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북한산 숨은벽

반야화 2017. 10. 26. 12:50

만추를 바라보는 소회,

가을 속에 뛰어들어 즐기지 못한다면 가을은 우울한 계절이다. 하루살이에게 가장 소중한 건 시간이듯이 언제부터인가 가을만 되면 나 역시 달음박질치면서 따라가는 시간의 흐름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무엇이든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어떤 것이 엄습해 온다는 사실을 알고 맞이해야 한다면 그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365개의 달력 속의 날짜들을 돌다리 건너듯 살아온 끝 지점의 겨울보다 가을이 더 두렵다. 더구나 눈물 나게 고운 단풍을 볼 때 화려함 속에 감추고 있는 우울의 징후가 나뭇잎 떨 거야에 숨어 있다는 걸 알고 보면 즐겁다가도 아픔을 느낀다. 내 몸을 내 맘대로 부릴 수 있을 때 최대한 부리라고 명령한 건 마음이다. 마음은 아직도 杜老靑靑이다. 이것이 되려 우울을 부르는 원이 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맑고 푸른 명품 하늘이어서 유럽의 친구가 부러워하던  어느 가을이 생각난다.그 좋던 하늘을 이제는 잃어버린 것일까, 흐린 날이 더 많다. 맑고 푸른 어느 날에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의 단풍을 몇 번을 가도 만족하지 못했다. 바로 북한산 중에서도 가장 좋은 단풍 명소인 숨은 벽이다. 숨은 벽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숨어 있는 거대한 콧잔등 같은 암벽이다. 북한산 산성매표소로 가면 삼각산의 정면인데 효자동으로 오르면 그 뒷면을 본다.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고 숨어 있어서 얻은 명칭인데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져서 들킨벽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구파발역에서 704,34번 버스를 타고 효자2동에서 하차해서 앞으로 조금만 걸으면 국사당이 나오고 그 뒤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이번에는 적중했다.단풍은 느리게 밀려오는 물결이기 때문에 단번에 전체를 보기는 불가능하다. 백운대 꼭대기는 잎이 말라서 검붉은 색이지만 그 아래는 너무 아름다워서 넋 놓고 봤다. 봉우리가 너무 높아서 드리운 산 그늘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지만 그늘을 비켜난 곳은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그런 문양이었다."단풍처럼 저 단풍처럼 인생도 마자막 순간까지 아름다울 수 있었으면"........

 

두려움, 너무 좋아하는 것에는 언제나 좋아하는 쪽이 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숱한 산행을 하면서 겪은 구르고, 넘어지, 고 빠지고, 했던 트라우마가 살아나서 바위 중간에 올라섰는데 내려올 때는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어서 덜덜 떨어야 했다. 같은 구간에서도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것이 변화이구나 싶었다. 숨은 벽은 몇몇 구간이 위험하다. 그리고 숨은 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찔해서 가슴이 다 져리다.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경사도가 20도라고 하는데 숨은 벽이 그렇다. 그리고 아무리 험한 곳도 잡을 데가 있거나 손 넣을 수 있는 틈만 있어도 오를 수는 있지만 숨은 벽은 보기에 너무 매끈하고 길다. 그런데도 시도하는 사람을 보면 말리고 싶다.

 

친구와 들이서 숨은벽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보지 말자며 밑으로 우회해서 백운대 쪽으로 올라가서 우이동으로 하산했는데 다르게 보이는 인수봉이 또 볼거리다. 마치 한 마리 오리가 목을 길게 늘이고 붙어 있는 것 같은 멋진 조각품을 볼 수 있다. 또한 단풍의 들러리 속에 위용을 자랑하는 멋진 인수봉을 돌아 돌아보면서 하산하다 보니 어느새 동네까지 내려오고 마지막으로 뒤돌아 보니 이어진 봉우리들의 실루엣만 남겨졌다.

 

인수봉의 다른모습

 

왼쪽 인수봉과 오른쪽 백운대 사이에 거대한 콧잔등 같은 것이 숨은 벽이다.

 

 

 

맨손으로 기어오르려는 사람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고 떨린다.

 

숨은 벽 계곡 단풍

 

 

멀리에 도봉산 오봉과 자운봉 일대를 클로즈업.

 

 

 

 

 

 

 

 

 

 

 

 

 

백운대 뒷면 뿌리 부분에서 보는 거대한 모습

 

 

인수봉의 조각품 같은 오리목.

인수봉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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