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1

고와서 눈물겨운 임진년의 만추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도, 단풍이 고운 가을도 봐야 할 때를 놓치고 살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이 뭐 그렇게 대단할 게 있느냐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보냈던 지난날들의 애환이임잔년 가을 한 푹에 푹 젖어 들어 눈물겹도록 고운 산천이다. 너무 좋은 걸 혼자 봐야 할 때는 그리움에 눈물이 난다. 작년 이맘 때도 이 길을 혼자 갔는데 그리도 고웁더니 올해도 그해 가을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처럼 같은 풍경이어서 너무 좋았다. 그 고운 단풍길에서 언뜻 보아도 70대 후반에서 80대 정도는 되어 보이는 노년의 친구분들이 천진한 동심으로 가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사진도 찍어 드리고 한 장면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다. "뭐에 쓰게?" "카페 같은데 올리게?" 하신다 ."네" 하니까 웃으시면서 허락하신다. 이분들에겐 해마다..

등산 2012.10.29

화왕산 억새와 절경

변화가 필요한 나에게 준 가을 선물, 계절은 고해 같은 세상에 아름다운 가을을 펼쳐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고해에서 1프로의 행복을 누린다면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겸손에서 의도하지 않아도 사치를 부리게 만든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어 그동안에 가슴을 꽉 메우고 있던 아픔을 언제까지나 끌어안 고살 수는 없어 새로운 것을 가운데로 채우면 아픔은 절로 밀려 나오리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과 우포늪까지 볼 수 있는 창녕으로 정했다. 이맘 때 꼭 한 번 보고 싶은 은빛 파도를 생각하면서 이왕이면 보고 싶은 지인도 볼 겸 떠난 산행이었는데 사전 답사 없이 떠나는 여행은 때를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 억새는 소문이 무색..

등산 2012.10.17

오봉에서 자운봉까지

송추유원지에서 출발 여성봉,오봉,자운봉,도봉산역으로 하산. 밤새 깊은 잠을 자고나서 거실로 나왔을 때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보면 왠지 예감좋은 하루인 듯기분좋은 출발을 하게된다. 오늘도 그런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계획도 없이 무작정 산에 가야겠다고집을 나섰다.그냥 있으면 하루가 아까울 것 같았다. 혼자 나서는 산행길은 행선지를 정하는데가고싶은 곳이 너무 많아 정하기가 더 어렵다. 욕심이지.그 욕심을 다 접고 송추에서 여성봉을 스쳐지나오봉으로 가는길인데 그 길이 참 좋다. 양쪽으로 솔밭이 이어지고 좁다란 오솔길이 한가로이사색하기에 아주 좋은길이다. 그런 송림 사이로 오봉이 보이는데 마치 오봉밑에 조명이 설치된것처럼오봉에 집중적으로 빛이 쏟아지고 있어서 바위틈에 꽃같은 빨간 단풍까지 다 드러내 보여 준다...

등산 2012.10.12

괴산댐(산막이 옛길)

어쩌면 내 자유가 펼치는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평일을 택해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아름다운 산수가 잘 어우러진 명소인 괴산댐 산막이길을 다녀왔다. 연일 가뭄 때문에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데 물 찾아간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물 댈 전답 한 평 없어도 내 마음밭도 물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꾀 알려진 곳 치고는 평일이라 붐비지도 않았고 물도 맑고 가뭄에 비하면 물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만수위의 호수를 본 적이 없어서 그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이날 큰 배를 건조해서 진수식을 하기로 예정된 날인데 물이 부족해서 미루었다는 걸 보면 물이 많지 않다는 것 같았다. 괴산 터미널에서 10킬로정도 떨어진 곳이라 그리 멀게 생각되지도 않았고 산책하기에 ..

