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60

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코스: 석상암-마이제-도솔산-견치산-소리제-천상봉-천마봉-도솔암-선운사 계곡-주차장. 막바지 가을 산행을 나서면서 기대치에 돌덩이를 매달았지만 실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각각의 부제가 붙었지만 일대가 선운산 도립공원인 곳으로 생각되는 선운산 가는 길에 경수산을 돌아보며 오른다. 나설 때는 겨울 같은데 산을 오르면 땀이 나고, 옷 선택이 애매한 철이다. 겨울옷을 입었더니 몸에 척척 감기는 느낌이 개운치가 않다. 11시가 다 돼서 시작하다 보니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 견치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소리제까지 가는 길은 유유자적할 수 있는 조용하고 좁다란 토끼길이 무척 좋았다. .조금 흘렸던 땀은 갈바람에 날아가고 다시 산뜻해진 심신으로 가뿐하게 걸어서 천상봉에 오르면 처음으로 선운산의 위용이 느껴지는 사자바..

등산 2014.11.12

백양산과 내장산 단풍

코스: 백양사 주차장-영천 굴-백양산-새제-소 죽음재-신선봉-연지봉-내장사 제4 주차장. 가을은 봄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봄은 새로움과 희망이라면, 가을은 봄에 맞았던 새싹에서부터 푸르름의 일대기를 보는 것 같아서 그 지켜보는 마음도 생장의 주기를 따라 흐르면서 만추의 한가운데 서게 되면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맑은 하늘만 봐도 그 너머에 있는 사람까지 생각하게 되고 살갗에 닿는 싸늘한 바람기는 그런 마음 간수를 해야 할 때를 알리는 사유의 계절이다. 산행하는 날은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늘을 본다. 새벽하늘에 별이 보이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들뜬다. 이번에는 출발점이 아닌 승차 끝 지점에서 차를 기다리디 보니 차가 늦어지면 겨울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 것 같았다. 이제까지는 항상 바로 차에 오를 수 있..

등산 2014.11.05

설악산 공룡능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코스:오색-대청-중청- 소청-희운각-공룔능선-오세암 백담사.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제1경이며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그곳에서 단풍을 마중가고 싶은 곳이다.대청봉 정수리에 쏟아부어 놓은 암석조각들이 마치 태양열의 집열판처럼 빛을 받아모아 산 전체에 골고루 빛을 뿌리고 한밤중에 내린 찬서리가 밤낮의 괴리감에 몸부림 치다가 어쩌지 못한 초목들은 잎새마다 제몸에 붉은 반점의 상처로 떨었다.작은 반점에서 흘러내린 피가 지혈이 되지 않아 아래로 아래로 만산홍엽으로 수를 놓고 그 피는 백두대간을 흘러 동맥으로 정맥으로 쏟아져 나와 결국에는 한라산에서 지혈이 되리라. 밤 11시에 야반도주 하듯이 달아난 버스가 새벽 3시경에 오색리에 도착했다.한밤중 적막강산에 내린 일행들은 모두가 발등을 밝힐 ..

등산 2014.10.08

설악산 백담사코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설악동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의 마음으로 헤아린다는 건 무리야. 지구는 인간의 것이기 이전부터 먼저 자연이 주인이었으니까. 하산해서 차에 타자마자 서 대장한테 "앞으로 비 오는 날은 산행 안 할 거야"이렇게 말했지만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나면 다시는 안 낳겠다고 하면서 둘째를 낳듯이, 지난주에 그렇게 힘들고도 잊은 듯이 어제는 그보다 배가되는 고행을 했고 며칠이면 또 잊고 우중산행이라도 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일 년에 고기 한 근도 대접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매주 온 산천을 돌아다니는 건 내 발과 다리한테 너무 가혹했어, 그리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속에 조마조마한 산길을 걷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드는 건 내게도 양심이 있어서다. 지난주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좀 더 ..

등산 2014.08.27

가평 석룡산과 조무락계곡

참으로 값진 시간에 찍은 내 인생의 한 순간들이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석룡산을 도마치 고개에서부터 시작한다. 때아닌 가을장마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잡힌 산행이지만 오후쯤에 개인 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는 하지 않고 우산 하나 달랑 들고 나섰다. 큰 비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멎을 듯하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온몸을 적시는 날이었다. `정신적 요리는 마음의 부엌에서 만들어진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오늘 내 마음의 요리가 밥이 될지 죽이 될지 모르지만 이왕 불을 지폈으니 끝까지 해보는 거야. 그런데 오늘은 왠지 죽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살면서 다 치른 가시밭 길이 이즘에 새로 시작되는 걸 보면 역시 인생은 다 살아봐야 알 수 있어 뭐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등산 2014.08.20

