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53

설악산 공룡능선

장마철에 떠난 우중산행 우리에게 비박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야영쯤으로 생각했더니 이번 경험에서 그 개념을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박은 비를 맞으면서 고생스럽게 자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공룡을 알현하러 간다고 했으면 어땠을지, 감히 공룡을 잡으러 간다고 나섰으니 먹히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고문님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하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밀어붙이는 특기는 우리 나리에 딱 한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좋은 뜻의 밀어붙이기의 흔들림 없는 힘이 또 한 사람이 우리 마을에도 있었다. 누군가가 중심이 되어 단체를 이끌지 않으면 언제나 일은 그르치게 되어 있는데 무모하게도 그냥 비가 오는 것도 아닌 적중률이 높은 장마철 호우주의보,그 우중에 걱정 반 행복 반으로 떠..

등산 2010.07.19

매화와 매실 사이

대서문에서 노적봉까지,유월 초순 날씨가 31도를 넘는 것이 정상인지, 아직은 아닐 것 같은데 햇볕이 너무 따가웠지만 습도가 없어 산을 오르는데는 힘들지만 숲 속에 잠겨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지나다니고 그 바람에 꽃향기도 실려오고 맑고 푸른 하늘은 산 아래 뙤약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고 나와는 상관없는 날씨가 되어버린다. 아직은 호박꽃 정도는 된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은 작년 사월에 다른 곳 보다 유난히 일찍 꽃이 피었던 하얀 꽃밭이었던 장소가 어떤 이는 복사꽃이라 하고 우리는 벚꽃이라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아 열매를 보면 알겠지 하고 있다가 드디어 다시 찾은 우리들의 꽃 찻집에는 예상을 깨고 그것이 매화꽃이었고 상상도 못 했던 매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그 아래 떨어진 열매만 해도 술 한독..

등산 2010.06.09

일진이라는 것

국사당에서 숨은 벽으로,어제는 일진이 안 좋은 날이라고 해야겠다. 한 번 약속을 하면 날씨가  크게 나쁘지 않은 한 우리는 먼저 약속을 깨는 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위험하지 않을 정도면 대비를 잘하고 출발을 한다. 그렇게 지켜 온 우정이 20년 세월이다. 그동안 숫한 산행을 하면서 궂은 날씨를 많이 만나기도 한 것 같다.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짙은 안갯속에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을 한 발씩 내딛을 때는 마치 낭떠러지에 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제는 비 올 확률이 높지도 않았지만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출발 직전에 알았지만 그냥 출발했던 것에서부터 좋지 않은 징조였을까, 중간에서 비를 만났는데 용하게도 지붕 같은 바위를 만나 거기서 점심과 차를 마시고 있으니 비가 멎은 것 같아서 다시..

등산 2010.05.12

마을 산악회를 다녀와서

우이령을 넘고 영봉, 백운대를 거쳐 위문으로 하산, 문밖만 나서면 늘 있어왔지만 새롭게 만나는 꽃들과의 대면은 새봄이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모처럼 참석하는 우리 마을 산악회 등산 가는 날,  날씨까지 한몫 보탬이 되어 주었다. 지난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대지의 동맥과 정맥뿐 아니라 모세혈관까지 다 돌아 나왔는지 아름다운 봄을 탄생시키고 그 봄은 아티스트가 되었다. 산 입구부터 연분홍 바탕색에 연두색으로 채색하며  설치미술 같은 봄 풍경을  끊임없이 파노라마로 이어가고 있었다. 요즘은 길을 테마로 관광상품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런 유행의 상품이 아닌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공포와 불안으로 걸어가야 했던 우이령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걷는 소풍길 같은 격세지감을 느..

등산 2010.04.25

님 만나기 어려워라

북한산 노적봉 코스,바람결에만 전해 들은 님이 오셨다는 기별에 오늘에사 만나 뵙니다. 어인 걸음이 그리도 더디신지요. 남녘에 꽃 진다는 이야기도 풍문이라 여겼더니 봄인지 겨울인지 정체성도 모호한 이 추위에 벚꽃님, 당신 만나기 너무 힘들어 처음으로 만난 당신께  존칭인 님이라 부릅니다. 그리움 끝에 만난 님의 모습은 봉긋이 터질듯한 붉은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디엔 꽃이 피었다 하고, 어디엔 꽃이 진다고 하는데 난 오늘 처음으로 벚꽃을 보았다. 지난주만 해도 생강 꽃이 전부였는데 그새 북한산 대서문 앞 쪽에 벚꽃이 활짝 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이쁜 터질 듯 부푼 봉오리가 맺혀 봄을 연출하고 그 꽃그늘 아래 우리들의 찻집에선  커피보다는 향을 마신 듯 봄을 마신 듯 우리들의 즐거움에 놀란 꽃잎이 찻잔..

