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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의 사계

멀리 가지 않아도 봄꽃이 지천이더니 그 봄 밭에 여름이 놀다 가고 뜨겁던 여름이 안겨준 화병이 밖으로 드러나는 듯한 가을이 왔지만 상처를 오히려 그림으로 펼쳐놓는다. 이 모든 그림이 지워지는 겨울이 오면 설경을 붙여야겠다. 집 바로 옆 솔밭 산책로,이 길로 루비와 매일 산책 나가는데 솔향기 맡으며 수목원에 잠겨 있는 듯한 곳. 법화산 산책로 아이들이 꽃이다. 산딸나무 팥배나무 열매 루비와 산책하는 개천 산책로 탄천 지류 개천 맑은 물이 사계절 마르지 않고 흘러간다. 근린공원

우리마을 사계 2016.10.14

설악산 만경대

촌철살인 같은 우리나라 속담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요즘 연일 떠들썩한 뉴스가 있었다. 마침 가을을 맞아 46년 만에 개방한 만경대 이야기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를 틔워줘야 하는 이치가 경화를 막는 건 맞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일 때는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경관 좋은 설악산 흘림골을 막으면서 가을 비경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경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만경대를 개방했다. 시간적으로 따지면 내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떤 것에든 부화뇌동이 일어나게 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그 숨겨졌던 비경을 보고 싶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조기출발에 맞혀 새벽하늘 쳐다보면서 집을 나섰다. 푸른 첫새벽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고..

등산 2016.10.05

관악산 사당코스

어느 맑은 5월에 느닷없이 관악산으로 간 적이 있다. 비 온 후 너무 맑아서 계획에도 없던 일을 생각이 일면 바로 실천하던 열정적이던 그 시기에 있었던 기억들이 망각 속에 묻히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찾은 그곳, 지난 기억들이 잊힌 자리에 새로움으로 가득 차는 사이 난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나갔다. 서울 근교 산행에서 벗어나 "산 넘어 저쪽"이란 칼 붓세의 시구처럼 멀리 가면 더 좋은 걸 본다는 생각에 빠져 한동안 헤매었다. 시에는 행복 찾아 멀리까지 갔다가 눈물까지 거두어 되돌아왔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는 않았다. 행복은 찾아 나선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라 행복을 줄 수 있는 곳을 알고 찾아가서 행복을 맛보고 그 행복은 그 자리에 두고 오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찾아가면 항상 그곳에 있는..

등산 2016.09.14

원도봉계곡

원도봉계곡에서- 망월사-와이계곡-포대능선 우리는 극락으로 간다. 중생교, 천중교, 극락교를 지나 드디어 도봉 주능선을 주름잡고 있는 포대능선에 올라 극락에만 있을법한 도봉산 최고봉을 바라보는 마음자리는 어느새 극락의 품에 안기운 듯 아늑해진다. 도봉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서울이고 원도봉계곡쪽은 의정부시로 구분된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길을 다시 오르니 아무것도 관찰할 줄도 모른 채 남의 뒤만 졸졸 따르던 때와는 달리 이제야 뭔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긴다. 이 코스는 수많은 선사들이 지났던 길이고 구도의 길이어서 이 길이 어떤 길인지를 사색하면서 걷는데 늦둥이로 태어난 매미도 아직 구애를 이루지 못했는지 단말마 같은 소리는 힘이 없고 한여름 그 좋던 계곡은 뼈대가 드러나 앙상한 빈티가 나고 푸르던 ..

등산 2016.09.07

상주 도장산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해마다 여름 한 철 삼복더위는 견디기 힘든 법인데 당해의 더위를 넘길 때는 "올해가 가장 더워"라는 말을 하게 된다. 올해는 또 가장 덥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가을로 가는 길목에 선 것 같은 날씨다. 계절은 선을 그어놓고 오늘부터 가을이다라고 하지 않는다. 갑자기 성큼 맛을 보여주고 뒤로 물러났다가 서서히 바뀌는 과정을 계절마다 느끼는 점이다. 삼복더위를 피해서 두 달을 쉬다가 서늘한 기운에 산으로 갔더니 뜨겁던 여름이 남긴 상처들이 나뭇잎에 남아 있었다. 산꼭대기마다 이른 단풍이라도 든 것처럼 갈색들이 보이고 약간 울긋불긋한 가을의 흔적같이 남겨져 있었다. 올해는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을 것 같다. 초목들이 곱게 단장할 힘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벌..

