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1

경인년 정기 산행을 마치면서

세월이 빠르기를 쏜살같다 하는데 쏜살이 아직도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더니만 어느새 내가 표적이 되어 쏜살을 받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너무 빨라한 생애의 한계점에 점점 더 빨리 다가가는 것 같은 이 느낌, 참 서럽습니다. 그래도 지향하는 그 무엇이 있어 계속 흘러야만 하지요.  오늘 정기산행을 마치면서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겨우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산행조차 참석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았던 날들에 이루어 놓은 게 무엇인가를 잠시 단상에 잠겨보는 시간은 어떨까요?  몇 번 참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참 즐거웠던 시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새해 아침 사모바위에서 해맞이로 시작해서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만월과 일출을 동시에..

등산 2010.12.12

가을의 여운

아쉬운 가을이어서 혹시 그 여운이라도 있을까 싶어 혼자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배낭을 꾸리면서 딸아이 앞에서 혼자 산에 갈 때는 완벽하게 잘 챙겨야 돼 부족한 게 있으면 안 되거든 일행이 있으면 부족해도 옆 배낭에 들어있을 수 있으니 걱정이 없지만 혼자는 나에게 없는 것은 힘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으니까, 가다가 떡이나 사야겠어하고 고구마 한 개와 사과 한 개 커피와 뜨거운 물을 넣고 나서는데 딸이 효도한다고 산 아래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바람에 그만 떡을 사는 걸 잊어버리고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아차 했지만 그렇다고 내려갈 수도 없어 그냥 올라갔다. 코스를 봉성암, 용암문 대피소를 거처 백운데로 갔는데 아래쪽에는 단풍잎이 마르긴 했지만 떨어지진 않아서 멀리서 보면 아직도 가을의 여운이 남아있어 아쉽..

등산 2010.11.29

2010 만추의 북한산

칼바위 능선, 문수봉을 거처 응봉능선으로 하산,마을버스를 타고 출발했기에 연신내나 불광동쯤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줄 알았는데 차는 자꾸만 가고 몇 명은 졸고 있고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한 시간 이상을 달려서 평창동까지 가는 게 아닌가. 그만큼 달려도 북한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북한산이 얼마나 장대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그 둘레가 성곽처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서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수호신인 서울의 진산이다.  며칠 전 때아닌 겨울 같은 날씨가 곱던 단풍잎을 다 말려 놓아서 기대했던 단풍 물결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산은  갈색톤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목적지 첫 코스가 나오고 칼바위란 명칭이 좀 섬뜩하긴 해도 묘하게 발 디딜 곳은 다 있었다. 어떤 산..

등산 2010.10.31

찬란한 아침

창마다 커튼을 드리운 채 깊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닫힌 창문으로 밀려들지 못하고 부딪친  햇살들이 창을 달구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이 찬란한 아침 풍경을 아주아주 큰 지구라는 보석이 태양빛을 받아서 발산하는 광채다.남으로 난 창문마다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아침햇살에 쌓여있는 이 가을 아침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시작이다. 대충 아침을 먹고 앞산 공원으로 마구 내달렸다. 이런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순간 행복이 별게 아니라는 외침이 가슴 가득히 차 오르고 막 깨어난 싱그러운 숲 속을 거닐면서 가장 잘 어울리는 본 윌리암스의 `날아오르는 종달새`를 들으며 고음으로 치닫는 바이올린 선률에서 종달새의 힘찬 날갯짓을 본다. 조용한 숲 속에서 한가로이 듣는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감미로운 선율에 한없..

등산 2010.10.15

가을속의 노고산

경기도 장흥 노고산, 우리나라의 자랑은 아름다운 가을 하늘도 일부분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하늘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파랗기만 하다면 밋밋할 수도 있는데 맑고 파란 하늘에 양털 같은 뭉게구름이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노고산 정상 헬기장에서 보는 풍경은 주변 산들이 동그라미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양새인데 그 동그라미 속에서 우리 일행이 마치 들꽃 같은 주인공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둘레의 하늘에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라도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주변에는 구절초의 청초한 순백색과 가을꽃들이 오르내리는 길을 한결 즐겁게 해 주 고삼 각산의 위치가 가장 높게 보이는 곳이라 노고산에서 바라보는 백운데, 만경대, 노적봉이 삼각산으로 명명된 유래를 보..

