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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만난 도봉산

반야화 2017. 4. 30. 13:06

오월의 도봉산은 초록바다 위로 우뚝우뚝 봉우리를 드러내고 있다. 어느 코스를 잡든 목적지와 상관없이 만나지 않고는 하산할 수 없는 그곳,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 그만큼 잘 생겨서 바라보고 싶은 곳이며 사계절의 다른 모습이 보고 싶어 지는 봉우리다. 그중에 신선대만 사람의 발길을 허용해서 신선의 체험을 허락하는 곳이며 거기서 바라보는 자운봉이나 만장봉은 그저 바라만 봐도 오감을 다 채워주는 곳이어서 신선들도 범접을 못하도록 떨어져서바라만 보라는 곳이다.

 

다락원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가파르게 올라서면 맞은편에 비구니들의 수도처인 망월사가 보인다. 이름처럼 세상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달과의 랑데부가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달과 비구니의 만남이 애달프게 그려질 듯한 곳, 적막강산에 쏟아지는 달빛은 오직 비구니들의 하나쯤 있을법한 비련 같은 것을 다 녹아내리게 할 것만 같은 달밤의 풍경이 연상되는 망월사다.

 

나는 저 멋진 봉우리에 눈이 덮였을 때도, 단풍이 들었을 때도. 수없이 봐 왔다. 예전에는 요즘처럼 뿌연 먼지도 없었고 언제나 명쾌하고 보이던 곳인데 신선도 피할 수 없는 공해로 뒤덮여서 오늘도 투명하지 않고 노년의 시야에 들어오는 그런 모습이다. 아래는 지고 없는 진달래가 아직도 곱게 남아 저 멋진 봉우리에 꽃 수를 놓아서 분홍에 들끓던 가슴을 다시 뛰게 해 주니 마치 떠나버린 진달래의 여운에 잡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보고 싶던 주봉의 뒤태를 오늘 다시 보니 역시나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그 우람한 모습의 여운이 왜 그토록 오래 가는지를 알게 해 준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모습은 다른 봉우리에 비해 낮으며 하나의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지만  도봉 주능선을 따라가다 뒤쪽에서 보면 기둥 같던 주봉은 삼 형제의 새끼를 키우고 있는 아빠의 듬직한 부성애까지 엿보이는 멋진 풍경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자꾸 그것을 노래하다 보면 이루어진다. 도봉 주능선 길을 언제부터 걷고 싶었는데 코스가 길어서 미루고 하다가 오늘 친구를 꼬드겨서 결국 가게 되었다.

망월사

 

 

 

 

 

 

 

 

 

 

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