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60

설악산 토와성폭포와 울산바위

호기심 작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설악산 토왕성폭포를 간다. 소공원 주차장에 내려서니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가 백설을 볼 때의 그 마음 못지않게 짜릿한 상쾌함을 준다. 겨울산행의 백미라면 눈 덮인 설경이지만 어디 그뿐이랴 오늘처럼 맑은 날에는 산세의 원래 모습에다가 조명 설치가 된 것처럼 더욱 빛나게 해 주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풍경 그 앞에 서기도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들끓는다. 45년 동안 발길을 허용치 않았다면 그 비경이 얼마만큼일까를 생각하면 그 말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산꾼이라면, 드디어 그 곁으로 다가가는데 계곡에는 입새부터 육담폭포, 비룡폭포, 주인공인 토왕성폭포까지 3개의 폭포를 볼 수 있는 폭포 답사길이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싸늘함을 떨치려고 빠르게 올..

등산 2015.12.30

광주 무등산

코스: 둔병재-안양산-백마능선-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증심사. 12월이 이렇게 따스했던 기억이 없다. 자연도 그 다움에 있을 때가 본모습인데 올겨울은 가장 추워야 할 시기가 겨울이란 본본을 잊은 것 같다. 작년만 해도 산행기록을 보면 거의가 설경인데 올해는 헐벗은 산경을 봄이 오기 전의 모습 같은 산을 본다. 처음으로 광주 무등산을 가는데 날씨조차 꾸물거려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은 마음으로 떠난다. 정해진 날짜에 길을 떠난다는 것은 오직 그날의 일진에 맡길 수밖에 없으니 그냥 가보는 거다. 둔병제에서 출발하는데 안양산까지 오르는 길이 낙엽 속에 감추어진 진흙이 처음부터 힘을 빼는 길이지만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촉촉한 땅에서 뿜어내는 그 향긋한 공기는 청량제를 들이켠듯한 상쾌함이 너무 좋았다...

등산 2015.12.16

진안 구봉산

2015년, 첫겨울산행을 시작한다. 부단히 쫓아다니던 사계의 끝자락에 들어서고 보니 올해도 사계의 묘미를 놓치지 않고 그 한가운데에서 내 안에 내가 주인공으로 충분히 잘 지나왔고 앞으로 나머지 겨울 또한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잘 마무리하는 시간도 역시 산 위에서 할 것 같다. 전북 진안하면 먼저 마이산을 떠올리는데 그 외에도 구봉산이 있었고 마이산에 버금가는 멋진 암 벽산이었다. 진안까지 들어가는 동안 모처럼 맑은 아침해를 차창으로 반갑게 맞이하면서 가는데 산굽이 돌아 물을 만나면 짙은 안개가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면서 간다. 그것도 하나의 풍경이 되어서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3시간 정도 달려서 구봉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짐 정리를 하고 곧장 가을걷이가 끝나고 서리 맞은 고춧대들이 어설프게 서 ..

등산 2015.12.02

영암 월출산

코스:천황사 입구-바람재-바람폭포-사자봉-통천문-천황봉-구름다리-천황사 설악산에서 가을맞이를 했는데 어느새 붉은 물결 따라 내려간 곳, 영암 월출산에서 가을을 전송하는 산행을 하고 활활 타던 내 마음에서도 고요하게 불길을 거두는 산행을 했다. 작년에는 선운산에서 가을을 잘 보내주었더니 북쪽에서 맞이하고 남쪽에서 전송하는 질서를 따르는 것 같다. 월출산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미리 정보를 대충 알고 갔지만 그건 나만의 희망이 되고 마는 주마간산 격의 산행은 어쩔 수 없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되고 만다. 월출산, 이름만 들어도 달빛 찬란한 천하일품의 월색과 오직 달과 산, 단 둘만이 랑데부를 즐기는 그 밤의 영상이 얼마나 아름다울지가 연상되는 산이다. 김시습 선생도 월출산에 올랐던지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

등산 2015.11.11

설악산 봉정암 만추 속으로

가을은 참 섬세하다. 성장기를 멈춘 산천초목은 아주 작은 풀포기도 가을의 손끝에서 다 물들어간다. 세상이란 큰 화폭에다가 오곡백과는 영글어서 보석같이 빛나게 하고 산천이며 들판이며 내 집 앞 작은 화초 이파리까지 화폭에 빈틈없이 꽉 들어차게 구성을 해놓았다. 이렇게 좋은 날, 이 그림 저 그림 속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려는 철부지 마음이 하는 짓을 몸도 투정 부리지 않고 다 받아주고 있다. 그 마음이 느닷없이 봉정암에 가고 싶다고 보채니 몸은 또 그리로 데려다주고 참 고맙기도 하다. 참으로 느닷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전 날에 산행 단체에서 설악산 오색에서 봉정암 거쳐 백담사로 내려온 느 산행이 있는 날이어서 일단 신청은 했다가 취소하고 혼자서 그 반대 코스를 가기로 하루 전에 결정하고 떠났으니, 먼 여정이..

