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수많은 고통이 있었다 해도 일프로의 행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삶일 수도 있다. 내 의무가 다 끝나고 여생을 살고 있는 나날들, 일프로의 행복에 또 하루를 보태던 투명한 가을날 시월의 마지막도 그 틀 속에 있었다. 어디서 어떤 행위를 하든, 걷든, 뛰든, 차로 달리든 난 그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을은 그렇게 세상을 온통 하나의 액자 속 작품이고 나의 하루는 훌륭한 작품의 소제였다. 마치 구족화가의 발끝이 마법에 걸린 듯 마구 뛰어다니며 그려내는 그림, 온종일을 액자 속에서 아무리 걸어도 벗어나 지지 않는 하루였다. 미련한 중생이었다.헤메고 헤매다가 찾아낸 안식처 같은 곳,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 되는 특별한 날이라고 할 수 있는 고찰을 만나고 나서 심연에 뿌리를 둔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