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3

두번째 기록 (3산 종주)

2011년. 떠들썩하게 새 천년을 맞이하고 어느새 11년이나 넘어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뭔가 이루어 놓은 건 없는 것 같고, 생각나는 건 즐겨 찾던 산행기록 밖에 없다. 숫한 산행 중에서도 올해는 두 가지 기록을 남긴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는 지난 한여름 14 성문 종주에 이어 어제 3 산 종주를 해냈다. 내년에 또다시 기록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대 만족을 느끼는 한 해의 마무리 산행을 멋지게 했기 때문에 한 해를 살면서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다 해도 모두 묻힐 수 있을 만큼 내겐 큰 행적이라 할 수 있다.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3 산 종주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샛별 보면서 출발해 희미한 하현 달빛을 받으며 어렵게 산길을 찾..

등산 2011.12.18

첫눈과 밤에 본 월식

올해는 유난히 길고 포근했던 가을이어서인지 첫추위에 몸도 놀란 것 같다. 계절은 늘 그렇듯이 서서히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어 단절하듯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를 이루어 낸다. 어제께 첫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눈발이 날렸으니 산에는 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이말산을 통과하고 진관사 뒤로 출발해서 응봉능선을 오르다가 낭떠러지지만 자리가 좋아서 메모도 할 겸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굶주린 청설모 한 마리가 올려다본다. 그래서 빵 한 조각을 뜯어서 던졌는데 그만 바위틈에 끼여서 청설모한테 닿지를 않는다. 배고픈 청설모와 배부른 나 사이에 둘은 빵 한 조각을 사이에 놓고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자 나서는 길은 정해진 코스를 가기보다는 가다가 그때그때..

등산 2011.12.11

봉화 청량산을 가다

늦가을, 떠날 건 떠나고 남을 건 남는 갈무리의 계절이며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시기다. 새벽에 일아나 분주히 움직이는 덕분에 하루를 포만감이 들도록 채운 날이었다. 집에 있었으면 겨우 책장 몇 쪽이나 너무 기고 티브이 몇 프로를 보고 말 시간을 이용해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에 갔다. 거리가 멀어 오가는데 7시간이나 소요되었지만 그러고도 남는 시간을 멋지게 산행을 할 수 있었으니 최대한으로 늘려가면서 쓴 하루였다. 청량산은 이퇴계 선생님이 즐겨 찾아 사색을 하고 산세를 예찬하며 그 감회를 시로 남겼던 곳이라 많이 가고 싶은 산이었는데 오늘 그 뜻을 이루어 찾아갔더니 생각했던 대로 단풍은 이미 지고 없었지만 화려한 색은 가고 은은한 여운만 남아 기암괴석과 정수리에 잔솔들의 푸르름만이 꿋꿋한 선비정신 같은 은..

등산 2011.11.13

단풍과 단풍

북한산 단풍길 혼자 집을 나설 때는 편한 길로 산책 삼아 다녀와야지 하고 달랑 떡 하나와 뜨거운 물만 챙겨 집을 나섰다. 혼자니까 아무것에도 구애받는 게 없으니까 가벼운 몸이지만 발걸음엔 무게를 실어 한 발 한 발 아주 천천히 걸었다. 중성문을 지나 노적사 입구로 들어섰는데 집을 나설 때 마음과는 달리 연기 없이 피어오르는 화톳불 같은 단풍길을 보고 나도 모르게 휩쓸려 가다 보니 코스가 점점 길어져 7시간을 걷는 성곽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노적사를 살짝 돌아 봉성암 입구로 접어들어 대피소에서 우회해서 대성문까지 갔다가 하산하는데 중간에 반석에 한 잎 떨어져 누운 단풍 같이 앉아서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 같다. 여럿이 가면 지나치면서 함부로 카메라 셔터를..

등산 2011.10.23

설악산 주전골

이번 설악산 산행은 아쉬움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단풍을 볼 수 있고 단풍의 명소이니까 떠난다는 날만 받아 두어도 기다려지는 설렘이다. 그런 마음으로 떠났으니 산행 중에 있었던 다른 일들은 풍경 속에 묻기로 한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 다 갈 수 없었고 주전골만 왕복했으니 더 높은 봉우리의 화려한 단풍은 상상만 하고 온 샘이다. 너무 많은 단체이다 보니 출발에서부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시간이 지연되고 순수 등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수의 뜻대로 설악산 맛만 보고 왔다. 그러나 이날 날씨만큼은 너무 청명했기 때문에 바라보는 설악산의 풍경은 마치 2.0의 때 묻지 않은 시력으로나 볼 수 있는 그런 깨끗하고 투명한 하늘과 단풍 이어 서멀 미를 하면서 굽이굽이 돌아쳤던 울렁거리던 오장육부가 정화되는 특효약..

