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1

속리산 문장대 가는 길

목적지가 없는 나그네 길은 어디서나 훌훌히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목적지를 정해두고 오르는 길은 정직하게 올라야 한다. 정도로 가지 않고 반칙을 하면 아무리 높이 올라도 내려와야 한다.비록 그것이 최고 권력의 자리일지라도, 하필이면 오늘 권력에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라니.. 짧은 가을은 매일이 바쁜 마음인데 올 가을은 단풍산행 한 번 못하고 통째로 날아갔다.한꺼번에 원하는 걸 다 얻을 수는 없어서 대신 동유럽의 가을 색채에 푹 빠졌던 가을이어서 우리나라 산들의 단풍과 비교를 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 산의 가을은 무척이나 다채롭고 화려한데 동유럽의 가을은 전체는 몰라도 내가 본 그곳의 가을 색채는 노란색이 많고 은은한 갈색톤이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산행을 했다. 몇 달만..

등산 2016.11.30

설악산 만경대

촌철살인 같은 우리나라 속담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요즘 연일 떠들썩한 뉴스가 있었다. 마침 가을을 맞아 46년 만에 개방한 만경대 이야기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를 틔워줘야 하는 이치가 경화를 막는 건 맞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일 때는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경관 좋은 설악산 흘림골을 막으면서 가을 비경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경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만경대를 개방했다. 시간적으로 따지면 내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떤 것에든 부화뇌동이 일어나게 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그 숨겨졌던 비경을 보고 싶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조기출발에 맞혀 새벽하늘 쳐다보면서 집을 나섰다. 푸른 첫새벽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고..

등산 2016.10.05

관악산 사당코스

어느 맑은 5월에 느닷없이 관악산으로 간 적이 있다. 비 온 후 너무 맑아서 계획에도 없던 일을 생각이 일면 바로 실천하던 열정적이던 그 시기에 있었던 기억들이 망각 속에 묻히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찾은 그곳, 지난 기억들이 잊힌 자리에 새로움으로 가득 차는 사이 난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나갔다. 서울 근교 산행에서 벗어나 "산 넘어 저쪽"이란 칼 붓세의 시구처럼 멀리 가면 더 좋은 걸 본다는 생각에 빠져 한동안 헤매었다. 시에는 행복 찾아 멀리까지 갔다가 눈물까지 거두어 되돌아왔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는 않았다. 행복은 찾아 나선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라 행복을 줄 수 있는 곳을 알고 찾아가서 행복을 맛보고 그 행복은 그 자리에 두고 오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찾아가면 항상 그곳에 있는..

등산 2016.09.14

원도봉계곡

원도봉계곡에서- 망월사-와이계곡-포대능선 우리는 극락으로 간다. 중생교, 천중교, 극락교를 지나 드디어 도봉 주능선을 주름잡고 있는 포대능선에 올라 극락에만 있을법한 도봉산 최고봉을 바라보는 마음자리는 어느새 극락의 품에 안기운 듯 아늑해진다. 도봉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서울이고 원도봉계곡쪽은 의정부시로 구분된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길을 다시 오르니 아무것도 관찰할 줄도 모른 채 남의 뒤만 졸졸 따르던 때와는 달리 이제야 뭔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긴다. 이 코스는 수많은 선사들이 지났던 길이고 구도의 길이어서 이 길이 어떤 길인지를 사색하면서 걷는데 늦둥이로 태어난 매미도 아직 구애를 이루지 못했는지 단말마 같은 소리는 힘이 없고 한여름 그 좋던 계곡은 뼈대가 드러나 앙상한 빈티가 나고 푸르던 ..

등산 2016.09.07

상주 도장산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해마다 여름 한 철 삼복더위는 견디기 힘든 법인데 당해의 더위를 넘길 때는 "올해가 가장 더워"라는 말을 하게 된다. 올해는 또 가장 덥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가을로 가는 길목에 선 것 같은 날씨다. 계절은 선을 그어놓고 오늘부터 가을이다라고 하지 않는다. 갑자기 성큼 맛을 보여주고 뒤로 물러났다가 서서히 바뀌는 과정을 계절마다 느끼는 점이다. 삼복더위를 피해서 두 달을 쉬다가 서늘한 기운에 산으로 갔더니 뜨겁던 여름이 남긴 상처들이 나뭇잎에 남아 있었다. 산꼭대기마다 이른 단풍이라도 든 것처럼 갈색들이 보이고 약간 울긋불긋한 가을의 흔적같이 남겨져 있었다. 올해는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을 것 같다. 초목들이 곱게 단장할 힘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벌..

