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3

한라산 돈내코 코스

꽃같이 살고, 꽃같이 비쳐라. 꽃을 싫어하는 사람 없으니ㅏ남의 눈에 꽃으로 보인다면 반목 또한 없을 것이다.  봄 한 철 나비가 되어야 사는 나는 다시 날개를 달고 아직도 남아 있을 봄 찾아 간 날, 한라산 영실은 키 작은 철쭉들이 들꽃처럼 나직이 키를 낮추고 바람도 꺾지 못하는 붉은 서정을 펼치고 있었다. 영실에 오르면 산이 아니다. 들판이다. 붉은 들판이다. 평야다. 정신적 양식을 채워주는 곡창이다. 이로운 팜므파탈이다. 드넓은 들판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혼미해진 마음으로 허한 속을 여백도 없이 다 채우고 나면 그 포만감은 혹한의 겨울에도 꽃이 있는 마음밭이 된다.  장엄한 비 폭포물기 없는 비가 내리고 있는 모습, 빗물 자국들이 만들어낸 장관 노루샘에 피어 있는 미나리 아제비 꽃         돈..

등산 2017.06.16

2017년의 지리산 종주(3 번째)

코스: 성삼재-노고단-피아골 삼거리-임걸령-노루목-삼도봉-하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 산장-벽소령-덕평봉(선비샘)-칠 선 봉-영신봉-세석평전-촛대봉-연하봉-장터목-제석봉-통천문-천왕봉-개선문-로터리대피소-망바위-칼바위-중산리로 하산 내가 몇 년째 지리산종주를 하는 이유: 체력변화의 테스트, 아직도 건재한다는 자부심, 할 수 있다는 과시 등, 결과는 변함없음과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었다는 것. 지리산처럼 큰 산은 일기예보를 믿으면 안 된다. 늘 변수가 따른다는 걸 알아야 되는데 비 예보가 1~4 밀리미터, 그리고 이튿날 오후 맑음이다. 비가 온다고 받아놓은 날의 약속을 깬다는 건 용기 있는 자만 할 수 있다. 지리산 종주라는 긴 여정 중에 비는 소나기 같았고 바람은 초속 20미터, 준 태풍급. 6월 5일..

등산 2017.06.08

정선 석병산

오월을 배웅하는 날이다. 밑에서부터 꽃무리를 몰고 오월이 지나왔던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리라. 이제 숫한 사람들의 마음에 추억을 심어놓고 정선이라는 깊고 깊은 곳에서 연분홍 해당화와 산조 팝 나무 꽃들을 이쁘게 그려놓고 훌쩍 떠나려나보다. 그동안 오월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는데 간다니 잡을 수도 없고 배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골 깊은 정선으로 쑥 들어갔다. 6월은 꽃들을 보냈지만 신록이 가장 무성한 달이어서 짙은 녹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심신에 푸른 물이 들도록 푹 잠겨 있으면 그 또한 겨울에 쓸 내 몸의 에너지가 되어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그동안 백두대간의 구간을 끊어서 산행한 곳을 이어놓으면 백두대간 종주에 버금가는 길이가 될 것 같은데 산꾼들에게는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얄팍한 ..

등산 2017.05.31

설악산 귀때기청봉

한창 봄꽃들이 피어날 때는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다가 꽃들이 시들하면 마음까지 봄의 허기를 느끼는데 이때 활기를 되찾기 위해 꽃 보러 간다. 오월 중순, 나뭇잎들은 윤기가 흐르고 봄바람은 아카시아 향을 실어 나르니 세상은 온통 향기로운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낮은 곳은 잎으로 가득하고 높은 곳엔 아직도 꽃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은 설악산으로 간다. 목적지는 귀때기청봉,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한계령에서 올라가는데 설악산 코스는 거의 비슷하지만 처음부터 높은 돌계단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 이어지는 계단에서부터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자 이미 힘이 반은 빠져버린다. 삼거리에서 서북능선으로 향해서 귀때기청에 오른다. 명품산에 이름도 하필이면 나쁜 짓이 연상되게 지었을까 싶었는데 그럴만했다. 대청..

등산 2017.05.17

봄맞이(북한산에서)

나와 노루귀 막연한 그리움은 애간장이 타는 평행선이지만 꼭 온다는 걸 알고 기다리는 그리움은 순간순간 마음 밑바닥까지 그리움의 파문이 닿는다. 끄달리는 내 마음 찾아간 그 자리에 지남 봄 약속처럼 피어있는 아기꽃 뽀얀 솜다리에 코발트 빛 홑꽃잎 다북한 꽃술을 달고 나보다 먼저 와 있네 봄이란 늙어가는 나에게 수많은 시작으로 켜켜이 쌓인 꽃잎 같은 거. 시베리안 허스키 빈 터만 있는 부황 사지에 저 개는 슬피 울고 있었다. 얼굴에 선명한 검은테의 무늬는 무엇인지 가까이 갈 수 없어 모르지만 살아있는 생명에 있을법한 무늬는 아닌데 왜 생겼을까? 북한산 의상능선과 삼각산이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은 의상능선 왼쪽은 백운대, 모적봉, 만경대 산성 대남문 영취사 노랑제비꽃 우리 집에도 봄이 가득 아메리칸 블루

