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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방장산

코스:장성 갈재-511봉-쓰리봉-서대봉-연자봉-방장산-억새봉-벽 오봉-갈미봉-양고살재 꽃이 없는 달 2월, 일 년 열두 달이 다 좋기만 하다면 꽃을, 단풍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눈꽃마저 져버린 2월은 침묵하는 달이다. 산천은 뭇 생명들의 동면으로 침묵하고 인간은 들뜨지 않는 마음으로 침묵하는 달이다. 2월의 산행은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생명들이 스스로 잠에서 깨어 동토를 뚫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발걸음에도 조심하며 조용히 길을 가야 한다. 2월이 되면 하늘에서는 봄을 주제로 어떤 무대를 설치할까를 고민하고, 땅에서는 봄의 무대에 어떻게 꽃장식을 힐까를 고민하는 계절이고 지금쯤은 아마 봄의 프로젝트를 위한 기획이 진행 중일 것이라 생각된다. 천지간에 인간이란 얼마나 축복..

등산 2017.02.22

서울둘레길7코스(제주완클)

코스: 가양대교-난지도 하늘공원-월드컵경기장-불광천-앵봉산 제주올레 완주 후 어떤 목표도 세우지 않고 지내는데 원하지도 않았던 또 하나의 길이라는 테마의 링 위에 선 것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둘레길을 처음 걸을 때만 해도 모여서 걷기에 좋은가보다 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이어지는 링이 왠지 완주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제주올레를 걸을 때도 호기심이 반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완주라는 욕심까지 생긴 걸 보면. 서울 둘레길도 그렇게 되려는 지도 모르지. 7코스를 가양대교에서 시작하는데 춥다고 하지만 한겨울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리 위에 올라서는 순간 그게 아니었다.수많은 겨울산행을 했어도 산에서 맞는 바람은 언제나 나무가 1차로 맞아주고 사람은 2차로 바람결에 스치기 때문에 소리만 요..

living note 2017.02.13

덕유산 설경

코스:안성 매표소-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무주구천동계곡-삼공 매표소 주차장. 내 맘 속의 샹그릴라 겨울 덕유산, 대자연의 무위가 만들어낸 실경산수에 잠자던 서정이 땀구멍마다 다 들고일어나 마음 밖에서 뛰어논다. 기대는 행복을 불러오고 그 기대가 충족되면 행복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올겨울 행복이 여기서 사라진다고 해도 여운은 오래 남을 거야. 처음으로 덕유산 설경에 빠져 한동안 그 여운으로 보냈던 기억을 안고 다시 그곳으로 간다. 노루꼬리만큼 길어진 밝음이 어둠을 밀어내지 못하는 시간에 첫새벽을 가르며 달려가는 마음속엔 하얀 눈밭으로 채우고 백지로 간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모른 체, 채색이 필요 없는 그림을 연상하면서 도착한 무주 안성, 조용한 안성 계곡을 출발해서 동엽령으로 가는 길엔 얼마나..

등산 2017.01.25

다시 찾은 제주올레 5코스

2017.1.18 어제는 한라산에서 밤새 지은 집이 사상누각이 되었고 오늘은 기대치에 돌덩이 하나를 메다는 걸 잊어버리고 집을 나섰더니 또다시 나의 기대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차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퍼 편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따뜻한 날씨에 새파란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서울에 두고 온 겨울은 잊어버린 체 봄 속을 걷는다. 겨울여행은 짐이 무겁다는 게 단점이다.별것도 없는 배낭이 옷의 무게만으로도 너무 무거워 자꾸만 뒤를 잡아당기는 듯하고 그 짐에 내가 속박당하는 느낌이다. 어제의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새벽 여명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남원포구에서 시작해서 쇠소깍에서 끝나는 비교적 짧은 코스로 13.1킬로다. 제주터미널에서 남조로행 버스 730번을 타고 남원포구에 내려서 ..

