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서울둘레길7코스(제주완클)

반야화 2017. 2. 13. 12:59

 코스: 가양대교-난지도 하늘공원-월드컵경기장-불광천-앵봉산

제주올레 완주 후 어떤 목표도 세우지 않고 지내는데 원하지도 않았던 또 하나의 길이라는 테마의 링 위에 선 것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둘레길을 처음 걸을 때만 해도 모여서 걷기에 좋은가보다 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이어지는 링이 왠지 완주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제주올레를 걸을 때도 호기심이 반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완주라는 욕심까지 생긴 걸 보면. 서울 둘레길도 그렇게 되려는 지도 모르지.

 

7코스를 가양대교에서 시작하는데 춥다고 하지만 한겨울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리 위에 올라서는 순간 그게 아니었다.수많은 겨울산행을 했어도 산에서 맞는 바람은 언제나 나무가 1차로 맞아주고 사람은 2차로 바람결에 스치기 때문에 소리만 요란하고 아프지는 않았는데 강바람은 내게 직접적으로 부딪히니까 그 세기가 마치 날카로운 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칼바람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볼이 차가운 정도가 아니라 마치  칼날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 그러나 다리에서 내려서자 바람은 온순해지고 그냥 함께 걷는 길에 동행해주었다. 또 다른 겨울의 맛이었다.

다리 건너에는 말로만 듣던 난지도 하늘공원 아래를 걷는다.그 높은 쓰레기 더미가 산이 되어 있는 걸 보는 순간 흙이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흙을 헤치면 오만가지의 인간의 편의에서 버림받은 것들이 쓰레기 무덤이 되었을 텐데 흙은 그것들은 죄가 없다는 듯 다 감싸 안고 포장을 하듯이 품고서는 버린 자들이 다시 찾는 공원까지 만들어주었다니 흙의 심성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뿐인가 흙은 그렇게 죽은 것들을 끌어안고 산자들을 불러들여서 생사가 하나라는 교훈까지 주시니 자연이야말로 인간의 완벽한 스승인 것 같다.

 

난지도를 내려서면 이 역시 말로만 듣던 월드컵경기장을 지난다.인적이 없는 그곳이 초월적인 하나라는 합일체의 함성을 만들어냈던 그곳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했지만 잠시 돌이켜보면 생생한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경기장을 지나면 폭이 좁은 개천 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자꾸 가다 보니 은평구로 가지는 걸 보고 이곳이 불광천이 아닐까 했는데 은평구에 살 때도 가본 적이 없는 듣기만 했던 벚꽃길, 봄이 오면 만삭의 몸을 풀어놓고 인파를 불러 올 유명한 은평구의 유일한 꽃길도 거기 있었다. 입춘이 지나면 땅 속에서부터 봄이 시작되어 나무는 동토에서 물을 빨아올리는 일을 뿌리가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까만 몸속에서 이쁜 꽃들을 산고의 고통도 없이 가지마다 가득히 피워놓는 걸 보면 나무의 강인함과 모성애도 인간을 능가하는 것 같다.

 

긴 불광천도 지나고 앵봉산 아래서 점심을 먹는다.겨울이지만 자리를 잘 잡으니 마치 봄 한 가닥을 잡아 앉힌 것 같아서 여러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을 모으니 뷔페 같은 멋진 식단이 된다. 거기다가 따스한 커피까지 곁들이니 얼마나 좋던지 잠시의 피로를 말끔히 잊는다. 앵봉산이란 꾀꼬리가 많아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 많던 꾀꼬리는 어디로 갔을까? 믿어지지 않는 유래를 생각하면서 걷는데 길이 다 빙판이 되어 있다. 구간구간 나무계단도 있었지만 없는 곳에는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얼음이어서 길가의 수풀을 딛고서 겨우겨우 지나다녔더니 이튿날 온몸이 뻐근했다. 앵봉산을 걷는 동안 오른쪽으로 계속 북한산을 끼고 가는데 시야가 가려서 아쉽다 생각했는데 봉산 정상에 오르자 깜짝 이벤트 같은 풍경이 있었다. 북한산의 멋진 전경이 다 보이고 넓은 은평구 일대를 굽어보며 진산의 경외심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기를 받는 것 같은 북한산도 좋았고 꾀꼬리는 없었지만 앵봉산 길도 잘 다듬어져서 참 좋았다.

 

많은 회원님들,무척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몇 분은 넘어지기도 하셨는데 괜찮은지요? 힘든 길을 함께 걸으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는 함께 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봄길을 걸어요.            

 

 

 

 

 

 

 

 

 

 

 

 

 

 

 

 

 

 

 

 

 

 

 

 

돌아오는 길에 정월대보를 달까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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