등산 2012.06.28

지리산 종주

지리산 종주 첫째 날 거리: 약 40킬로미터 소요시간: 20시간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중봉~묘향대~삼도봉~벽소령~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외줄기 눈길 지리지리 멀기도 하더라신새벽어둠부터 중천에 뜬 해 길기도 하더라. 차라리 날 저물어 지리산 어느 품에 나 깃들고 싶더라. 새벽 4시 반에 출발하여 세석대피소까지 참 지루하고 힘들게 올랐지만 정작 노고단을 어둠 속에서 스쳐 온 것이 아쉬움이었고 그다음부터는 눈길을 조심하느라 발등만 보고 올랐다. 점점 여명이 밝아오고 노루목에서 일출을 본 뒤 날은 밝았지만 발등만 보는 산행은 계속되었어, 살기 위해서 양식을 지고 가는데 자꾸만 뒤를 잡아당겨서 참 힘들게 올랐는데 어느새 세석대피소에 도착하고 일몰 직전이지만 장소가 그걸 볼 수 없도록 되..

등산 2012.02.13

한라산 가족여행

모든 선물이 나에게로 집중되는 것 같은 행복한 날이다. 하늘에서 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는 것 같은 날이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가족 한라산으로 가는 날. 새하얀 바탕 위에선 꽃이 되어 보기도 하고, 파아란 하늘 배경에 눈꽃을 그리기도 하고 밤하늘엔 달도 그리고 저녁나절엔 마지막으로 하루를 넘기는 해님까지 배웅을 하고 나서야 우리 가족은 한라산 밑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신령스러운 백록담에 소복이 담긴 눈만큼이나 행복을 나눈다. 새벽에 일어나 누룽지를 삶아서 요기를 한 다음 성판악코스로 가는데 주차장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전날만 해도 적설량이 많아서 입산통제를 한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다행히 통제는 풀렸지만 참으로 엄청난 눈이 쌓여 있어서 길은 겨우 한 줄로만 갈 수 있도록 튀어져 있어서 추..

등산 2012.02.07

나의 트레이너

2011년 송년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침 금요일 저녁에 눈이 펑펑 내린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첫마디의 말, 아!! 내일은 눈 산행이다. 산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망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 때문에 산을 오른다. 새해가 되고 달력을 한쪽 벽면에 떡하니 걸어두고 나면 그 속에 촘촘히 박힌 검은 악마 같은 숫자는 마치 그만큼의 세포를 갉아먹는 좀 같은데 그걸 내치려는 마음은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삶이 또한 거기에 길들여진 거부할 수 없는 순응의 길이 인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역행할 수 있는 길은 의지, 그것이다. 나는 그 길을 자연에서 찾았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하루 10시간 정도는 산행을 해도 자고 나면 개운하게 몸이 풀릴 수 있다는 체력이 나에겐 큰 자산이니까. 병약한 ..

등산 2011.12.27

두번째 기록 (3산 종주)

2011년. 떠들썩하게 새 천년을 맞이하고 어느새 11년이나 넘어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생활 속에서 뭔가 이루어 놓은 건 없는 것 같고, 생각나는 건 즐겨 찾던 산행기록 밖에 없다. 숫한 산행 중에서도 올해는 두 가지 기록을 남긴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는 지난 한여름 14 성문 종주에 이어 어제 3 산 종주를 해냈다. 내년에 또다시 기록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대 만족을 느끼는 한 해의 마무리 산행을 멋지게 했기 때문에 한 해를 살면서 후회스러운 일이 있었다 해도 모두 묻힐 수 있을 만큼 내겐 큰 행적이라 할 수 있다.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3 산 종주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샛별 보면서 출발해 희미한 하현 달빛을 받으며 어렵게 산길을 찾..

등산 2011.12.18

첫눈과 밤에 본 월식

올해는 유난히 길고 포근했던 가을이어서인지 첫추위에 몸도 놀란 것 같다. 계절은 늘 그렇듯이 서서히 바뀌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어 단절하듯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를 이루어 낸다. 어제께 첫눈이라고 해도 될 만큼 눈발이 날렸으니 산에는 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이말산을 통과하고 진관사 뒤로 출발해서 응봉능선을 오르다가 낭떠러지지만 자리가 좋아서 메모도 할 겸 빵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굶주린 청설모 한 마리가 올려다본다. 그래서 빵 한 조각을 뜯어서 던졌는데 그만 바위틈에 끼여서 청설모한테 닿지를 않는다. 배고픈 청설모와 배부른 나 사이에 둘은 빵 한 조각을 사이에 놓고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혼자 나서는 길은 정해진 코스를 가기보다는 가다가 그때그때..

등산 201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