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을 함께,
이번 콴을 서울 경기의 모임은 일 년이란 마라톤 구간을, 시작은 혼자였으나 풀코스의 마지막 구간을 각처에서 혼자 시작했던 사람들이 완주의 테이프를 끊기 위해 모여든 자리 같았습니다. 무사히 한 해를 완주하는 날 하늘도 축하를 해주는 듯 날씨 또한 너무 좋았죠. 혹한 속에서도 행복한 한 순간은 분명 겨울 속의 봄입니다.
연초에 새 달력을 받아 지니면 마치 365칸을 채워넣으라는 숙젯장같습니다. 송년과 신년의 차이는 마음으로 긋는 경계뿐인데도 새해라는 개념은 지난해와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시작으로 첫 칸은 당연히 정답을 희망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둘 째칸은 기대로 씁니다. 셋째 칸부터는 시작된 한 해의 일상으로 채워나가는데 어떤 날은 정답을 몰라서 비워두듯이 허송하는 날도 있지요.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어느덧 차곡차곡 채워지면서 365킬로의 마라톤 구간을 서울 둘레길이란 낯선 곳이 풀코스의 마자막 구간이 되어 거기서 우리는 다 함께 완주의 테이프를 끊고 축배까지 들면서 멋지게 2016년을 보내는 순간에 있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또는 세월 같아요. 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누구에게 덜어내주고 싶어도 덜어지지 않는 공평한 시간을 받지만 쓰는 용도는 너무도 다른 것 같습니다. 무기수들이 세월을 보내는 방법은 월 초에 한 달을 빗금으로 그어 버리고 하루에는 아침에 빗금을 그어버리면서 산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세월의 개념은 없애버리는 시간인 것 같아요. 하루를 죽이는 것이 나를 살리는 그런 개념이겠죠. 그러나 보통의 우리들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른 채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 연말에 일 년을 빗금 긋고, 저녁에 하루에 빗금을 그으면서 참으로 아끼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 새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일 년이 중반쯤 흐르고 나면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다가 연말에 가서야 흘러버린 시간들이 아깝다며 그것이 내 탓이라기보다는 시간이 빨라서 못 따라갔다는 듯 달력을 탓하기도 하면서 일 년이 지나고 나면 달력이 무슨 죄라고 쓰레기통에 핵 던져 넣기도 하지요. 이것은 단지 저 개인의 생활상입니다.
완클모임에 나가면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열등감을 느낍니다. 나에게 있어 제주올레 완주는 대단한 타이틀인데 다른 회원님들에겐 그 정도는 초급반이고 국경을 넘어 세계로 나가면서 산티아고, 킬리만자로, 히말라야 트레킹 정도는 돼야 좀 걷는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 증명을 하듯 배낭에는 세계의 족적을 짊어지고 다니는 배지를 한가득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는 영원한 뱁새가 될 것 같은 생각을 하면 더 이상 열정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요. 시작이 너무 늦은 거죠. 더 나아간다는 것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2017년이란 낯선 숫자가 또 하나의 숙제장으로 어느새 내 손에 들어와서 게으리지 말고 빈칸을 잘 채우라고 날을 세웁니다. 완클회원 여러분들께는 부디 세계를 향한 발길이 멈춤 없이 잘 뻗어 나가시고 세계 곳곳에 족적을 남기시는 희망으로 빈칸을 잘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뜻하는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시길 빕니다. 새해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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