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새로운 시작

반야화 2010. 4. 6. 23:35

 의상능선을 타다.

나의 소우주에는 순환하는 사계절들로 꽉 들어찬 기분이다. 유래 없는 춘설로 계곡에는 여름 같은 물이 그들만의 멜로디로 봄바람과 합주를 하면서 흐르고 더디다고 재촉하던 봄기운도 밑에서부터 꽃을 피우면서 나와 같이 산행을 즐기며 산등성이를 넘는 것 같았다. 2010년 새봄이 시작되고 시산제도 지냈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으로 산행을 하게 되리라.

 

우선, 의상능선부터 다시 시작하려는데 그곳은 북한산에서 다소 험한 코스여서 피해왔지만 지난해 핼리콥터로 돌을 실어 나르고 했으니 위험한 곳이 어떻게 변했나 보고 싶기도 해서 코스로 잡았더니 역시 안전하게 돌계단으로 잘 짜여 있어서 이제는 걱정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의 수직상승으로 올라야 하는 의상능선, 용혈봉, 용출봉. 증취봉까지 힘겹게 넘으려고 마음을 먹으니까 겨우내 잠자던 근육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마음이 이끄는 데로 잘 동참해 주어서 정상에 오르고 보니 온 몸이 다 풀려서 힘들기는커녕 개운함마저 들었다. 그 힘든 수직상승을 하다 보면 가만히 있어주기만 해도 그 가치가 감사함으로 느껴지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 몸에 작은 틈 하나만을 내어 주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손가락 두어 개를 집어넣어서 오를 수 있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아무렇게나 뻗어있는 나무뿌리가 손잡이가 되고 안전한 디딤채가 되어 주어서 많은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모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올라가다 보니 높은 곳에는 아직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진달래는 눈도 뜨지 않고 있었으며 오직 생강 꽃만이 봄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꽃도 잎도 아직은 봄이 감감무소식인데 하산하다 만난 청노루귀를 만나 온퉁 마음을 빼앗기고 그 귀엽고 이쁜 사랑스러움에 흠뻑 취해서 실망할 뻔했던 새봄의 시작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서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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