 여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날이 커지는 제주올레 완주자 클럽, 완주자들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경기지부의 활성화를 위해서 여러 의견을 조합해보는 자리로 마련된 모임이었다. 새로 선출된 지부장의 의욕이 넘치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아..

living note 2017.05.22

설악산 귀때기청봉

한창 봄꽃들이 피어날 때는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다가 꽃들이 시들하면 마음까지 봄의 허기를 느끼는데 이때 활기를 되찾기 위해 꽃 보러 간다. 오월 중순, 나뭇잎들은 윤기가 흐르고 봄바람은 아카시아 향을 실어 나르니 세상은 온통 향기로운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낮은 곳은 잎으로 가득하고 높은 곳엔 아직도 꽃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은 설악산으로 간다. 목적지는 귀때기청봉,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한계령에서 올라가는데 설악산 코스는 거의 비슷하지만 처음부터 높은 돌계단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 이어지는 계단에서부터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자 이미 힘이 반은 빠져버린다. 삼거리에서 서북능선으로 향해서 귀때기청에 오른다. 명품산에 이름도 하필이면 나쁜 짓이 연상되게 지었을까 싶었는데 그럴만했다. 대청..

등산 2017.05.17

야생화 모음 1

봄부터 가을까지 산에는 무수한 꽃들이 피어난다. 이름을 아는 것에서부터 모르는 것까지 누가 봐주지 않아도 꽃들은 언제나 고운 자태를 지닌 채 아름답게 핀다. 산길을 가다 꽃을 만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이쁘게 담으려다 단체에서 늘 꼴찌가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난 꼭 이쁘다는 말을 걸어주고 카메라에 곱게 담아서 간직한다. 어떤 때는 처음으로 보는 꽃이 있는데 너무 반갑다. 그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데 다 몰라서 그 모습이 내 눈에 느껴지는 데로 부르기도 한다. 산딸나무 꽃은 잎 위에 내려앉은 별 같아 별 꽃이고 떼죽 꽃은 질 때도 땅에 별같이 내려앉는다. 그래서 땅별 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이 이 자리에 데려와 나와 함께 지지 않는 꽃으로 살 것이다. 그중에는 꽃이란 이름을 얻지 않았지만 단풍꽃과..

야생화 2017.05.11

고향에서 가진 친구모임

고향은 모태다. 우리들의 마음 한 켠에는 늘 잘라내지 못한 탯줄에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수구초심, 낙엽 귀 근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되감겨가는 탯줄을 따라 고향이 좋고 그리워진다. 더구나 가정의 달 5월에는........ 참으로 오랫만에 각처에 흩어져 있는 고향 친구들이 친정마을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날을 받아놓고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고향의 어느 길모퉁이에 서성이고 있었다. 이미 부모형제가 떠나고 없는 친구도 있고 아랫 대가 살고 있다 해도 마을에서는 아는 얼굴을 만날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고향이 그립고 그 땅을 밟고 싶은 마음은 분명 우리들의 모태이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세월은 너무 많이 흘러갔고 거기서 생기는 간극도 있지만 만나면 우리들 사이로 흘러갔던 시간의 괴리감은 단숨에 ..

living note 2017.05.08

봄을 만난 도봉산

오월의 도봉산은 초록바다 위로 우뚝우뚝 봉우리를 드러내고 있다. 어느 코스를 잡든 목적지와 상관없이 만나지 않고는 하산할 수 없는 그곳,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 그만큼 잘 생겨서 바라보고 싶은 곳이며 사계절의 다른 모습이 보고 싶어 지는 봉우리다. 그중에 신선대만 사람의 발길을 허용해서 신선의 체험을 허락하는 곳이며 거기서 바라보는 자운봉이나 만장봉은 그저 바라만 봐도 오감을 다 채워주는 곳이어서 신선들도 범접을 못하도록 떨어져서바라만 보라는 곳이다. 다락원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가파르게 올라서면 맞은편에 비구니들의 수도처인 망월사가 보인다. 이름처럼 세상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달과의 랑데부가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달과 비구니의 만남이 애달프게 그려질 듯한 곳, ..

