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흘림골 쉼터-등선대-십이폭포-주전골 갈림길-용수 폭포-오색약수터
절정의 순간을 절정의 지점 발아래를 굽어보는 설악의 만산홍엽, 등선대는 그 비경을 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의 창이었다.
지난 유월에 흘림골을 보고 설악산은 언제 어디서 봐도 명품산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가을 단풍은 명품시리즈에 갓 탄생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보는 듯했다. 한계령(오색령)을 넘어서면서 굽이굽이 휘돌아 짙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데 양편의 산세에서 자연조명을 받아 한층 더 새빨간 설악산의 가을 단장이 마치 루주를 바른 입술색을 보는듯해서 오늘 내가 지나는 코스의 비경이 떠올라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유래 없는 가믐을 겪은 강원도는 산천조 차 비켜갈 수 없었는지 원경은 찬란하지 않았지만 계곡 따라 잘 생긴 암봉을 조화롭게 단풍이 잘 받쳐주어서 불가분의 관계처럼 멋진 설악산의 품위를 아름답게 지켜내고 있었다.
자연을 감상하는데도 때가 있기 때문에 그 짧은 순간을 보는 것이 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을 나서는 순간 하늘부터 너무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서부터 가을 빛줄기가 내려서 잎새마다 고이 닿으니 음양의 이치에서 일인들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가 있으랴. 상기된 얼굴처럼 울긋불긋한 단풍은 그렇게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아 멋진 향연을 열고 한창 축제 중이다. 그 축제에 동참하는 내 마음인들 어떻게 들떡이지 않을 수 있겠나? 가을이 되면 계절병을 앓곤 하지만 단풍꽃을 쫓아다니다 보면 내 얼굴에 주름 하나 더 늘어가는 우울함은 잊히고 붉은 물결에 휩싸여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막이 내리면 한동안 또 빈 가지만 남은 나목처럼 마음 한구석 떨고 있는 허망함이 있겠지만 그 마음까지도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면 따르지 못할 것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 올가을도 최 절정의 순간을 놓치지나 말자.
흘림골에서 가장 높은 봉인 등선대에서 보는 풍경,사방이 다 눈에 들어오는 곳.
12곡 폭포의 물줄기
용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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