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의 링 에서 모든 생명이 환생을 했다.환생한 모든 생명들이 봄바람에 춤을 춘다.꽃의 환생을 수없이 보면서 직선의 중 후반을 걸어온 나만 링 밖에서 그 춤판에 어울리지 못하고 너무 고와서 외로워진다.
연중행사로 경주에서 가족모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기다려지는지,아니 꽃을 몰고올 봄을 기다리는지도 모를일이다.봄은 해마다 오고 꽃은 언제나 현란한 봄무대를 장식하지만 그 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자꾸만 가늘어지는 생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윗분들의 심중을 들여다보면 봄이, 꽃이 슬픔이고 아픔이다. 그분들에 비하면 난 아직도 나비처럼 봄을 쫓아디니는 지금이 너무 좋다. 한계점에 한 발 더 도달하는 줄도 모른 채
철없이 뛰논다.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인 경주는 사계절이 아름답다. 그런 중에 산소가 남산에 모셔져 있으니 우리 가족은 나들이 삼아 성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남다른 만남이 너무 좋다. 나는 전 날에 내려가서 꽃길을 걸으면서 온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부나비처럼 그 길로 이끌려간다. 혼자 김유신 장군 묘로 가는 수도산길을 걷고, 그 아름다운 터널에 잠기면 경주의 봄이 그 속에 다 들어찬 듯하다.
이튿날은 가족을 만나 남산으로 갔는데 쭉쭉 뻗은 참솔 밭 속에 진달래를 피워놓고 기다렸다는 듯 생생히 분홍의 행복을 한 아름 안겨주는 것 같아 고맙고 즐거운 가운데 산소에 갔더니 작년에 손봐둔 봉분이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어서 이 또한 감사했다. 집안에 길흉사가 아니면 만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인데 비록 모습은 뵐 수 없어도 구심점이 되어 주시는 부모님의 넓은 품이 있는 산자락, 그곳에 가면 늘 포근함을 느낀다. 우리는 인사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은 다음 내려와서 어른들은 집으로 가시고 조카들과 보문호수 꽃길을 돌아 벚꽃을 보고 반월성으로 갔다. 반월성의 벚나무는 신라의 역사를 알만큼 오래 살았는지 꽃가지가 땅바닥에 닿을 듯이 늘어졌고 키도 크지만 대지를 차지하고 있는 한 그루의 하얀 몸체가 경외스러울 만큼 대단하다.
봄이 오기 전에는 꽃이 그 까만 몸속에 들어차 있음을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그 많은 꽃을 품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따사로운 볕이 무엇이길래 겨울눈을 저토록 아름답게 뜨게 하는지 봄은 언제라도 경이롭다. 반월성엔 벚나무뿐 아니라 소나무도 신목이다 형태도 아름답고 수령이 높은데도 늘 푸르고 멋지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반월성이 요즘은 심기가 좀 불편하다. 성안의 드넓은 초원이 발굴 때문에 다 헤집어졌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작업 때문에 어수선하다. 난 차라리 옛날 그 푸른 초원으로 두었을 때가 더 좋았고 아이들과 소풍 가던 그 모습이 더 보고 싶다.
성 밖 첨성대 일대는 사계절의 꽃이 다양하게 조성되어서 언제 가도 드넓은 꽃밭이다. 오월엔 어떤 꽃이 있을지 기대된다. 오월이면 다시 가고 팔 원이면 또다시 가서 연이 가득 피어 있는 연밭을 볼 것이다.
경주 금선사의 종각
경주 수도산 길
경주 남산 성묘 가는 길
산소 앞에 피어 있는 유난히 이쁜 진달래 송이
우리 어머님의 모습일까?
남산길
보문호수
반월성 소나무
성 밖의 꽃밭
반월성 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