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3

겨울 함백산

상고대가 연상되는 함백산 가는 길, 며칠간 날이 따뜻해서 눈꽃을 볼 수는 없을 것이란 예견을 하고 가는 길이여서 실망도 않으리라. 오래전 겨울에 태백산에 갔을 때 멀리 건너다 보이던 하얀 봉우리, 그곳에 드디어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니 설경과는 상관없이 기쁜 마음으로 갔다. 함백산은 정선군과 태백시를 동서로 가르는 태백산맥 등줄기이며 백두대간의 중심부 정도 되는 곳이다. 지난봄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산행이 지속되다 보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가는 길이 비록 끊었다 이었다 하는 행보일지라도 결국에는 나만의 방법으로 언젠가는 백두대간 종주라는 타이틀 하나 다는 게 아닐까 싶다. 회원 중에 걸음이 빨라서 느리게 가는 것이 고역인 사람들은 화방재에서 시작하고 ..

등산 2015.01.14

2014년 송년산행(설악산 12선녀탕)

한 해동안 함께해 주신 여러 회원님과 공유하고 싶은 섣달 그믐날입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거창한 주제가 없어도 뭔가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지는 날인데 올해는 송년산행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낼 때는 괜스레 센티해지기도 하고 우울감에 젖기도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송년가 한 번 듣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무디어지는 것인지, 그게 좋은 것인지, 새해에 대한 기대도 계획도 없고 간다는 생각도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흔히들 이즘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하는 말은 해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여러 회원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매화가 필 무렵부터 눈꽃을 볼 때까지 참 많이도 다녔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여름에는 경험..

등산 2014.12.31

덕유산 눈꽃

코스: 설천봉-향적봉-백암봉-동엽령-안성지구 한라산이 진달래로 뒤덮였을 때 진달래만이 꽃이다.라고 했다. 설악산 공룡능선에 섰을 때 단풍이 꽃 이상이다.라고 했다. 오늘 덕유산 선계에 도달했을 때 아! 눈꽃이야말로 꽃의 절정이다.라고 난 또 변했다. 아! 이 지조 없는 자연을 향한 마음을 어쩌란 말이냐! 지난가을 선운사에서 가을을 보내고 돌아서 온 뒤 한 달가량 공백 기간을 보내고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산행을 했는데 꽁꽁 얼어 붙었던 세상이 오늘따라 성깔 부리던 매서움을 누그려 뜨리고 바람도 없는 날이 눈꽃을 보존이라도 하듯 너무도 잠잠하여 만나는 장면마다 탄성을 지르지 않고는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목구멍을 마구마구 간지럽혔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 설천봉에 내렸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

등산 2014.12.24

고창 선운산도립공원

코스: 석상암-마이제-도솔산-견치산-소리제-천상봉-천마봉-도솔암-선운사 계곡-주차장. 막바지 가을 산행을 나서면서 기대치에 돌덩이를 매달았지만 실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각각의 부제가 붙었지만 일대가 선운산 도립공원인 곳으로 생각되는 선운산 가는 길에 경수산을 돌아보며 오른다. 나설 때는 겨울 같은데 산을 오르면 땀이 나고, 옷 선택이 애매한 철이다. 겨울옷을 입었더니 몸에 척척 감기는 느낌이 개운치가 않다. 11시가 다 돼서 시작하다 보니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 견치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소리제까지 가는 길은 유유자적할 수 있는 조용하고 좁다란 토끼길이 무척 좋았다. .조금 흘렸던 땀은 갈바람에 날아가고 다시 산뜻해진 심신으로 가뿐하게 걸어서 천상봉에 오르면 처음으로 선운산의 위용이 느껴지는 사자바..

등산 2014.11.12

백양산과 내장산 단풍

코스: 백양사 주차장-영천 굴-백양산-새제-소 죽음재-신선봉-연지봉-내장사 제4 주차장. 가을은 봄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봄은 새로움과 희망이라면, 가을은 봄에 맞았던 새싹에서부터 푸르름의 일대기를 보는 것 같아서 그 지켜보는 마음도 생장의 주기를 따라 흐르면서 만추의 한가운데 서게 되면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맑은 하늘만 봐도 그 너머에 있는 사람까지 생각하게 되고 살갗에 닿는 싸늘한 바람기는 그런 마음 간수를 해야 할 때를 알리는 사유의 계절이다. 산행하는 날은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늘을 본다. 새벽하늘에 별이 보이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들뜬다. 이번에는 출발점이 아닌 승차 끝 지점에서 차를 기다리디 보니 차가 늦어지면 겨울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 것 같았다. 이제까지는 항상 바로 차에 오를 수 있..

