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고향에서 가진 친구모임

반야화 2017. 5. 8. 15:22

고향은 모태다.

우리들의 마음 한 켠에는 늘 잘라내지 못한 탯줄에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수구초심, 낙엽 귀 근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되감겨가는 탯줄을 따라 고향이 좋고 그리워진다. 더구나 가정의 달 5월에는........

 

참으로 오랫만에 각처에 흩어져 있는 고향 친구들이 친정마을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날을 받아놓고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고향의 어느 길모퉁이에 서성이고 있었다. 이미 부모형제가 떠나고 없는 친구도 있고 아랫 대가 살고 있다 해도 마을에서는 아는 얼굴을 만날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고향이 그립고 그 땅을 밟고 싶은 마음은 분명 우리들의 모태이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세월은 너무 많이 흘러갔고 거기서 생기는 간극도 있지만 만나면 우리들 사이로 흘러갔던 시간의 괴리감은 단숨에 좁혀져 어느새 몇십 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더라도 살면서 변할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적 요인도 있고 성격과 심성의 형성과정은 서로가 모를 수도 있다. 우리들이 공유할 수 있는 화젯거리는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극히 일부밖에 안 되지만 만남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앞으로 더 많이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정들어가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변하지 않은 것은 호칭이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직 이름만으로 서로를 부른다는 것에서 시공은 초월되어버렸다.

 

누구나 그렇겠지, 고향을 떠나 사는 동안 넓어져버린 안목 탓에 옛날에는 그토록 크게 보이던 것도 이제는 왜 다 그렇게 왜소하고 작게 보이는지! 그토록 깊고 넓던 그 강도, 마을 수호신이던 그 당나무도 작게만 보였다. 그러나 그 강줄기는 여전히 꽐꽐 흘러가고 단오에 그네를 메고 대회를 열던 나뭇가지는 죽었으나 나무는 아직도 여전히 푸르고 새로운 가지가 생겨나 전체적인 모습은 싱싱하게 살아 아직도 마을을 지키는 역할에는 변함없어 보였다. 그런데 고향의 모습은 많이 변해서 상전벽해가 되어 갖가지 밭농사는 모두 사과나무로 채워졌고 길도 옛길은 없고 오직 앞산 뒷산만 그대로였다. 친정에 가긴 하지만 늘 바쁘게 다녀와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친구들과 곳곳을 찾아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던 그 시간은 우리들이 새롭게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가는 단초 된 것 같았다.

 

1박을 함께 지새우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오늘날까지 서로 알지 못했던 삶의 과정에서 가치관이나 지향해왔던 목표가 달랐겠지만 심성만은 안동이라는 특유의 기질을 그대로 간직되었던 것 같았다. 그것이 우리를 하나의 모태로 연결되는 텍스트 같은 `안동` 그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후덕한 대모 같고, 또 어떤 친구는 재치가 넘치고, 인자한 시어머니상인데 그중에 나란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하얗게 밤을 밝히면서 말로 고향을 다 그려내고 있었다. 실제로는 옛 모습이 변해버렸지만 각자가 그려내는 그림은 선명히 완성된 지도가 되었고 몇십 년 전의 마을 구석구석 길모퉁이까지 그려놓고 그 시절 그곳에서 뛰놀고 깔깔거리며 동심으로 돌아가 있었던 한 때가 너무 좋았던 하루였다. 친구들아, 다음에 만날 때도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자로, 누구도 아닌 그냥 우리로 만나자.

 

월영교, 그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야경이 연상되는 다리다.

안동댐 들머리에서 바라 면 긴 곡선으로 중앙에 날아갈 듯 월영정이 있고

그 아래로 깊고 넓은 바닷빛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안동댐 보조댐이다.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월영정을 감돌며 몽환적인 풍경이 되고

달밤이면 선명한 달그림자가 비쳐서 잔잔하게 출렁이며 시 한 수 절로 토해질 것 같은

애잔함마저 들게 하는 운치를 간직한 다리다.

 

 

 

 

 

 

 

 

 

 

 

 

 

 

 

 

 

 

 

 

 

 

 

안동의 맛집, 헛제삿밥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용지물의 설치작품  (0) 2017.07.04
수원 팔색길(제주올레완클)  (0) 2017.05.22
법화산 봄축제  (0) 2017.04.24
서울둘레길7코스(제주완클)  (0) 2017.02.13
제주올레 완클정모(서울둘레길6코스)  (0) 201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