등산 2016.09.01

금선사의 달밤(우란분절)

음력 7월 보름, 지옥문이 열리는 날 밤 달빛 청아하다 살아서는 해가 뜨면 깨어나고 죽어서는 달빛으로 깨어나는가 서라벌의 진산 선도산 정수리에 새벽달 푸르고 목련존자 지극한 정성으로 어머니 손잡고 달 속에서 걸어 나오신다 우리 몸이 우주이며 태극인걸 양의 기운 점점 쇠하고 사그라들면 태극 같은 몸은 꼬리만 남고 그 꼬리조차 사라지면 음의 배아가 점점 성하여 태극의 머리가 푸른 달빛으로 태어나 어둠을 밝히는데 태양으로 살다가 태음으로 된다한들 서러울 게 뭐가 있으랴 거룩한 존자님 달을 박차고 걸어 나오는 길에 푸른 단청 빛나고 초록 잎들은 청제 부인인양 양의 기운이 서리는구나.

living note 2016.08.18

북한산과 도봉산 대표적 암봉

20년, 내다보면 아득하고 돌아보면 찰나 같은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의 줄기는 거스를 수도, 머무를 수도 없어 그냥 흐르게 두더라도 그 줄기를 따라 흐르는 나라는 물체를 잠시 건져서 시작점에다가 다시 띄울 수는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는 물체가 20년 전에 처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던 그 지점, 도봉산으로 갔다. 1992년 서울로 이사를 와서 이웃을 따라 처음으로 시작된 산행이 도봉산 원통사 가는 길이었다.그때만해도 젊었는데 계단을 오르면 무릎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고 아팠지만 아프다고 하면 안 데리고 갈까 봐 속으로 아프면서 열심히 따라다녔더니 2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더 단단해져서 삐걱이지도 않고 더 멀리 더 높이 날고 있다. 요즘 몇 주째 한 달이 넘도록 원정 산행을 쉬면서 삼복더위에는 느리게 올..

등산 2016.07.27

비내리는 창가

비 내리는 창가 비를 휘는 바람 쉬이 닿지 못하는 줄기 꽃을 받혀든 사람 말간 나무들 샤워하는 아파트, 이쁜 공간 있고 커피 있고 분위기 있고 음악 흐른다. 한 모금 흘러드니 단전에 투과되는 빛처럼 따스다 몸은 풍경 8층에 갇혔고 발 묶인 시선만 비 맞으며 쫓아다닌다. 빛없고 먼지 없고 볼일 없고 시선 거두어 눈에 가둔다. 비 그치면 강아지 몰고 빗속 말간 풍경 속으로 간다.

living note 2016.07.05

수원화성

길 위의 인연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 그 길 밖에서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는 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길 위에 서 있는듯한 것은 인연의 끄달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출발은 서로 달랐으나 결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길을 있어가면서 한 지점 완주의 언덕에서 서로 만났습니다. 그 감동은 식을 줄을 모르는지 아직도 이어지는 동행의 길 연장선상에서의 만남이 있어 너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이만큼 살아오면서 뒤돌아보니 삶 자체도 하나의 인생행로라는 긴 길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부모 밑에 있을 때는 어떤 정해진 길도 없이 마구잡이였으나 결혼이란 새로운 출발점에 서면 누구나 먼저 인생 설계도면을 그려두죠. 어떤 사람이 그 아름다운 설계도에 가시밭길을 그리겠습니까만 살다 보니 지는구먼 설계변경이 그려지고 설계대로..

등산 201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