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7

북한산 14성문 종주

산성둘레에 있는 16개의 문 중에 대문이 달린 성문이 6개, 암문이 8개, 수문이 2개다. 이 중에서 수문 2개는 유실되고 터만 남았다. 수문, 대서문, 중성문, 중성문암문(시구문), 중성문수문터,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백운동암문(위문), 북문, 서암문(시구문)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한 해를 허송세월 한 건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을 때가 그랬고, 이번에 북한산 14 성문 종주를 하고 나서 참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그동안 수없이 북한산을 오르내렸지만 하루에 성문을 다 돈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을 ..

등산 2011.09.20

정기산행 북한산 의상능선

기다리지 않고 오는 계절은 없다. 기다린다고 더 빨리 오는 계절도 없다. 계절이 바뀐다는 건 그만큼의 세월도 흘러야 되고 자꾸 소중하게만 생각되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잃는 것도 있지만 내 얼굴에 주름 하나 더 붙어도 용납될 만큼 봄가을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황혼의 불꽃같은 단풍이 그렇게 빨리 사그라지는데도 말이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의식주만큼이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계절과 그 속에 포함된 날씨인 것 같다. 절기 속에는 어느덧 가을인데, 오고 가는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자연과 계절의 교차점에서는 `초`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서 초봄, 초여름, 초가을이라고 구분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정기산행이 있는 날인데 하늘만 가을색이지 날씨는 한여름이고 그렇게 많던 물든 어디로 흘러가고 가난한 계곡에 물이 놀..

등산 2011.08.29

한 발 차이가 삼천포로.......

힘 빠진 매미소리도 느려지고 아침저녁은 어느새 서늘함마저 드는데 내일이 처서라니 여름도 다 간 것 같다. 밉다 밉다 해도 헤어질 땐 서운한 게인 지상 정인데 계절도 그와 같다. 비 피해는 많았지만 더위는 작년만큼 심하지 않았는데 막바지라 생각하니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올여름엔 비 오는 날이 많아서 등산을 갈 수 없어 근육들이 너무 느슨해진 게아닐까 싶어 산에는 가고 싶지만 혼자는 선뜻 나서지 질 않아서 딸한테"엄마가 산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우리 같이 갈까?" 했더니 "응, 엄마 좋아"라고 한다. 가끔이지만 산에 가는 걸 싫어하진 않는 것 같은데 문제는 엄마를 못 믿겠단다. 저번에도 위험한데는 가지 말자고 하길래 알았어 북한산엔 의상능선만 피하면 문제없어, 그렇게 말해 놓고는 어디서..

등산 2011.08.22

계곡을 돌려달라

마을 정기산행이 있는 날, 올여름은 유난히 폭우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이라 집 나서는 날 잡기가 겁이 난다. 그렇다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은 폭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이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역사를 다 이루고 죽는데 나는 이만큼 살면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쌓여있는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나에게도 이제 시간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새롭게 마음에 그늘을 만든다. 그래서 폭염 속에서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온 하루였다. 여름에 산행을 하다 보면, 몸에 수분이 다 빠지는 것처럼 땀을 흘리고 나서 하산하다 만나는 계곡에 발 한 번 담그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는 산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장마 끝이라 물속에 뒤섞여 있던 ..

등산 2011.07.25

운해가 감도는 백운대

어제 낮 12시 즘에 갑자기 누가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엇엔가 이끌려 점심을 먹고1시에 출발해서 백운데를 갔습니다 중간쯤에서 먹구름이 밀려와 너무 깜깜하고 무서웠지만 기어이 올라 백운대에 도착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풍경을 드디어 보게 되니 하찮은 재주에도 절로 시가 나왔습니다. 누구라도 그랬겠지요. 아!, 백운대 깜깜한 심해 속을 기어 올라 나는 가네, 광명을 찾아. 초록을 삼켰다 뱉었다 하는 구름의 입속을 발버둥처 보지만 허공만 젖고 있네. 헐떡이는 가슴으로 백운대 꼭대기에 앉고 보니 득도라도 한 것인 양 발아래 운해에 떠 다니는켜켜이 쌓여있는 도시가 아집이 배를 채운헌 짐짝 같기만 한데 저걸 버리지 못해 인고의 세월을 무수히 참았던가! 인수봉을 넘나드는 구름이 차마 백운대까지 삼키지 못..

