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7

가을속의 노고산

경기도 장흥 노고산, 우리나라의 자랑은 아름다운 가을 하늘도 일부분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하늘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파랗기만 하다면 밋밋할 수도 있는데 맑고 파란 하늘에 양털 같은 뭉게구름이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노고산 정상 헬기장에서 보는 풍경은 주변 산들이 동그라미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양새인데 그 동그라미 속에서 우리 일행이 마치 들꽃 같은 주인공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둘레의 하늘에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라도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주변에는 구절초의 청초한 순백색과 가을꽃들이 오르내리는 길을 한결 즐겁게 해 주 고삼 각산의 위치가 가장 높게 보이는 곳이라 노고산에서 바라보는 백운데, 만경대, 노적봉이 삼각산으로 명명된 유래를 보..

등산 2010.10.10

둘레길 대신 사패산

어제는 4차 둘레길 가는 날인데 참가 인원이 어른 4명밖에 안 되어서 도봉산 줄기 끝부분에 해당하고 의정부 쪽에 위치한 사패산으로 갔습니다. 둘레길은 3차까지 갔던 사람들이 다시 함께 갈 수 있을 때까지 보류해 두었습니다. 사패산은 별도의 산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하지만 거대한 콘크리트 같은 암석으로 되어있어 산이라고 할 만큼 큰 봉우리여서 산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사패산은 그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거기서 바라보는 사방의 경치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정부가 내려다 보이고 삼각산도 보이고 산들이 겹겹이 이어져 보이는 풍경이 지리산 어디쯤에서 찍은 사진처럼 보입니다 날씨가 흐리다가 비가 왔지만 붉은 구름띠가 길게 이어져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아주 멋지게 보였습니다. 저는 어제 ..

등산 2010.10.03

8월 정기 산행의 일탈

어제의 빗줄기가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는지 조용한 휴일 아침 창밖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네요. 어제 산행하고 오신 대원님들 아직 곤하게 주무시고 계시겠죠 산행코스는 짧았지만 비를 맞았고 오랜만에 한 산행이고 뒤풀이 족구까지 하셨다면 그러실 거예요.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잠재되어 있는 동심은 더 성장하지도 상실하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대원님들이 가식과 속박에서 벗어나 금지된 장난을 치시는 모습에서 누구나 가끔씩은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가식만 아니었다면 그 맑고 풍부한 계곡에 뛰어들고 싶었으니까요. 평소에는 비에 맞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하지만 마음 놓고 비 맞을 준비가 되어있어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

등산 2010.08.29

다시쓰는 공룡능선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22킬로미터, 12시간 행보, 1275봉의 높이 이 험난했던 여정을 지친 몸으로 대충 써 두었던 산행기가 뭔가 빠진 듯해서 다시 쓰려는데 아직도 그날의 여정이 땀이 밴 채로 마음속에 뭔가 못다 한 말들이 남아있어 마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여행길에 날을 잘 받는 것도 행운일 것 같지만 어쩌랴! 받아놓은 날을. 장마철에 비를 파하는 것 또한 지어놓은 복 통장이 없이는 귀하게 찾아 쓸 수는 없는 법, 비를 맞으며 체력을 아끼면서 산을 오르는 길은 즐거운 고행이었다. 고생하지 않고 공짜로 얻어지는 가치는 없다.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기쁨을 맛 보려는 것은 노력도 하지 않고 출세를 하려는거나 마찬가지인 욕심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그날의 고행은 행복의 ..

등산 2010.08.02

설악산 공룡능선

장마철에 떠난 우중산행 우리에게 비박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야영쯤으로 생각했더니 이번 경험에서 그 개념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박은 비를 맞으면서 고생스럽게 자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공룡을 알현하러 간다고 했으면 어땠을지, 감히 공룡을 잡으러 간다고 나섰으니 먹히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고문님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하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밀어붙이는 특기는 우리 나리에 딱 한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좋은 뜻의 밀어붙이기의 흔들림 없는 힘이 또 한 사람이 우리 마을에도 있었다. 누군가가 중심이 되어 단체를 이끌지 않으면 언제나 일은 그르치게 되어 있는데 무모하게도 그냥 비가 오는 것도 아닌 적중률이 높은 장마철 호우주의보,그 우중에 걱정 반 행복 반으로 떠..