등산 2010.10.10

둘레길 대신 사패산

어제는 4차 둘레길 가는 날인데 참가 인원이 어른 4명밖에 안 되어서 도봉산 줄기 끝부분에 해당하고 의정부 쪽에 위치한 사패산으로 갔습니다. 둘레길은 3차까지 갔던 사람들이 다시 함께 갈 수 있을 때까지 보류해 두었습니다. 사패산은 별도의 산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하지만 거대한 콘크리트 같은 암석으로 되어있어 산이라고 할 만큼 큰 봉우리여서 산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사패산은 그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거기서 바라보는 사방의 경치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정부가 내려다 보이고 삼각산도 보이고 산들이 겹겹이 이어져 보이는 풍경이 지리산 어디쯤에서 찍은 사진처럼 보입니다 날씨가 흐리다가 비가 왔지만 붉은 구름띠가 길게 이어져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아주 멋지게 보였습니다. 저는 어제 ..

등산 2010.10.03

8월 정기 산행의 일탈

어제의 빗줄기가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는지 조용한 휴일 아침 창밖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네요. 어제 산행하고 오신 대원님들 아직 곤하게 주무시고 계시겠죠 산행코스는 짧았지만 비를 맞았고 오랜만에 한 산행이고 뒤풀이 족구까지 하셨다면 그러실 거예요.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잠재되어 있는 동심은 더 성장하지도 상실하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대원님들이 가식과 속박에서 벗어나 금지된 장난을 치시는 모습에서 누구나 가끔씩은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가식만 아니었다면 그 맑고 풍부한 계곡에 뛰어들고 싶었으니까요. 평소에는 비에 맞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하지만 마음 놓고 비 맞을 준비가 되어있어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

등산 2010.08.29

다시쓰는 공룡능선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22킬로미터, 12시간 행보, 1275봉의 높이 이 험난했던 여정을 지친 몸으로 대충 써 두었던 산행기가 뭔가 빠진 듯해서 다시 쓰려는데 아직도 그날의 여정이 땀이 밴 채로 마음속에 뭔가 못다 한 말들이 남아있어 마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여행길에 날을 잘 받는 것도 행운일 것 같지만 어쩌랴! 받아놓은 날을. 장마철에 비를 파하는 것 또한 지어놓은 복 통장이 없이는 귀하게 찾아 쓸 수는 없는 법, 비를 맞으며 체력을 아끼면서 산을 오르는 길은 즐거운 고행이었다. 고생하지 않고 공짜로 얻어지는 가치는 없다.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기쁨을 맛 보려는 것은 노력도 하지 않고 출세를 하려는거나 마찬가지인 욕심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그날의 고행은 행복의 ..

등산 2010.08.02

설악산 공룡능선

장마철에 떠난 우중산행 우리에게 비박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야영쯤으로 생각했더니 이번 경험에서 그 개념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박은 비를 맞으면서 고생스럽게 자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공룡을 알현하러 간다고 했으면 어땠을지, 감히 공룡을 잡으러 간다고 나섰으니 먹히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고문님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하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밀어붙이는 특기는 우리 나리에 딱 한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좋은 뜻의 밀어붙이기의 흔들림 없는 힘이 또 한 사람이 우리 마을에도 있었다. 누군가가 중심이 되어 단체를 이끌지 않으면 언제나 일은 그르치게 되어 있는데 무모하게도 그냥 비가 오는 것도 아닌 적중률이 높은 장마철 호우주의보,그 우중에 걱정 반 행복 반으로 떠..

등산 2010.07.19

매화와 매실 사이

대서문에서 노적봉까지,유월 초순 날씨가 31도를 넘는 것이 정상인지, 아직은 아닐 것 같은데 햇볕이 너무 따가웠지만 습도가 없어 산을 오르는데는 힘들지만 숲 속에 잠겨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지나다니고 그 바람에 꽃향기도 실려오고 맑고 푸른 하늘은 산 아래 뙤약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고 나와는 상관없는 날씨가 되어버린다. 아직은 호박꽃 정도는 된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은 작년 사월에 다른 곳 보다 유난히 일찍 꽃이 피었던 하얀 꽃밭이었던 장소가 어떤 이는 복사꽃이라 하고 우리는 벚꽃이라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아 열매를 보면 알겠지 하고 있다가 드디어 다시 찾은 우리들의 꽃 찻집에는 예상을 깨고 그것이 매화꽃이었고 상상도 못 했던 매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그 아래 떨어진 열매만 해도 술 한독..

등산 201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