등산 2017.03.30

고창 방장산

코스:장성 갈재-511봉-쓰리봉-서대봉-연자봉-방장산-억새봉-벽 오봉-갈미봉-양고살재 꽃이 없는 달 2월, 일 년 열두 달이 다 좋기만 하다면 꽃을, 단풍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눈꽃마저 져버린 2월은 침묵하는 달이다. 산천은 뭇 생명들의 동면으로 침묵하고 인간은 들뜨지 않는 마음으로 침묵하는 달이다. 2월의 산행은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생명들이 스스로 잠에서 깨어 동토를 뚫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발걸음에도 조심하며 조용히 길을 가야 한다. 2월이 되면 하늘에서는 봄을 주제로 어떤 무대를 설치할까를 고민하고, 땅에서는 봄의 무대에 어떻게 꽃장식을 힐까를 고민하는 계절이고 지금쯤은 아마 봄의 프로젝트를 위한 기획이 진행 중일 것이라 생각된다. 천지간에 인간이란 얼마나 축복..

등산 2017.02.22

덕유산 설경

코스:안성 매표소-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무주구천동계곡-삼공 매표소 주차장. 내 맘 속의 샹그릴라 겨울 덕유산, 대자연의 무위가 만들어낸 실경산수에 잠자던 서정이 땀구멍마다 다 들고일어나 마음 밖에서 뛰어논다. 기대는 행복을 불러오고 그 기대가 충족되면 행복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올겨울 행복이 여기서 사라진다고 해도 여운은 오래 남을 거야. 처음으로 덕유산 설경에 빠져 한동안 그 여운으로 보냈던 기억을 안고 다시 그곳으로 간다. 노루꼬리만큼 길어진 밝음이 어둠을 밀어내지 못하는 시간에 첫새벽을 가르며 달려가는 마음속엔 하얀 눈밭으로 채우고 백지로 간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모른 체, 채색이 필요 없는 그림을 연상하면서 도착한 무주 안성, 조용한 안성 계곡을 출발해서 동엽령으로 가는 길엔 얼마나..

등산 2017.01.25

제주 한라산

2017.1.17 하룻저녁에 열두 기와집을 짓는다는 말이 있는데 어젯밤 김포공항에서 지은 집은 사상누각이 아닌 `한라 상설각`이었다. 떠나기 전 주말에 제주에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속으로 날을 잘 받았군 생각했다. 밤 9시에 숙소 근처에서 먼저 우뚝한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을 바라보니 하얗게 보였다. 그것이 눈인지를 모르면서도 가슴은 두근거리고 밤은 너무 길었다. 숙소에 들어가 있는데 제주에 계시는 분 한테서 문자가 왔다."어제는 바람 때문에 입산통제가 되었습니다." 이 역시 내 맘대로 해석한다."분명 눈이 너무 많이 오고 바람이 심해서 통제를 했구나"그렇다면 내일이 적격이겠다고 생각하며. 한 번 더 날을 잘 받았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기다렸던 새벽이 오고 여명 속에 길을 나섰는데 새벽빛에 보..

등산 2017.01.19

강원도 오대산

2016.1.10일 코스:진고개-동대산-1262봉-두로봉-두로령-임도-주차장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오대산 두로봉이다.해발 1429.9의 높이를 오르기 위해 960미터의 진고개까지 차로 이동해서 우선 동대산을 향해 간다. 오대,동,서, 남,북과 중대를 떠받치고 있고 각 대마다에 사찰이 있는 산이다. 중대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 있어서 오대산은 불국토를 형성하고 있는 성스런 산이다.서울로 이사 오기 전 성지순례로 적멸보궁에 간적이 있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주변을 보지 못했고 철야기도를 드린 경험이 있는데 늘 오대산의 전경이 어떤지 궁굼하다가 몇 년 전에 또 갔지만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또 산세를 보지 못했다.이번에 세 번째 도전해서 가는데 이번에야말로 우리나라 사람이 인정하는..

등산 2017.01.11

2017년 정유년의 첫장

정유년 나의 사이버 집의 대문은 남한산성의 4대 문과 함께 열고 용틀임하는 하얀 성을 걸어두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비운의 성일지라도 그 모양새를 보는 순간 성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으니 마치 거대한 용이 온몸을 비틀면서 승천하는 듯한 모습으로 뚜렸하게 보여서 새해 대문 그림으로 적격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은 이제 2세한테로 넘어가고 나에게 남은 일은 어떻게 놀까, 어디서 놀까? 하는 비생산적인 일 같지만 그것이 결코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잘 사는 것이 자식들을 위하는 일이고 자식들을 편하게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 대가를 누리는 것이고 그 자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라고..

등산 2017.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