등산 2014.11.05

설악산 공룡능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코스:오색-대청-중청- 소청-희운각-공룔능선-오세암 백담사.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제1경이며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그곳에서 단풍을 마중가고 싶은 곳이다.대청봉 정수리에 쏟아부어 놓은 암석조각들이 마치 태양열의 집열판처럼 빛을 받아모아 산 전체에 골고루 빛을 뿌리고 한밤중에 내린 찬서리가 밤낮의 괴리감에 몸부림 치다가 어쩌지 못한 초목들은 잎새마다 제몸에 붉은 반점의 상처로 떨었다.작은 반점에서 흘러내린 피가 지혈이 되지 않아 아래로 아래로 만산홍엽으로 수를 놓고 그 피는 백두대간을 흘러 동맥으로 정맥으로 쏟아져 나와 결국에는 한라산에서 지혈이 되리라. 밤 11시에 야반도주 하듯이 달아난 버스가 새벽 3시경에 오색리에 도착했다.한밤중 적막강산에 내린 일행들은 모두가 발등을 밝힐 ..

등산 2014.10.08

설악산 백담사코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설악동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의 마음으로 헤아린다는 건 무리야. 지구는 인간의 것이기 이전부터 먼저 자연이 주인이었으니까. 하산해서 차에 타자마자 서 대장한테 "앞으로 비 오는 날은 산행 안 할 거야"이렇게 말했지만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나면 다시는 안 낳겠다고 하면서 둘째를 낳듯이, 지난주에 그렇게 힘들고도 잊은 듯이 어제는 그보다 배가되는 고행을 했고 며칠이면 또 잊고 우중산행이라도 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일 년에 고기 한 근도 대접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매주 온 산천을 돌아다니는 건 내 발과 다리한테 너무 가혹했어, 그리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속에 조마조마한 산길을 걷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드는 건 내게도 양심이 있어서다. 지난주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좀 더 ..

등산 2014.08.27

가평 석룡산과 조무락계곡

참으로 값진 시간에 찍은 내 인생의 한 순간들이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석룡산을 도마치 고개에서부터 시작한다. 때아닌 가을장마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잡힌 산행이지만 오후쯤에 개인 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는 하지 않고 우산 하나 달랑 들고 나섰다. 큰 비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멎을 듯하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온몸을 적시는 날이었다. `정신적 요리는 마음의 부엌에서 만들어진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오늘 내 마음의 요리가 밥이 될지 죽이 될지 모르지만 이왕 불을 지폈으니 끝까지 해보는 거야. 그런데 오늘은 왠지 죽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살면서 다 치른 가시밭 길이 이즘에 새로 시작되는 걸 보면 역시 인생은 다 살아봐야 알 수 있어 뭐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등산 2014.08.20

인제 조경동 계곡

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라고 한다. 하루살이의 시간 같은 그 귀한 날들을 작년 여름에는 복지부동으로 다 날려버렸다. 땀 흘리기 싫어서. 맞서 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해 주는 날, 어제는 그랬어. 四美로 꽉 채운 날이었어, 금오신화에서 김시습은 사미란,좋은계절,아름다운 경치, 이를 즐길 줄 아는 마음, 유쾌하게 노는 일이라 하셨지. 지나간 시간들이 어디로 달아나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잠재의식으로 깊이 간직되었다가 심적 자극에 의해 어느 순간에 밖으로 표출되는거지,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동심이 맑은 물속에서 마구마구 발동이 되는지 모든 어른들이 아이가 되었다.그러는 사이에 오탁악세는 다 씻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사바로 돌아온다 해도 한 번도 씻어내지 못한..

등산 2014.07.30

북설악 마산 물굽이계곡

설악산에 바람 없기를 바랐더냐, 설악의 바람으로 도전이란 말이 생겼지 않았느냐. 대청봉 정수리에서 산신령이 들려주는 말이 들리는 듯한 바람 많은 날, 오늘은 행운 같은 날의 여름 산행이다. 바람은 언제나 나뭇가지 위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큰 바람이 폭풍의 소리를 내더라도 작은 우리 인간은 바람 아래 놀면서 조금씩만 자비롭게 어루만져 주셔도 무더운 날엔 그 감사함이 바람의 위력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 장마철에 비가 실리지 않은 바람은 삼복더위에 도전하는 산꾼들의 행보에는 배낭 속에 든 어떤 음식보다도 더 이로운 보양식이 되어 준다. 북설악 마산으로 가는 날,북설악은 설악산에 이름은 올렸지만 그 산의 장대함에는 감히 끼지 못하고 설악산 국립공원의 권역에서 경계를 이루며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남한 쪽..

등산 201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