등산 2010.04.14

새로운 시작

의상능선을 타다. 나의 소우주에는 순환하는 사계절들로 꽉 들어찬 기분이다. 유래 없는 춘설로 계곡에는 여름 같은 물이 그들만의 멜로디로 봄바람과 합주를 하면서 흐르고 더디다고 재촉하던 봄기운도 밑에서부터 꽃을 피우면서 나와 같이 산행을 즐기며 산등성이를 넘는 것 같았다. 2010년 새봄이 시작되고 시산제도 지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으로 산행을 하게 되리라. 우선, 의상능선부터 다시 시작하려는데 그곳은 북한산에서 다소 험한 코스여서 피해왔지만 지난해 핼리콥터로 돌을 실어 나르고 했으니 위험한 곳이 어떻게 변했나 보고 싶기도 해서 코스로 잡았더니 역시 안전하게 돌계단으로 잘 짜여 있어서 이제는 걱정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의 수직상승으로 올라야 하는 의상능선, 용혈봉, 용출봉...

등산 2010.04.06

자연의 모성

진관공원과 북한산 어제 본 것이 꿈의 환영인가,춘설은 그렇게 맥없이 녹아내리고 화폭 같던 공원에는 나목만이 황사에 흔들리고 있다. 생강꽃이 필 무렵인데 혹한 보다 더 많은 눈이 오는 게 변고라고 할 수밖에. 자연이라고 모성이 없겠는가. 앙상하고 헐벗은 母木이지만 자식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모성은 사람과 같은 것이어서, 메마른 엄마나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지만 몸속에는 고운 꽃과  잎을 다품어 안고 긴 겨울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꿋꿋이 견디어 내고 있다. 그러면서 선뜻 봄 속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마치 부모가 어린아이를 험한 세상 밖으로 내 보내지 못하는 심정으로 춘설을 염려했던 것 같다.  꽃샘추위가 잦아들 무렵 이제는 내어 놓아도 괜찮겠지 싶어 그냥 피게 두었던 철없는 어린 꽃이 ..

등산 2010.03.12

관악산에서

날씨만으로도 기분 좋은 출발이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지만 캄캄한 밤과 대비되는 아침으로 보면 천지만물이 밝음으로 인해 깨어나고 햇빛을 양식으로 봄을 맞이하려는 자연에게 땅속 깊이 비춰 드는 아침은 얼마나 더 찬란한 환희로움인지. 이런 맑고 상쾌한 아침에 대자연의 호흡 속으로 들어가는 행복이 얼마만 한 지를 아는 사람은 그 또한 자연이다. 산속, 그곳에 가면 언제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만나고, 빠져들고 그러다가 그 여운으로 다시 찾고 그렇게 보낸 세월이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참 많은 순리를 배우고 따르며 살아가는 인생이 행복인 거지 그렇게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등산 2010.02.24

눈밭에 서서

이 모양이 어떻게 생겼을까요? 발자국도 아닌 것이 음각과 양각의 무늬가 생겼고 음각에는 단풍잎이 구르다 빠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새하얀 눈밭, 이것은 갓난아기 마음 밭이고 이것은 착한 사람 마음 바탕이고 이것은 욕심 없는 근본이다. 이 순수, 어쩌다 발자국 하나 생기는 것은 세상의 때가 묻음이고 어쩌다 한줄기 길이라도 생기면 욕심의 맛을 알게 되고 어쩌다 마구 밟히면 타락의 세상이다. 새하얀 건 위험한 것 누가 발자국을 남겨 세상의 때를 묻혔는가 누가 길을 내어 욕심을 알게 했는가 누가 드나들어 타락한 세상인가 이것이 인생의 쓴맛이라면 다시 눈밭으로 돌아가리라.

등산 2010.02.17

섣달 그믐날의 선물

생각지도 못했다. 밤사이 눈이 온다는 예보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커튼을 열었는데"어머나 눈이다" 하는 환호성과 아침부터 미소가 지어지는 아주 기분 좋은 설을 맞게 되었다. 지난 2009년 연말에도 눈이 와서 좋았는 데음력 섣달 그믐날 뜻밖의 하얀 설경이 선물로 배달된 것 같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주부라면 오늘이 보통날이라야 말이지. 아침부터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 일거리는 잔뜩 쌓여있고 그렇지만 도저히 설레는 마음을 접을 수가 없어, 가게에 살 것도 있고 해서 장바구니를 들고 한 바뀌 돌고 들어 오려고 생각했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못하듯 진관 공원 옆을 지나는데 마음이 오늘은 발끝에 돌고 있는지 저절로 장바구니 말아 쥐고 공원(앞산)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이젠도 지팡이도 아무런..

등산 201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