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괴산 이만봉 솔나리

반야화 2017. 7. 12. 12:03

솔나리를 만나러 간다.

만남은 설렘이고 설렘은 그리움을 낳는다. 그것이 비록 작은 꽃 한 송이일지라도. 그리고 가슴속 한 부분에 그것이 자라고 있어야 살아있음이고 인생에서 어쩌면 숨어 있는 작은 것이 가장 큰 가치를 주는지도 모른다. 그 큰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만봉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를 이루는 소백산맥의 한 봉우리다. 이름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몰라도 언뜻 생각하면 금강산 일만 이천봉보다 더 아름다운 곳으로 착각이 든다. 알고 보니 이만봉이란 산 이름은 옛날 임진왜란 때 이곳 산골짜기로 2만여 가구가 피난을 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란 전설이 있는 걸 보면 마을 사람들의 눈에 우뚝한 뒷산이 우러러 보여서 이름을 붙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백합과의 꽃인 나리의 종류가 참 많은데 솔나리가 있다는 건 최근에야 알았다. 이즘에 산에 가면 어느 곳에서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리꽃인데 솔나리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괴산에 있는 이만봉이 솔나리 자생지라고 해서 만나러 가는 날이다. 장마가 시작된지도 열흘이 지나고 나리를 만나는 날 비도 잠시 쉬어가고 만남을 주선해주는 듯해서 감사한 마음이다. 괴산에서도 연풍면까지는 좁은 농로 같은 곳으로 한참을 달려가야 한다. 돌아 나올 수도 없을 것 같은 대형차를 타고 깊숙이 들어가니 사람 사는 곳이 있고 겨우 차를 돌릴만한 곳도 있는 연풍면 마을에 개울마다 물이 넘치고 산은 검푸른 빛으로 서 있고 들판은 영글어가는 옥수수밭으로 싱싱하며 계곡엔 물이 차서 보이는 것 모두가 풍요롭다.

 

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부터 길이 선명치 않고 수풀이 무성하다 수풀을 헤치고 길을 찾아드니 이번에는 계곡물이 막아선다. 물이 불어나서 무릎 정도는 찰 것 같은데 물살이 세고 우렁차다. 징검다리도 겨우 드러나 있는데 돌은 모가 나고 이끼까지 끼어 있다 속으로 밟으면 미끄러질 것 같은 불인 감이 있지만 어쩌지 못하고 한 발  내디뎠는데 염려는 현실이 되어 미끄러지면서 물속에 넘어져 몸 반쪽이 완전히 잠겨버렸다. 앞에 달고 있던 카메라와 아래위 옷이 다 젖고 신발도 물속에 빠졌으니 너무 난감했지만 우선 빨리 일어날 수도, 비켜서기도 쉽지 않았다. 차로 돌아간다 해도 집까지 갈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옆에서 총무가 갈 수 있으니 가야 된다고 이끌어 주어서 아픔을 감추고 올라갔다. 그 순간에도 이것이 귀한 꽃을 만나기 위한 대가를 치르는구나 싶었다.

 

아무산에나 다 있는 꽃이 아닌 솔나리,이름도 이쁘고 꽃이 지닌 색상과 모양은 얼레지의 언니같이 너무 이쁘다. 연약한 꽃대 밑에는 꽃잎이 마치 솔이 파리 같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 모양도 다른 나리보다 작고 대도 약하고 잎도 바늘 같은데 며칠간의 큰 비를 만났으니 더러는 넘어지고 더러는 꺾이면서 수난을 당한 것 같았다. 그런 수난을 겪고도 나와의 만남을 위해 요렇게 이쁘게 기다렸나 싶어 송이마다 이쁘게 담아와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데려왔다.

 

땅 속 깊숙히 물먹은 산이 모처럼 열이 가해져서인지 날은 개었는데도 밑에서부터 불 땐 솥에 김이 나는 것처럼 운무가 계속 올리 와서 솔나리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오직 솔나리만 봤다. 주위 산세가 어떤지도 모르게 한 건 아마도 오늘의 주인공인 솔나리만 보고 솔나리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최대한으로 이쁘게 찍어주고 싶었는데 꽃에 비해서 솜씨나 기계의 한계도 있고 느긋한 시간적 여유도 없는데 나 혼자만 독차지하고 있을 수도 없는 대상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고이 데려온 솔나리, 너무 이뻐서 언제나 보이는 곳에 두고 봐야겠다.

 

마을로 내려오는 계곡물을 3번을 건너서 올라간다.

하늘나리

꽃산수국

 

솔나리의 첫인상

 

 

솔나리는 얼레지의 언니 같다.

 

 

 

 

 

 

 

비비추

 

 

 

 

산 전체에 잔디처럼 깔려 있는 억센 풀도 길을 내어주는 걸 보면

사람의 발자국이 풀뿌리보다 강하고 모질다.

 

하산하는 계곡 옆에 풀이 무성한 시골길이 참 정겹다.

도라지와 코스모스도 윤기가 흐른다.

 

은티마을의 음기를 꺾기 위해 조선시대에 조성했다는 소나무

운티마을은 음기가 세다는 풍수 때문에 양기를 돋아서 조화를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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