카테고리 없음 2017.04.30

법화산 봄축제

봄의 모성애는 아스팔트를 뚫는다.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봄이야말로 위대한 어머니다. 딱딱한 아스팔트에도 흙 알갱이 몇 알만 있으면 작은 생명이 솟구치는 걸 본다.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이름 모를 꽃이 하필이면 금이 간 길 위에 어쩌려고 꽃은 피는지, 아무도 이름 붙여주지 않아 잡초라고 하지만 봄은 평등하게 무명초까지도 다 꽃 피우게 하는 모성애가 있다. 이토록 힘겹게 피어난 봄의 자식들을 누가 잡초라고 함부로 밟을 수 있을까. 요즘은 산책이 즐겁다. 현관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술밭이 있고 그 솔 사이사이마다 연달래라고 불렸던 산철쭉들이 놀랍도록 많이 피어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렇게 많은 꽃나무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절대적 아름다움을 지닌 꽃, 누가 가꾸지 않아도 저토록 화려한 꽃밭을 해마..

living note 2017.04.24

경주의 봄나들이

윤회의 링 에서 모든 생명이 환생을 했다.환생한 모든 생명들이 봄바람에 춤을 춘다.꽃의 환생을 수없이 보면서 직선의 중 후반을 걸어온 나만 링 밖에서 그 춤판에 어울리지 못하고 너무 고와서 외로워진다. 연중행사로 경주에서 가족모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기다려지는지,아니 꽃을 몰고올 봄을 기다리는지도 모를일이다.봄은 해마다 오고 꽃은 언제나 현란한 봄무대를 장식하지만 그 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자꾸만 가늘어지는 생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윗분들의 심중을 들여다보면 봄이, 꽃이 슬픔이고 아픔이다. 그분들에 비하면 난 아직도 나비처럼 봄을 쫓아디니는 지금이 너무 좋다. 한계점에 한 발 더 도달하는 줄도 모른 채 철없이 뛰논다.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인 경주는 사계절이 아름답다. 그런 중에 산소가 남산에 모셔..

카테고리 없음 2017.04.10

봄맞이(북한산에서)

나와 노루귀 막연한 그리움은 애간장이 타는 평행선이지만 꼭 온다는 걸 알고 기다리는 그리움은 순간순간 마음 밑바닥까지 그리움의 파문이 닿는다. 끄달리는 내 마음 찾아간 그 자리에 지남 봄 약속처럼 피어있는 아기꽃 뽀얀 솜다리에 코발트 빛 홑꽃잎 다북한 꽃술을 달고 나보다 먼저 와 있네 봄이란 늙어가는 나에게 수많은 시작으로 켜켜이 쌓인 꽃잎 같은 거. 시베리안 허스키 빈 터만 있는 부황 사지에 저 개는 슬피 울고 있었다. 얼굴에 선명한 검은테의 무늬는 무엇인지 가까이 갈 수 없어 모르지만 살아있는 생명에 있을법한 무늬는 아닌데 왜 생겼을까? 북한산 의상능선과 삼각산이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은 의상능선 왼쪽은 백운대, 모적봉, 만경대 산성 대남문 영취사 노랑제비꽃 우리 집에도 봄이 가득 아메리칸 블루

등산 2017.03.30

서산 대난지도

대지에 봄이 와도 내 마음 춘래불사춘 진달래 피고 매화향기 날려도 내가 만나려던 그 님이 아니었다. 그리움과 기다림 사이에 풍랑이 일고 뱃길 돌려야했던 그 찰나에 나에 봄은 서해바다 바람 타고 꽃배 되어 날아갔다. 풍도로 가던 발길 돌려 옆에 있는 대난지도로 가야 했다. 조금 보이는 금모래 해변, 인천에 있는 풍도로 착각했더니 차는 밑으로 내려가고 풍도의 봄소식은 풍문이 되었다. 멀리 화력발전소가 보이고 별로 웃음이 안 나왔는데 네가 웃으니 나도 웃는다.

카테고리 없음 201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