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강화군 석모도

반야화 2017. 9. 14. 08:09

정적인 제주바다를 본 적이 없고, 파도치는 서해를 본 적이 없다.

 

맑은 초가을날,깨끗한 섬 하나를 보게 되면 그곳에 가을빛이 서려있어 가을을 기다리는 내 마음에도 파문이 일 것 같아 석모도로 간다.서해를 찾을 때마다 보드라운 갯벌이 드러나 있더니 이곳 역시 아직도 한낮엔 햇살이 따가워서인지 그 고운 갯벌에는 갈매기 발자국 하나 없이 물결무늬만 남아 있다. 그리고 산 위에서 바라보는 바닷가엔 가느다란 선 하나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듯한 전답이 노르므레하게 가을빛에 젖어 있었는데 짠물이 넘나들 것 같이 둔덕이 없어 보인다.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를 잇는 석모대교가 생겼다. 외포리 선착장과 석포리 선착장이 마주 보고 있는 곳의 아래쪽으로 늘씬한 교각이 보이고 두 섬을 이어주던 뱃길이 없어지니 배를 따라다니던 갈매기도 터전을 잃어버린 걸 알았는지 어디론가 날아가고 새우깡으로 배부르던 그들이 없는 섬은 매끈한 해변이 흉터 하나 없이 남겨진 채 고요만이 잔잔해다. 석모도는 바다를 동서로 가르는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 줄기로 이어진 섬이지만 아래는 전답과 마을이 있어 다 갖춘 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보문사라는 제1의 관음도량을 품고 있어서 더 유명한 곳이다. 보문사는 해수관음 성지이면서 눈썹바위 밑에 앉아서 바다를 관조하시면서 마치 뱃사람들의 안위를 관장하시는 듯한 마애석불좌상이 계시고 경내는 자연 석굴인 법당에 와불이 계시는 것도 유명세를 지니고 있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겨진 불상인데 불자들은 새겼다고 하지 않고 원래 바위 안에 들어 계시는 부처님을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한 것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와불은 누워있는 불상이다. 부처님은 꼿꼿이 앉은 채로 성불하신 분인데 누워계신다는 게 이상할지 모르지만 그건 부처님의 열반상이다. 관음도량은 관세음보살님을 주불로 모신 곳이며 관세음보살님은 세상의 소리를 다 듣고 천수천안으로 중생구제를 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신 분이시니 우리는 어떤 어려움에 처하면 자동적으로 "관세음보살"하면서 어떤 장애를 뛰어넘기를 염원하게 된다. 그래서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이다. 부처님은 대통령 같은 위치에 계시면서 중생구제의 법만 알려주실 뿐 직접적으로 손을 내미시지는 않는다. 즉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동아줄만 내리실 뿐 그걸 잡고 올라오는 건 중생의 몫이라는 거다. 그러나 관음보살, 지장보살님은 어떤 일을 하겠노라 서원을 세우신 분들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중생을 구하겠노라고 하셨고, 관세음보살님은 말 그대로 세상의 소리를 듣고 현생의 중생을 구하겠노라는 서원을 세우 신분이라고 생각하면 돤다. 또한 보문사에는 오백나한상이 있다. 오백나한은 원래 도둑떼였는데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아라한과(존경받을만함)를 성취해서 불제자가 된 분들이다.

 

서울에 이사를 오고 나서 가족이 함께 보문사를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배 타는 것도 쉽지 않았고 도로도 정체가 심해서 두 번째 갈 때는 바로 앞에서 돌아 나와 인천 월미도로 간 적이 있었다.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어서 기도발이 세고 영험한 보문사 석굴법당에서 조용히 기도를 드리기라도 하면 참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인사만 드리고 돌아 나왔다.

 

서해의 아름답고 조용한 섬을 다녀오면서 가을맞이를 한 것으로 정지했던 나의 산행은 다시 시작된다.

 

 

석모대교

 

 

 

 

 

 

 

 

 

 

 

 

마애석불좌상과 위에 눈썹바위

 

보문사 일주문

 

오백나한상

 

석굴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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