인제 조경동 계곡

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라고 한다. 하루살이의 시간 같은 그 귀한 날들을 작년 여름에는 복지부동으로 다 날려버렸다. 땀 흘리기 싫어서. 맞서 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해 주는 날, 어제는 그랬어. 四美로 꽉 채운 날이었어, 금오신화에서 김시습은 사미란,좋은계절,아름다운 경치, 이를 즐길 줄 아는 마음, 유쾌하게 노는 일이라 하셨지. 지나간 시간들이 어디로 달아나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잠재의식으로 깊이 간직되었다가 심적 자극에 의해 어느 순간에 밖으로 표출되는거지,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동심이 맑은 물속에서 마구마구 발동이 되는지 모든 어른들이 아이가 되었다.그러는 사이에 오탁악세는 다 씻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사바로 돌아온다 해도 한 번도 씻어내지 못한..

등산 2014.07.30

북설악 마산 물굽이계곡

설악산에 바람 없기를 바랐더냐, 설악의 바람으로 도전이란 말이 생겼지 않았느냐. 대청봉 정수리에서 산신령이 들려주는 말이 들리는 듯한 바람 많은 날, 오늘은 행운 같은 날의 여름 산행이다. 바람은 언제나 나뭇가지 위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큰 바람이 폭풍의 소리를 내더라도 작은 우리 인간은 바람 아래 놀면서 조금씩만 자비롭게 어루만져 주셔도 무더운 날엔 그 감사함이 바람의 위력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 장마철에 비가 실리지 않은 바람은 삼복더위에 도전하는 산꾼들의 행보에는 배낭 속에 든 어떤 음식보다도 더 이로운 보양식이 되어 준다. 북설악 마산으로 가는 날,북설악은 설악산에 이름은 올렸지만 그 산의 장대함에는 감히 끼지 못하고 설악산 국립공원의 권역에서 경계를 이루며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남한 쪽..

등산 2014.07.23

단양군 올산

유월의 신록이 너무 좋다. 산천은 자연의 법칙으로 충만하고 어느새 매미도 자연의 목소리에 코러스의 선율을 넣는다. 이 푸르른 계절에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열심히 살고 있는 삶의 수당 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단양에 있는 올산으로 갔다.갈 때마다 처음인 산, 그래서 기대치가 높은 산행이다. 둥근 타원형으로 돌아나올 그 산에는 또 어떤 것들이 나를 반길지 모를 그 설레는 마음이 초입의 힘드는 과정은 다 짊어질 각오로 간다. 여름에 산을 오르면서 흘리는 땀은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다 배출해내는 과정이며 그만큼 들어가는 물은 몸을 헹구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물방울이 튀기라도 하면 그것을 닦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전체가 다 젖으면 젖었다는 생각 없이 바람에 맞긴다. 흠뻑 젖은 몸 위로 실바람이라..

등산 2014.06.25

청화산과 조항산

시작점: 늘재-청화산- 암릉-조항산-삼거리 옥양. 이번 산행은 상주와 문경을 끼고돌면서 괴산에서 끝나는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다. 나에겐 꿈만같은 백두대간, 종주는 꿈이지만 그 꿈을 가능성만 열어둔 채 우선은 그 한 구간이라도 걸을 수 있음이 그 길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줄 연습 산행이다. 시작점에서 우뚝한 백두대간이란 표지석을 보는데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이 느껴진다. 그 뒤로는 요즘은 보기 드문 성황당이 있다. 한 마을을 굽어보며 마을 수호신을 모시고 제를 지내던 신성시되던 곳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산꾼들의 의정표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신은 아직 마을을 버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여왕의 왕관과도 같았던 연분홍 꽃물결 그 아름답던 연달래의 축제는 끝나..

등산 2014.05.28

소백산 형제봉코스

거시기 산행, 우리나라 대표 대명사인 거시기엔 어떤 말을 대신해서 거시기를 대입해도 의사소통이 다 된다. 그러나 약간의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자기 합리화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명사여서 때로는 엉뚱한 발상이 될 수도 있는 참 재미있는 엄연한 표준어다.나 역시 이번 산행에서 거시기를 엉뚱하게 생각했었으니까. 어제는 가지 말라는 길로 들어서서 길한테 매를 맞는 날인지도 모른다.그런가 하면 군자이기를 포기한 길이 기도한 것은 사람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산돼지가 다니는 길이라니....... 군자라고 항상 대로행을 하다 보면 삶이 따분할 수도 있어서 한 두 번 정도는 애교일 수도 있으니까. 소백산엔 아직 한 번도 못 갔기 때문에 목적이 뭐든 기대감으로 따라나섰다.그런데 알고 보니 명산의 명불허전을 감상하..

등산 201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