등산 2015.10.24

설악산 흘림골의 단풍

코스:흘림골 쉼터-등선대-십이폭포-주전골 갈림길-용수 폭포-오색약수터 절정의 순간을 절정의 지점 발아래를 굽어보는 설악의 만산홍엽, 등선대는 그 비경을 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의 창이었다. 지난 유월에 흘림골을 보고 설악산은 언제 어디서 봐도 명품산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가을 단풍은 명품시리즈에 갓 탄생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보는 듯했다. 한계령(오색령)을 넘어서면서 굽이굽이 휘돌아 짙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데 양편의 산세에서 자연조명을 받아 한층 더 새빨간 설악산의 가을 단장이 마치 루주를 바른 입술색을 보는듯해서 오늘 내가 지나는 코스의 비경이 떠올라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유래 없는 가믐을 겪은 강원도는 산천조 차 비켜갈 수 없었는지 원경은 찬란하지 않았지만 계곡 따라 잘 생긴 암봉을 조화롭게..

등산 2015.10.14

간월산과 신불산(영남알프스 구간)

2015년 첫가을 산행을 억새밭에서 시작한다. 나에게 있어서의 가을이란 언제부터인가 양면성을 띄고 있다. 좋은 계절임에 틀림없는데 한편으론 사색에 빠져서 공허한 시간도 되기도 한다. 한 해의 끝자락은 겨울인데 왜 가을이 더 쓸쓸해지는지....... 겨울은 움츠림 속에 마음까지 동여 메고 엄습해오는 월동준비를 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인식도 못한 채 다 가버리니까 별생각 없는데 가을은 언제나 닥칠 때마다 앓는 계절병 같은 것이다. 푸르른 하늘과 스산한 바람이 일면 응어리로 남아 있던 내면까지도 다 드래내어 얽매임 없이 방종하고 자연을 향해 그걸 다 피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끊게 된다. 그럴 때마다 처방약은 바로 자연을 찾아 떠나는 가을여행이고 산 찾아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무들의 단말마 같은 단풍도 아..

등산 2015.10.04

가야산 국립공원의 남산 제 1봉(천불산)

가야산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권역에 들기가 어디 쉽더냐! 인간은 출세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자신을 다지고 더러는 비법도 필요하지만 산은 무위자연의 모습으로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입신양명한 풍채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킬만하게 세상에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한 번 드러나면 유명세를 치르곤 한다. 그런가 하면 변방의 산들은 비록 국립공원의 권역에 들지 못한다 해도 인간처럼 시기 반목하지 않고 저마다의 특색으로 사계절의 그림을 담아내면서 또 다른 사랑을 받고 있으니 우리는 자연에서 사람됨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곳 저 빼어난 수려함에 세상의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도 산은 너그러이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고 다 받아 안아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

등산 2015.08.19

삼척 덕항산과 환선굴

쉽게 올라서 힘들게 내려온 산, 1070미터의 산을 700 고지에서 시작했으니 오르는 건 금방이었으나 하산은 1000미터를 다 내려갔으니 끝없는 급경사가 참 힘들었다. 오랜만에 다리가 후들거렸으니까. 예수원에서 구부시령까지 다른 때 같으면 힘들 것도 없는데 힘들었던 건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구부시령 낭떠러지 길을 걸어가는데 뿌연 연무에 시퍼런 산이 비치어 바다색 같고 나무들은바다에 떠 있는 것같이 보인 날이다. 걷기 좋은 코스를 따라 자암재까지 가서 하산길로 접어드니 전망대에서 보는 절경이 이제까지 지나온 덕항산의 미미한 존재감을 확 떨쳐버리는 듯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 서 있는지는 반대편에 끝을 보기 힘들 정도의 높은 산꼭대기를 보면서 알았다.그 높은 산을 600미터쯤 내려가면 환..

등산 2015.07.29

괴산 칠보산

코스: 떡바위-청석재-칠보산 정상-마당바위-삼거리-살구 나무골-쌍곡 주차장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괴산으로 간다. 마니아들은 어떤 악조건에도 구애받기를 원치 않는다. 자칭 산 마니아인 나도 천둥 번개라는 예보에 낙뢰까지 염려하면서도 그 생각 속에서 뛰쳐나와 행동으로 전환하는 깨나 용감함을 아직은 잃고 싶지 않음이다. 나와 같은 대원들을 한 차 가득 태우고 가는 도중에 언제나 총대장님이 마이크를 잡는다. 대장님의 지당한 말씀 속에는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강조다. 아름다움이란 말은 사물이나 행동과 내면까지 그 영역이 무척 넓게 쓰이는 말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에 부딪칠 때 흔히 대명사처럼 쓰이는 어휘인데 그 넉자가 포용하고 있는 뉘앙스가 너무 좋고 그 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등산 201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