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3

운해가 감도는 백운대

어제 낮 12시 즘에 갑자기 누가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엇엔가 이끌려 점심을 먹고1시에 출발해서 백운데를 갔습니다 중간쯤에서 먹구름이 밀려와 너무 깜깜하고 무서웠지만 기어이 올라 백운대에 도착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풍경을 드디어 보게 되니 하찮은 재주에도 절로 시가 나왔습니다. 누구라도 그랬겠지요. 아!, 백운대 깜깜한 심해 속을 기어 올라 나는 가네, 광명을 찾아. 초록을 삼켰다 뱉었다 하는 구름의 입속을 발버둥처 보지만 허공만 젖고 있네. 헐떡이는 가슴으로 백운대 꼭대기에 앉고 보니 득도라도 한 것인 양 발아래 운해에 떠 다니는켜켜이 쌓여있는 도시가 아집이 배를 채운헌 짐짝 같기만 한데 저걸 버리지 못해 인고의 세월을 무수히 참았던가! 인수봉을 넘나드는 구름이 차마 백운대까지 삼키지 못..

등산 2011.07.10

다시보는 불곡산

창밖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고 연일 비가 내리다가 하루 반짝 들어주는 날 그냥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 것 같은 축축한 마음을 말리기 위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마을 산악회 번개모임으로 양주에 있는 불곡산으로 내달렸다. 땅에 있는 습기가 피어오르는 건지 스모그인지 날씨는 뿌옇고 텁텁했지만 우중에 그만하면 뜨겁지도 않고 산에 오르기에 무난한 날씨였고 막힘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것도 밭에서 풍기는 거름냄새도 향기처럼 느껴지는 오랜만에 신나는 산행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시 길 위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꼭 북한산로에서 바라보는 이말산과 북한산의 형상과도 흡사했다. 잘 모르고 갈 때는 무조건 정도로 가야 하지만 워낙 꼼꼼하게 준비해 온 리더님의 덕분으로 샛길로 접어들었더니 전에 두 번이나 다녀갔던..

등산 2011.07.03

5월 정기산행에서

언제부턴가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주머니에 작은 물건 하나가 만지작 거려진다. 집을 벗어나면 세상의 한 단면이 내 작은 물건 속으로 들어오고 그 세상은 나의 생활의 단면이 되기도 하고, 보이는 것 모두가 내 작은 물건 속에서 보석 같은 한 조각으로 남아 나와 함께 빛나는 순간들이다. 살아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살아갈수록 세상이 찌그러져 보인다거나 내 마음 밖의 일이라면 얼마나 피폐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면 작은 렌즈 속으로 들어오는 셔터의 찰나는 모두가 순간 수간의 행복의 조각들이다. 꽃잎 하나하나, 아이들의 몸짓, 바람에 살랑이는 작은 떨림마저도 그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건 살아온 시간만큼 세상을 향한 시야가 넓어지고 관용 의심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리라. 오월을 끝으로 ..

등산 2011.05.29

경주남산 기행

가장 좋은 계절에 가고 싶었던 경주남산, 드디어 오월 중에서도 산행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다 갖춘 날 날아가는 기차를 타고 남으로 가는 길은 살아있는 풍경화 속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는 느낌이었다.전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신경이 쓰였지만 난 운좋게도 남북을 오가는 사이에 비는 한 방울도 맞지 않고 비 사이사이를 피해 다니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처럼 파아란 산에 아카시아꽃이 뭉게뭉게 피어 있었고 달려가는 동안 마음이 즐거워서 전 날에 잠은 거의 못 잤지만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수면효과를 내는 아주 평화롭고 편한안 상태였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주는 발을 내딛는 순간 아카시아향이 온 몸으로 밀려 들었다.경주남산에는 시부모님 산소가 모셔져 있기도 하고 그 곳에 살 때 자주 찾아가던..

