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1

괴산 칠보산

코스: 떡바위-청석재-칠보산 정상-마당바위-삼거리-살구 나무골-쌍곡 주차장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괴산으로 간다. 마니아들은 어떤 악조건에도 구애받기를 원치 않는다. 자칭 산 마니아인 나도 천둥 번개라는 예보에 낙뢰까지 염려하면서도 그 생각 속에서 뛰쳐나와 행동으로 전환하는 깨나 용감함을 아직은 잃고 싶지 않음이다. 나와 같은 대원들을 한 차 가득 태우고 가는 도중에 언제나 총대장님이 마이크를 잡는다. 대장님의 지당한 말씀 속에는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강조다. 아름다움이란 말은 사물이나 행동과 내면까지 그 영역이 무척 넓게 쓰이는 말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에 부딪칠 때 흔히 대명사처럼 쓰이는 어휘인데 그 넉자가 포용하고 있는 뉘앙스가 너무 좋고 그 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등산 2015.07.22

속리산 국립공원의 대야산

코스: 삼송리-농바위골-암릉 슬랩-중대봉-대야산 정상-대문바위-밀재-용추계곡-대야산 주차장. 미지의 세계를 동경할 때는 그곳에 어떤 극한의 어려움이 있어도 "~싶다 싶다"하다가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에겐 산행도 그와 비슷하다. 작년 여름에 청화산과 조항산을 등산하고 멀리에 우뚝하게 돋보이는 산이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대야산이라고 했다. 그때 후기를 쓰면서 "저산에 가고 싶다, 갈 거야, 언젠가는 가게 될 거야" 그렇게 쓴 기억이 나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고 그만큼 동경해왔기 때문에 그 산이 어떤 험로가 있는지는 불문에 부치고 ~~ 싶다에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나른하고 무료한 날 혼자 가만히 공상에 잠기어 여러 잡다한 생각을 했다. 사람이 한평생을 어떻게 하면 ..

등산 2015.07.15

금대봉과 대덕산

코스:두문동재-금대봉-고목나무 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검룡소 주차장 태백산맥에 있는 금대봉과 대덕산에 가는 날이다. 이곳은 자연생태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탐방이 까다로운 곳이어서 미리 신청하고 인원을 제한적으로 출입시키는 곳이다. 그만큼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야생화가 많이 피고 계곡에는 특이 어종과 수서곤충(물속에서 사는 곤충)이 많고 특정 식물과 다양한 조류 등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는 곳이어서 더욱 잘 보존해야 하는 곳인 것 같다. 금대봉은 1418미터의 높이지만 두문동재까지 1200미터를 차로 오르는 곳이어서 금대봉의 높이는 오를 때는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태백산맥에는 거의가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둘러치고 있어서 맑은 ..

등산 2015.07.01

설악산 흘림골

6월, 가장 풋풋한 설악의 청춘, 청춘이 그리운 단풍 같은 사람들이 그 풋풋한 기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여성들의 명품쇼핑은 그들 대부분의 로망이다.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몸에 두르고 싶은 철부지가 있다는 걸 가끔 듣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무상으로 무한 제공되는 명품 설악의 풍경을 온몸에 휘둘러 보는 건 어떨까? 설악산은 산 중의 산 명품산이다. 명품 산에는 존재하는 모든 게 명품이다. 물, 공기, 바람, 그 모든 건 내가 가는 날 다 내 것이고 다 내 몸에 휘감을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명품쇼핑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을 바꾸면 명품, 그거 별게 아니다. 그런 명품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가난한가? 그러한 명품에도 옥에 티는 있어서 12 폭포를 거느리는 명폭에조차 가믐이 들어서 갈증..

등산 2015.06.24

덕유산의 초여름

짙푸른 녹음이 산천을 뒤덮은 초여름, 지난겨울의 설경에 매료되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산을 오른다. 그때 지루하게 내려왔던 코스를 이번에는 올라가는 산행이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은 곧 훌륭한 시인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려도 될 만큼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말하는 시인이다. 시인이란, 가슴 깊은 곳에 고통을 감추고 있으면서 그것을 비명이나 신음 대신 아름다운 음률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산천 역시 그러하다. 모진 비바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는 언제 그러한 고통이 있었냐는 듯 봄에는 꽃피우고 여름에는 무성한 신록으로 세상에 다 펼쳐놓은 풍경을 찾는 이는 그 음률을 읊조리러 시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유월은 일 년 중 가장 푸르른 시기다. 숲 속으로 들어가니 잎은 벌레 구멍 하나 없이 반질..