등산 2011.07.10

다시보는 불곡산

창밖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고 연일 비가 내리다가 하루 반짝 들어주는 날 그냥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 것 같은 축축한 마음을 말리기 위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마을 산악회 번개모임으로 양주에 있는 불곡산으로 내달렸다. 땅에 있는 습기가 피어오르는 건지 스모그인지 날씨는 뿌옇고 텁텁했지만 우중에 그만하면 뜨겁지도 않고 산에 오르기에 무난한 날씨였고 막힘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것도 밭에서 풍기는 거름냄새도 향기처럼 느껴지는 오랜만에 신나는 산행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시 길 위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꼭 북한산로에서 바라보는 이말산과 북한산의 형상과도 흡사했다. 잘 모르고 갈 때는 무조건 정도로 가야 하지만 워낙 꼼꼼하게 준비해 온 리더님의 덕분으로 샛길로 접어들었더니 전에 두 번이나 다녀갔던..

등산 2011.07.03

5월 정기산행에서

언제부턴가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주머니에 작은 물건 하나가 만지작 거려진다. 집을 벗어나면 세상의 한 단면이 내 작은 물건 속으로 들어오고 그 세상은 나의 생활의 단면이 되기도 하고, 보이는 것 모두가 내 작은 물건 속에서 보석 같은 한 조각으로 남아 나와 함께 빛나는 순간들이다. 살아갈수록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살아갈수록 세상이 찌그러져 보인다거나 내 마음 밖의 일이라면 얼마나 피폐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면 작은 렌즈 속으로 들어오는 셔터의 찰나는 모두가 순간 수간의 행복의 조각들이다. 꽃잎 하나하나, 아이들의 몸짓, 바람에 살랑이는 작은 떨림마저도 그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건 살아온 시간만큼 세상을 향한 시야가 넓어지고 관용 의심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리라. 오월을 끝으로 ..

등산 2011.05.29

경주남산 기행

가장 좋은 계절에 가고 싶었던 경주남산, 드디어 오월 중에서도 산행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다 갖춘 날 날아가는 기차를 타고 남으로 가는 길은 살아있는 풍경화 속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는 느낌이었다.전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신경이 쓰였지만 난 운좋게도 남북을 오가는 사이에 비는 한 방울도 맞지 않고 비 사이사이를 피해 다니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처럼 파아란 산에 아카시아꽃이 뭉게뭉게 피어 있었고 달려가는 동안 마음이 즐거워서 전 날에 잠은 거의 못 잤지만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수면효과를 내는 아주 평화롭고 편한안 상태였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주는 발을 내딛는 순간 아카시아향이 온 몸으로 밀려 들었다.경주남산에는 시부모님 산소가 모셔져 있기도 하고 그 곳에 살 때 자주 찾아가던..

등산 2011.05.22

운무에 쌓인 북한산 (진관사)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어느 절에 이름을 올리고 소속이 되어있지 않다, 소속이 되면 자유롭지가 않기 때문이다. 마음 가는 대로 찾아다니다 보니 며칠 전부터 이번 초파일에는 어디로 갈까를 생각다가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정이 가는 진관사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평소 습관 때문에 잠들지 못해 새벽에 가려다가 아침을 먹고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개발이 진행되면서 진관사 진입로에는 넓은 대지가 조성 중인데 오늘은 그곳이 다 주차장이 되어있고 비가 오는데도 소형 버스들이 끝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그래서일까 질서도 없고 장소는 협소하고 온통 어수선한데 이왕 왔으니 법요식이라도 보고 가야겠다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조금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등산 2011.05.10

고려산 진달래

절정의 순간고려산은 봄의 절정이고, 진달래는 고려산의 절정이고, 연분홍의 취기는 감정의 절정이었다. 절정으로 치닫는 꽃밭에 향기가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거기다가 꿀맛 같은 향기까지 있었더다면 누가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겠는가. 술에 취하면 약이라도 있지만 꽃에 취하면 약도 소용없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는 길은 묵묵히 다가 가지만, 소문만 듣고 가는 길엔 의심하는 마음이 수반 된다. 고려산이라고 들어섰는데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리고 온 탓에 아무리 봐도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말산 진달래보다 나은 게 뭐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이왕 왔으니 정상까지는 가 봐야 무엇이 나올 것 같아 산등성이 하나를 넘고 정상이 보이는데도 진달래는 특별하지 않고 시기가 일러서 그런가 또 실망을 하겠다 싶었..

등산 201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