등산 2010.07.19

매화와 매실 사이

대서문에서 노적봉까지,유월 초순 날씨가 31도를 넘는 것이 정상인지, 아직은 아닐 것 같은데 햇볕이 너무 따가웠지만 습도가 없어 산을 오르는데는 힘들지만 숲 속에 잠겨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지나다니고 그 바람에 꽃향기도 실려오고 맑고 푸른 하늘은 산 아래 뙤약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고 나와는 상관없는 날씨가 되어버린다. 아직은 호박꽃 정도는 된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은 작년 사월에 다른 곳 보다 유난히 일찍 꽃이 피었던 하얀 꽃밭이었던 장소가 어떤 이는 복사꽃이라 하고 우리는 벚꽃이라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아 열매를 보면 알겠지 하고 있다가 드디어 다시 찾은 우리들의 꽃 찻집에는 예상을 깨고 그것이 매화꽃이었고 상상도 못 했던 매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그 아래 떨어진 열매만 해도 술 한독..

등산 2010.06.09

일진이라는 것

국사당에서 숨은 벽으로,어제는 일진이 안 좋은 날이라고 해야겠다. 한 번 약속을 하면 날씨가  크게 나쁘지 않은 한 우리는 먼저 약속을 깨는 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위험하지 않을 정도면 대비를 잘하고 출발을 한다. 그렇게 지켜 온 우정이 20년 세월이다. 그동안 숫한 산행을 하면서 궂은 날씨를 많이 만나기도 한 것 같다.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짙은 안갯속에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을 한 발씩 내딛을 때는 마치 낭떠러지에 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제는 비 올 확률이 높지도 않았지만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출발 직전에 알았지만 그냥 출발했던 것에서부터 좋지 않은 징조였을까, 중간에서 비를 만났는데 용하게도 지붕 같은 바위를 만나 거기서 점심과 차를 마시고 있으니 비가 멎은 것 같아서 다시..

등산 2010.05.12

마을 산악회를 다녀와서

우이령을 넘고 영봉, 백운대를 거쳐 위문으로 하산, 문밖만 나서면 늘 있어왔지만 새롭게 만나는 꽃들과의 대면은 새봄이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모처럼 참석하는 우리 마을 산악회 등산 가는 날,  날씨까지 한몫 보탬이 되어 주었다. 지난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대지의 동맥과 정맥뿐 아니라 모세혈관까지 다 돌아 나왔는지 아름다운 봄을 탄생시키고 그 봄은 아티스트가 되었다. 산 입구부터 연분홍 바탕색에 연두색으로 채색하며  설치미술 같은 봄 풍경을  끊임없이 파노라마로 이어가고 있었다. 요즘은 길을 테마로 관광상품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런 유행의 상품이 아닌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공포와 불안으로 걸어가야 했던 우이령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걷는 소풍길 같은 격세지감을 느..

등산 2010.04.25

님 만나기 어려워라

북한산 노적봉 코스,바람결에만 전해 들은 님이 오셨다는 기별에 오늘에사 만나 뵙니다. 어인 걸음이 그리도 더디신지요. 남녘에 꽃 진다는 이야기도 풍문이라 여겼더니 봄인지 겨울인지 정체성도 모호한 이 추위에 벚꽃님, 당신 만나기 너무 힘들어 처음으로 만난 당신께  존칭인 님이라 부릅니다. 그리움 끝에 만난 님의 모습은 봉긋이 터질듯한 붉은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디엔 꽃이 피었다 하고, 어디엔 꽃이 진다고 하는데 난 오늘 처음으로 벚꽃을 보았다. 지난주만 해도 생강 꽃이 전부였는데 그새 북한산 대서문 앞 쪽에 벚꽃이 활짝 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이쁜 터질 듯 부푼 봉오리가 맺혀 봄을 연출하고 그 꽃그늘 아래 우리들의 찻집에선  커피보다는 향을 마신 듯 봄을 마신 듯 우리들의 즐거움에 놀란 꽃잎이 찻잔..

등산 2010.04.14

새로운 시작

의상능선을 타다. 나의 소우주에는 순환하는 사계절들로 꽉 들어찬 기분이다. 유래 없는 춘설로 계곡에는 여름 같은 물이 그들만의 멜로디로 봄바람과 합주를 하면서 흐르고 더디다고 재촉하던 봄기운도 밑에서부터 꽃을 피우면서 나와 같이 산행을 즐기며 산등성이를 넘는 것 같았다. 2010년 새봄이 시작되고 시산제도 지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으로 산행을 하게 되리라. 우선, 의상능선부터 다시 시작하려는데 그곳은 북한산에서 다소 험한 코스여서 피해왔지만 지난해 핼리콥터로 돌을 실어 나르고 했으니 위험한 곳이 어떻게 변했나 보고 싶기도 해서 코스로 잡았더니 역시 안전하게 돌계단으로 잘 짜여 있어서 이제는 걱정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의 수직상승으로 올라야 하는 의상능선, 용혈봉, 용출봉...

등산 201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