등산 2016.09.01

북한산과 도봉산 대표적 암봉

20년, 내다보면 아득하고 돌아보면 찰나 같은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의 줄기는 거스를 수도, 머무를 수도 없어 그냥 흐르게 두더라도 그 줄기를 따라 흐르는 나라는 물체를 잠시 건져서 시작점에다가 다시 띄울 수는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는 물체가 20년 전에 처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던 그 지점, 도봉산으로 갔다. 1992년 서울로 이사를 와서 이웃을 따라 처음으로 시작된 산행이 도봉산 원통사 가는 길이었다.그때만해도 젊었는데 계단을 오르면 무릎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고 아팠지만 아프다고 하면 안 데리고 갈까 봐 속으로 아프면서 열심히 따라다녔더니 2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더 단단해져서 삐걱이지도 않고 더 멀리 더 높이 날고 있다. 요즘 몇 주째 한 달이 넘도록 원정 산행을 쉬면서 삼복더위에는 느리게 올..

등산 2016.07.27

수원화성

길 위의 인연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 그 길 밖에서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는 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길 위에 서 있는듯한 것은 인연의 끄달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출발은 서로 달랐으나 결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길을 있어가면서 한 지점 완주의 언덕에서 서로 만났습니다. 그 감동은 식을 줄을 모르는지 아직도 이어지는 동행의 길 연장선상에서의 만남이 있어 너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이만큼 살아오면서 뒤돌아보니 삶 자체도 하나의 인생행로라는 긴 길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부모 밑에 있을 때는 어떤 정해진 길도 없이 마구잡이였으나 결혼이란 새로운 출발점에 서면 누구나 먼저 인생 설계도면을 그려두죠. 어떤 사람이 그 아름다운 설계도에 가시밭길을 그리겠습니까만 살다 보니 지는구먼 설계변경이 그려지고 설계대로..

등산 2016.06.19

문경 황장산

코스:안생달 2 마을-산태골-눙선삼거리-황장 상정상-멧등바위-작은 차갓재-와인동굴-생달 1 마을. 4월, 주작산 이후 오랜만에 참석한 산행이다. 진달래 낙화에 마음도 따라 떠난 듯이 어디론가 떠다니다가 오월 산천의 푸르름을 이제야 물든다. 봄에는 누구나 마음속에 부초를 심고 떠다니며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게 마련이다. 봄인데도 마음이 한 곳에 정착을 하게 된다면 이미 마음엔 가을이 들어차 공허만이 가득할 것이다. 그런 가을에 공허를 메우기 위해선 찬란한 나의 봄을 만들어 두고 추억의 장을 들쳐보는 재미를 위해 난 올봄에도 열심히 잘 놀았다. 잘 논다는 것이 무위도식같이 생각될지는 몰라도 중년이 넘어서면 잘 노는 것이 노후대책이란 걸 알게 된다. 어느덧 유월도 중순, 초여름의 신록이 가장 좋다. 오늘은..

등산 2016.06.15

두 번째 지리산종주

코스:성삼재-노고단-돼지령-피아골 삼거리-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명선봉-연하천-산 각 고지-형제봉-벽소령-덕평봉-선비샘-칠선봉 영신봉-세석대피소 숙박, 촛대봉-연화봉-장터목-제석봉-통천문-천황봉-백무동. 2016년 5월 30일, 밤 11시 15분, 수원역에서 여수엑스포행 기차로 출발-이튿날 새벽 3시 6분 구례역도착-구례역에서 버스로 구례 버스터미널 거쳐 성삼재까지 가는 버스가 새벽시간에도 대기하고 있다. 3시 50분 출발 4시 20분 성삼재 도착, 두 번째 지리산 종주를 한다. 날을 받아놓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4년 전 겨울에 종주를 하고 재도전인데 완주할 수 있을지, 체력의 변화가 분명 있을 테니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늘 하는 산행이지만 지리산 종주는 분명 다르다...

등산 2016.06.02

강진 주작산

2016년 봄, 내 블로그는 봄을 맞아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채색이 시작된다. 지루한 무채색의 긴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유채색으로 세상을 채색해가는 계절이 시작된다. 진달래의 분홍빛은 전체적으로 채색되는 게 아니라 봄을 전해주는 전령사로서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그 역할이 끝나고 진달래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 본격적으로 4계절의 아름다운 채색을 지켜보는 나날들이 가을까지 이어질 파노라마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초입에 서 있다. 그런데 그 시작이 요란하다. 달마산에서 봄의 전령사를 그렇게 위태롭게 만난 뒤 이어진 강진의 주작산도 위태하게 만난다는 것은 올 한 해 산행은 어렵게 시작해서 쉽게 끝남을 예고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작산(해발 428m)은 이름에서도 풍기듯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등산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