등산 2015.06.11

제천 월악산

코스: 수산교ㅡ보덕암 ㅡ 하봉 ㅡ중봉 ㅡ영봉 ㅡ덕주사 구정 연휴 지나고 모두가 몸이 찌뿌듯할 텐데 때마침 월악산 산행이 잡혀서 게으름 피우던 근육들을 일제히 깨우는 느린 걸음이었다. 미세먼지 걱정을 했더니 다행히 현지에는 날씨도 포근하고 하늘도 좋아지고 좋은 산행이 되겠구나 했더니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서 그 좋은 풍경들이 연무 장막에 가려져서 다 드러나지 않음이 너무 아쉬운 하루였다. 가장 아름다운 건 신비를 경험하는 것이라 했는데 처음 본 월악산 하봉, 중봉, 영봉이 그러했다. 아름답다 못해 신비감마저 주는 나에겐 또 하나의 `처음`이다. 다 알고 가는 곳은 변화를 기대하고 가지만 처음 가는 곳은 기대감으로 간다. `과거는 기억이고, 미래는 기대`라고 하지 않던가. 처음 경험하는 곳이 많은, 나에겐 아..

등산 2015.02.25

오대산

코스: 진고개 노인봉 ㅡ 낙영 폭포ㅡ만물상 ㅡ 고룔폭포 ㅡ 금강사 ㅡ십자소 새벽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집을 나섰다. "오늘 날씨 좋군" "바람도 없고, 기온도 적당하고" 새벽하늘까지는 좋았으나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하늘은 조금씩 흐려지더니 목적지인 진고개에 도착해서 차문을 여는 순간 싸아한 맛이 들어오더니 내렸던 사람들이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와 옷차림을 새로 준비했다. 얼마나 춥길래 하고 밖으로 내려섰더니, 난 그런 바람 태풍 외에는 처음 맛봤다. 그런데도 선자령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니 도대체 선자령이 어땠길래? 진눈깨비까지 뿌리는 바람이 너무 거세서 이대로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내친걸음을 거두어 드릴 수도 없고 단단히 몸을 채우고 행진을 하는데 몸이 날릴지경이었다. 비틀거림의 자유,ㅡ산이 아..

등산 2015.02.11

소백산 봄의 왈츠

입춘 전 소백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입춘은 땅 속에서 시작되듯이 비로봉 투명한 눈 길 밑으로 눈 녹은 물이 졸졸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입춘은 먼저 땅을 녹여서 생명이 깨어나게 한 다음에 따스한 기운은 산이 품고 있는 뭇 생명들을 언 땅을 쩍쩍 가르며 얼굴을 내밀게 하고 햇빛은 새 생명들을 알묘조장이라도 할 듯이 마구 끌어올릴 태세다. 봄은 이미 그렇게 서서히 입춘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버들강아지 눈뜨는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가락을 짓고 소백산은 봄의 왈츠 서곡이 흐르는 듯했다. 소백산 옆구리 아슬아슬한 버스길을 무던히도 지났는데 정작 그 산은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른 채 죽령을 넘나들었던 때가 있었다. 서울에 살면서 친정에 갈 때는 중앙고속도로가 생기기 ..

등산 2015.02.04

겨울 함백산

상고대가 연상되는 함백산 가는 길, 며칠간 날이 따뜻해서 눈꽃을 볼 수는 없을 것이란 예견을 하고 가는 길이여서 실망도 않으리라. 오래전 겨울에 태백산에 갔을 때 멀리 건너다 보이던 하얀 봉우리, 그곳에 드디어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니 설경과는 상관없이 기쁜 마음으로 갔다. 함백산은 정선군과 태백시를 동서로 가르는 태백산맥 등줄기이며 백두대간의 중심부 정도 되는 곳이다. 지난봄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산행이 지속되다 보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가는 길이 비록 끊었다 이었다 하는 행보일지라도 결국에는 나만의 방법으로 언젠가는 백두대간 종주라는 타이틀 하나 다는 게 아닐까 싶다. 회원 중에 걸음이 빨라서 느리게 가는 것이 고역인 사람들은 화방재에서 시작하고 ..

등산 2015.01.14

2014년 송년산행(설악산 12선녀탕)

한 해동안 함께해 주신 여러 회원님과 공유하고 싶은 섣달 그믐날입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거창한 주제가 없어도 뭔가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지는 날인데 올해는 송년산행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낼 때는 괜스레 센티해지기도 하고 우울감에 젖기도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송년가 한 번 듣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무디어지는 것인지, 그게 좋은 것인지, 새해에 대한 기대도 계획도 없고 간다는 생각도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흔히들 이즘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하는 말은 해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여러 회원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매화가 필 무렵부터 눈꽃을 볼 때까지 참 많이도 다녔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여름에는 경험..

등산 201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