등산 2011.05.22

운무에 쌓인 북한산 (진관사)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어느 절에 이름을 올리고 소속이 되어있지 않다, 소속이 되면 자유롭지가 않기 때문이다. 마음 가는 대로 찾아다니다 보니 며칠 전부터 이번 초파일에는 어디로 갈까를 생각다가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정이 가는 진관사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평소 습관 때문에 잠들지 못해 새벽에 가려다가 아침을 먹고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개발이 진행되면서 진관사 진입로에는 넓은 대지가 조성 중인데 오늘은 그곳이 다 주차장이 되어있고 비가 오는데도 소형 버스들이 끝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그래서일까 질서도 없고 장소는 협소하고 온통 어수선한데 이왕 왔으니 법요식이라도 보고 가야겠다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조금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등산 2011.05.10

고려산 진달래

절정의 순간고려산은 봄의 절정이고, 진달래는 고려산의 절정이고, 연분홍의 취기는 감정의 절정이었다. 절정으로 치닫는 꽃밭에 향기가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거기다가 꿀맛 같은 향기까지 있었더다면 누가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겠는가. 술에 취하면 약이라도 있지만 꽃에 취하면 약도 소용없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는 길은 묵묵히 다가 가지만, 소문만 듣고 가는 길엔 의심하는 마음이 수반 된다. 고려산이라고 들어섰는데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리고 온 탓에 아무리 봐도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말산 진달래보다 나은 게 뭐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이왕 왔으니 정상까지는 가 봐야 무엇이 나올 것 같아 산등성이 하나를 넘고 정상이 보이는데도 진달래는 특별하지 않고 시기가 일러서 그런가 또 실망을 하겠다 싶었..

등산 2011.04.23

노란각시를 만나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단 한 번의 기억으로 남겨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첫사랑의 추억처럼, 그걸 지키지 못하고 오늘 또 오류를 범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3년째, 첫해 봄에 진달래 능선에서 능선 양쪽으로 진달래가 마치 래드 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주인공의 들러리처럼 화려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 나는 그 길을 선택된 주인공처럼 진달래의 축복을 받으면서 걷는 기분을 느꼈었지. 그렇게 기분 좋은 기억을 담아 오던 밤에는 잠도 이룰 수 없었다.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낮에 본 그 꽃 길이 깜깜한 밤에도 꽃잎을 열고 그 빛깔로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을까, 아니면 달님이 놀아줄까,하는 철 없는 생각 때문에 해마다 봄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추억인데 차라리 아름답게 남겨둘 걸 작년 봄에도 찾아갔었고 오늘도 찾..

등산 2011.04.20

노루귀의 자태

청, 백 노루귀의 아리따운 자태                                                                       목이 길어서  청순가련미가                                                                       넘치는 순수한 처녀 같다.                                                                       가녀린 목에 솜털이 보송보송                                                                        도시의 세련미를 본보지 않은                                      ..

등산 2011.04.09

2011년 마을산악회 시산제

장소: 경기도 장흥면 노고산, 삼각산이 바라보이는 곳 (삼각산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는 곳) 소생하는 자연의 질서가 시작되는 때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언제나 힘 있는 자에 따라 그 질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자연의 질서에는 다투는 법 없이 순리에 따른 생명들의 질서가 참 경이롭기까지 하다. 모두가 봄이 오면 진달래의 꽃소식을 먼저 기다리지만 진달래는 그 바람대로 잘난 체 생강 꽃보다 먼저 피는 법이 없다. 생강 꽃이 봄물 결의 첫 테이프를 끊고 나면 연이어 개나리 진달래가 따라서 피어난다. 이즘이면 이산 저산에서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지나간 한 해의 감사함을 실어 새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하나의 절차를 시행하는 산사람들의 경건함을 볼 수 있는데 어제는 우리 마을 산악회도 예외 없이 그 절차에 따..

등산 2011.03.27

마을 산악회 2월 정기 산행 (파주 감악산)

어제 산행을 한 뒤라 곤히 자고 났더니 아침부터 촉촉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눈이 오래 덮여 있었으니 갈증이 날 때는 벌컥벌컥 물을 마셔야 해소가 되듯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눈 물을 받아 마시기에는 해갈이 되지 못하던 대지의 생명들이 비라기 보다는 비료 같은 물기를 적기에 마시게 되었으니 바라보는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것 같다. 연초에 회의를 거쳐 새해부터는 가끔씩 원정 산행을 하기로 정하고 어제가 그 처음인, 파주에 있는 감악산으로 갔다. 봄기운이 도니 어린 대원들이 여럿 참석하게 되어 반가웠고 그동안에 키도 큰 것 같았다. 총 20명이 참석했고 승용차 4대로 나누어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도 했지만 처음 가는 곳이라 모두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산 입구로 진입하는 길..

등산 201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