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권역에 들기가 어디 쉽더냐!
인간은 출세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자신을 다지고 더러는 비법도 필요하지만 산은 무위자연의 모습으로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입신양명한 풍채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킬만하게 세상에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한 번 드러나면 유명세를 치르곤 한다. 그런가 하면 변방의 산들은 비록 국립공원의 권역에 들지 못한다 해도 인간처럼 시기 반목하지 않고 저마다의 특색으로 사계절의 그림을 담아내면서 또 다른 사랑을 받고 있으니 우리는 자연에서 사람됨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곳 저 빼어난 수려함에 세상의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도 산은 너그러이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고 다 받아 안아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정상을 밟는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되고 잠시 안겼다 고이 내려온다. 또는 알현하고 온다 정도의 겸손함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산이다.
그 유명한 가야산에 이제껏 어딜 도느라고 이제서야 찾아가게 되는지, 내가 찾지 않으면 산이 날 찾을 리 없는데..........
매표소 앞 공터에서 몸풀기를 하고 나서 짐을 챙기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길 옆 화단에는 잎을 만나지 못한 상사화는 긴 기다림의 목덜미를 그만 땅에 뉘이고 말았는데 수풀 가운데 한 그루의 상사화가 기어이 님을 만나겠다는 일련탁생의 심정으로 아직 꽃대를 세우고 기다림에 지친 듯 지지 못하고 화사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삼복더위도 지났지만 그 여운의 위력이 아직은 대단하다. 한 시간 조기 출발해도 11시는 되어서 청량리 마을 황산저수지에서 출발하는데 하늘에 구름이 잔뜩인데 비는 내 안에서 줄줄 흐르고 염분까지 짜내고 있다. 숲이 자욱하니 바람이 드나들지 않는데, 몸이 끈적끈적한 땀에 젖기 시작할 때가 가장 싫다. 차라리 다 젖고 나면 그러려니 하는 평상심이 되는데 언제나 초입을 오를 때가 가장 힘든다. 첫 전망대가 나올 때까지는 바람 한 점 없는 가운데 오르다가 어느 만큼 올라서니 사방이 트이고 그제야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
. 첫 전망대에서부터 올라갈수록 산은 힘들다는 마음을 내지 못하도록 사방에서 그 비경을 다 들춰내어 보여준다. 연출하지 않아도 연출된 것보다 더 아름다운 바위의 배열과 산세의 짜임새를 갖추고 남산 제1봉의 화원에 가득가득 바위꽃을 소담하게 또는 화려하면서도 웅장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한쪽에는 산짐승들에게 희생되어 몸은 비록 흙이 되어도 나도 여기 살았노라 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듯 토끼가 귀만 오뚝하게 세워놓은 것 같은 토끼귀 바위도 있고 산신령의 큼지막한 손바닥이 산의 어린양들을 풍파에 보호라도 하듯 감차고 있는 것 같은 바위도 있다. 다 감상하고 최고의 밥상에서 만찬까지 즐기고 나서 하산하면 명산은 어디나 산 식구들이 다 먹고 남는 물은 아래로 흘러 보내 찾아드는 인간세상까지 물을 나누는 요산요수의 계곡까지 거느리고 있어 우리는 예외 없이 여름철의 묘미인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여유 있는 시간으로 산행을 마친다.
짧은 코스지만 더 무엇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다 잠재울 만큼 갈증으로 타버리고 허기진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주었다.
토끼 귀
가야산 정상에 운해가 감돈다.
산신의 손, 거대한 손바닥 안에 풍화를 막아주려는 듯한
산신령의 손에 보호된 산의 가족들.
열기에 달구어진 홍당무가 되었네.
정상같이 보이는 저 우뚝함 위에도 더 높은 산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가 정상, 나무와 바위의 짜임새가 일품인 남산 제일봉의 빼어난 모습
가야산
산신령님의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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