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완주자 클럽의 경기지부 번개모임
오월 중순을 넘어서니 초여름의 열기가 느껴진다. 어딜 가도 좋은 신록의 계절이어서 아무런 계획 없이 집을 나서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길을 걷게 되는 오월이 너무 짧게 느껴지는 건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적 느낌 때문이다. 주관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오월이 가장 짧고 팔월은 너무 길다. 그렇더라도 계절의 특색을 살릴 줄 알면 늘 즐길 꺼리는 있기 마련이니까 이제부터는 여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날이 커지는 제주올레 완주자 클럽, 완주자들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경기지부의 활성화를 위해서 여러 의견을 조합해보는 자리로 마련된 모임이었다. 새로 선출된 지부장의 의욕이 넘치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러 회원의 조력 없이는 의욕만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란 지역이 넓게 뭉쳐 있는 게 아니라 서울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동그라미 형태여서 모임 장소를 지정한다는 게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멀건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서 참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잘 조절해서 각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필요도 느꼈다. 그런데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는 회원님들의 열정은 제주와 서귀포를 한 바뀌 다 돌고 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물리적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마음의 거리는 단숨에 좁힐 수 있으니 우리들 가슴에 돛단배 하나 길 위에 띄워놓고 흐르는 시간의 강을 함께 승선해서 유영하듯이 흘러가는 동반자가 된다면 장차 길이란 길은 다 우리들 발자국의 거미줄이 될 것이다.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면 이 목표는 여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로 생의 끝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듯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선 목표를 세우고 그 지점을 향해서 살아야 기운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테마길이 있다. 아직은 아는 길보다 모르는 길이 너무 많다. 가까운 수원에 그렇게 좋은 길이 있다는 걸 몰랐다 수원 팔색길, 그중에서 여우길을 걸었다. 광교신도시가 있고 호수가 있는 수변공원길을 지나고 숲길로 들어가면 아카시아 마른 꽃잎이 흩날리고 길 위에는 꽃잎이 하얗게 싸락눈처럼 길을 덮고 있어 응축된 고급 향을 밟는다는 사치를 부리는 마음으로 걷는다. 이제 겨우 팔색길 하나를 걸었다. 이어지는 팔색길을 다 걷고 또 다른 지역으로 가면 색다른 테마길이 이어지는 우리들의 길은 무궁무진히다. 내가 소유하지 않아도 내가 걷는 동안은 나의 길이니 이만큼 부유한 영토를 가진 사람이 어디 흔하랴,
어디를 가든, 비록 집 앞에 있는 공원일지라도 여행 왔다고 생각하면 우리 집은 최고의 호텔이 되고 내가 서 있는 곳은 다 훌륭한 여행지의 볼거리가 된다. 오늘도 난 솔밭으로 이어진 산책길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루비와 함께.
끈끈이대나물 꽃
라벤더
가막살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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