제주의 사계 2017.01.19

제주 한라산

2017.1.17 하룻저녁에 열두 기와집을 짓는다는 말이 있는데 어젯밤 김포공항에서 지은 집은 사상누각이 아닌 `한라 상설각`이었다. 떠나기 전 주말에 제주에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속으로 날을 잘 받았군 생각했다. 밤 9시에 숙소 근처에서 먼저 우뚝한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을 바라보니 하얗게 보였다. 그것이 눈인지를 모르면서도 가슴은 두근거리고 밤은 너무 길었다. 숙소에 들어가 있는데 제주에 계시는 분 한테서 문자가 왔다."어제는 바람 때문에 입산통제가 되었습니다." 이 역시 내 맘대로 해석한다."분명 눈이 너무 많이 오고 바람이 심해서 통제를 했구나"그렇다면 내일이 적격이겠다고 생각하며. 한 번 더 날을 잘 받았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기다렸던 새벽이 오고 여명 속에 길을 나섰는데 새벽빛에 보..

등산 2017.01.19

강원도 오대산

2016.1.10일 코스:진고개-동대산-1262봉-두로봉-두로령-임도-주차장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오대산 두로봉이다.해발 1429.9의 높이를 오르기 위해 960미터의 진고개까지 차로 이동해서 우선 동대산을 향해 간다. 오대,동,서, 남,북과 중대를 떠받치고 있고 각 대마다에 사찰이 있는 산이다. 중대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 있어서 오대산은 불국토를 형성하고 있는 성스런 산이다.서울로 이사 오기 전 성지순례로 적멸보궁에 간적이 있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주변을 보지 못했고 철야기도를 드린 경험이 있는데 늘 오대산의 전경이 어떤지 궁굼하다가 몇 년 전에 또 갔지만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또 산세를 보지 못했다.이번에 세 번째 도전해서 가는데 이번에야말로 우리나라 사람이 인정하는..

등산 2017.01.11

2017년 정유년의 첫장

정유년 나의 사이버 집의 대문은 남한산성의 4대 문과 함께 열고 용틀임하는 하얀 성을 걸어두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비운의 성일지라도 그 모양새를 보는 순간 성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으니 마치 거대한 용이 온몸을 비틀면서 승천하는 듯한 모습으로 뚜렸하게 보여서 새해 대문 그림으로 적격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은 이제 2세한테로 넘어가고 나에게 남은 일은 어떻게 놀까, 어디서 놀까? 하는 비생산적인 일 같지만 그것이 결코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잘 사는 것이 자식들을 위하는 일이고 자식들을 편하게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 대가를 누리는 것이고 그 자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라고..

등산 2017.01.02

계룡산(송년산행)

연말인데도 이렇게 태연할 수가 없다. 연말이 되면 어떤 특정 지을 수 없는 그 무엇에 끄달리며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런데 올 연말은 주부의 정년을 맞은 나조차도 무관심할 수 없는 정치 사회문제들이 단조로운 일상조차 방해를 받을 정도로 블랙홀이 되어 빨아드리고 있다. 평소 낮시간에는 티브이를 켜지 않던 내가 요즘은 하루 종일 떠들어 대는 종편방송에 빠져 분노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한해의 시간대가 석양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개인의 관심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물방울이 되는 거니까 끝까지 무관심할 수는 없다. 바쁘게 살던 시절에는 날씨에 민감할 여유도 없이 살았는데 요즘은 매일 날씨에 큰 비중을 두게된다.날씨와 관련된 앱을 3개씩이나 깔아놓고 들여다보는 것은 특별한 일을 하는..

등산 2016.12.28

춘천 오봉산

오늘은 동짓날이다. 하지에서 시작한 시간의 변화는 하루에 1분씩 줄어들면서 약 3시간이 짧아져서 동지에 기점을 찍고 마치 음지에서 양지로 나가는 것처럼 오늘부터 점차작으로 양지를 지향해가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 속에서 음양이 이루어지고 그 음양 속에서 만물의 소생과 성장과 결실이 상생되어가는 순환과정에서 오직 사람만이 그 궤도를 벗어나 앞으로만 나가는 일차원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내 생의 직선의 끝이란 소실점보다 더 멀어 보이진 않지만 분명 그 한계로 가고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직선의 끝이 두렵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오늘이다. 내가 그어온 산행거리가 올해 들어 부쩍 줄어들었다.마음은 더욱 늘려놓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어느새 동지를 맞아 구구소한도 한 그..

등산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