등산 2011.10.20

수락산

오랜만에 수락산을 다녀왔다. 북한산 밑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수락산이 편해서 참 많이 갔었는데 이번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수락산은 거의가 마사토인데 비가 안 온 지 오래되다 보니 계곡엔 물이 없어 물고기가 헤엄을 못 치고 옹기종기 모여서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대책을 세우는지 가만히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여름 한꺼번에 비를 다 쏟아부었는지 물이 없으니 걷는 산길이 더 거칠어 보이고 먼지투성이라 재미가 덜하다. 무성하던 나뭇잎도 시들어 볼폼이 없지만 청단풍이나 더러는 곱게 가을 치장을 기다리며 싱싱하게 버티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 긴긴 여름 뜨거운 뙤약볕을 견디어 내며 우리들에게 녹색물결로 눈을 즐겁게 해 주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었지 인생의 황금나무는 초록빛이라..

등산 2011.09.26

북한산 14성문 종주

산성둘레에 있는 16개의 문 중에 대문이 달린 성문이 6개, 암문이 8개, 수문이 2개다. 이 중에서 수문 2개는 유실되고 터만 남았다. 수문, 대서문, 중성문, 중성문암문(시구문), 중성문수문터,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백운동암문(위문), 북문, 서암문(시구문)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한 해를 허송세월 한 건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을 때가 그랬고, 이번에 북한산 14 성문 종주를 하고 나서 참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그동안 수없이 북한산을 오르내렸지만 하루에 성문을 다 돈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을 ..

등산 2011.09.20

정기산행 북한산 의상능선

기다리지 않고 오는 계절은 없다. 기다린다고 더 빨리 오는 계절도 없다. 계절이 바뀐다는 건 그만큼의 세월도 흘러야 되고 자꾸 소중하게만 생각되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잃는 것도 있지만 내 얼굴에 주름 하나 더 붙어도 용납될 만큼 봄가을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황혼의 불꽃같은 단풍이 그렇게 빨리 사그라지는데도 말이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의식주만큼이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계절과 그 속에 포함된 날씨인 것 같다. 절기 속에는 어느덧 가을인데, 오고 가는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자연과 계절의 교차점에서는 `초`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서 초봄, 초여름, 초가을이라고 구분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정기산행이 있는 날인데 하늘만 가을색이지 날씨는 한여름이고 그렇게 많던 물든 어디로 흘러가고 가난한 계곡에 물이 놀..

등산 2011.08.29

한 발 차이가 삼천포로.......

힘 빠진 매미소리도 느려지고 아침저녁은 어느새 서늘함마저 드는데 내일이 처서라니 여름도 다 간 것 같다. 밉다 밉다 해도 헤어질 땐 서운한 게인 지상 정인데 계절도 그와 같다. 비 피해는 많았지만 더위는 작년만큼 심하지 않았는데 막바지라 생각하니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올여름엔 비 오는 날이 많아서 등산을 갈 수 없어 근육들이 너무 느슨해진 게아닐까 싶어 산에는 가고 싶지만 혼자는 선뜻 나서지 질 않아서 딸한테"엄마가 산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우리 같이 갈까?" 했더니 "응, 엄마 좋아"라고 한다. 가끔이지만 산에 가는 걸 싫어하진 않는 것 같은데 문제는 엄마를 못 믿겠단다. 저번에도 위험한데는 가지 말자고 하길래 알았어 북한산엔 의상능선만 피하면 문제없어, 그렇게 말해 놓고는 어디서..

등산 2011.08.22

계곡을 돌려달라

마을 정기산행이 있는 날, 올여름은 유난히 폭우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이라 집 나서는 날 잡기가 겁이 난다. 그렇다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은 폭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이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역사를 다 이루고 죽는데 나는 이만큼 살면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쌓여있는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나에게도 이제 시간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인식이 새롭게 마음에 그늘을 만든다. 그래서 폭염 속에서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온 하루였다. 여름에 산행을 하다 보면, 몸에 수분이 다 빠지는 것처럼 땀을 흘리고 나서 하산하다 만나는 계곡에 발 한 번 담그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는 산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장마 끝이라 물속에 뒤섞여 있던 ..

등산 201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