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제주완클 서,경 합동모임

반야화 2017. 7. 9. 14:34

코스: 도봉탐방지원센터-무수골-정의공주 묘-연산군묘-우이령 입구:솔밭공원-4.19 국립묘지-근현대사 기념관

 

이른 아침에 일어나 먼저 동쪽 하늘을 봤다. 맑은 날이면 조반 준비 전에 가장 먼저 보이는 장면이 있다. 마치 하루를 여는 아침인사라도 하듯 동쪽 하늘 아래 담장 같은 법화산 쟁반에 농익은 빨간 감홍시 같은 아침해가 담겨있는 듯한 풍경을 마주 바라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 어제 아침에도 가장 먼저 하늘을 보는데 없다. 매일 보던 그 장면에 심술궂은 누군가가 먹으로 덧칠을 해놓은 것 같은 무서운 얼굴이다. 구름이 낀 정도가 아니라 사방이 시커멓고 심란하다. 이 심란하고 혼란한 마음에 가야 한다는 결정타가 떠올랐다. 제주 손님, 그분들이 이 궂은날에 서울까지 오시는데 손님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재빨리 검은 마음을 거두고 준비해서 출발했다.

 

버스 한 번 지하철 4번을 환승해서 도착하니 2시간이 넘는다.밖을 보지 못한 채 지하동굴을 달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2시간이 넘는다. 모두가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도봉산역이지만 벌써 많은 회원님들이 도착해서 반겨주며 악수를 나눈다. 그런데 언제나 가장 먼저 보이던 경기지부 지부장님 한 분과 총무의 얼굴이 안 보여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아는 순간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곧이어 제주에서 오신 분들이 실망한 마음을 채워주셔서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 다음 창포원에서 단체인증을 하고 도봉산길로 들어섰다. 아침에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배낭을 메고 놀러 가는 모습이 남들한테 눈치가 보였지만 막상 산 아래는 수많은 산객들이 이어져서 여기서만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수많은 인파 속으로 섞여들 수 있어서 자유로웠다.

 

첫 코스로 들어서자 비는 아닌데 비같은 습기가 온몸으로 파고든다. 몸통이 까맣도록 물을 빨아올린 초목들의 입김이 운무가 되어 피어오르면서 숲 속은 온통 뿌연 습기로 가득하지만 우린 그 속으로 일렬로 빠져드는 모습의 선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산길이 질척이지 않는 마사토여서 코스가 끝날 때까지 마치 한여름에 겨울 싸락눈을 밟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그렇게 무수골을 돌아 나가니 정의공주 묘가 나오고 근처에 연산군묘까지 보고 나오면 북한산 자락에 터를 잡은 동네가 무척 고급스럽다. 능소화의 계절을 맞아 양반집에서만 키울 수 있었다는 능소화가, "신식 양반 행세는 부로 이어진다"라는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듯 고급주택 담장 위에 곱게 피어 담장 장식을 하고 있다. 가장 고울 때 죽은 소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땅에 떨어져도 한동안 그 고운 자태를 잃지 않는 것은 혹시 임금의 눈에 뜨이기를 소원했던 애달픈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멋진 솔밭공원과 순국선열들의 묘역길을 지나 한참을 산 쪽으로 오르면 4.19 묘역이 나온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영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맑은 초록빛의 묘소 앞에 정갈하게 놓인 조화들과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영면 같은 장면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풍경으로 승화시켜놓은 곳이다.

 

우리의 모임은 전진만 있다.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의 길이란 길은 다 섭렵하는 것 같은 멋진 분들이 참 많다는 걸 본다. 길은 끝나는가 싶으면 다시 이어지고 휘어지고 꺾어지면서 어떤 모양으로든 끊김이 없고 어디서든 이어져서 하나의 거대한 링이 된다. 완클의 전진은 장차 생길 코리아 둘레길의 선두주자들이 될 것 같다. 머무르는 것보다 걷는 것을 더 좋아하는 분들 이어서 그 기운이 소우주 같은 우리 몸속의 길인 실핏줄까지 전달되어서 다들 10년은 젊 게 보이는 비결이 되는지 모두가 심신이 건강하고 활기차 보이는 그 만남이 너무 좋다.

 

비는 여전히 내린다.비에 갇힌 오후에는 비의 선율 같은 음악에라도 빠져보면서 축축하게 보내야겠다. 내일은 해를 만나고 싶다.

 

 

 

 

정의공주 묘, 세종의 둘째 딸로서 아버지를 도와 한글 창제에 기여한 분

연산군 가족묘

 

제주에서 온 회원

 

 

쌍둥이 전망대

 

아기 범부채

 

 

정의공주 묘,세종의 둘째 딸로서 한글 창제에 아버지를 도와 많은 기여를 한 분

점심 뒤풀이

 

830년 된 방학동 은행나무 신목

죽어서도 임금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담장 밑에 묻히기를 원했던 소화는

찾지 않는 임금을 원망하기 보느냐는 영원한 꽃으로 남기를 선택했나 보다.

 

백운계곡의 맑은 물

 

 

 

솔밭공원

 

4.19 국립묘지

잠시 발도 담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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