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노적봉 코스,
바람결에만 전해 들은 님이 오셨다는 기별에 오늘에사 만나 뵙니다. 어인 걸음이 그리도 더디신지요. 남녘에 꽃 진다는 이야기도 풍문이라 여겼더니 봄인지 겨울인지 정체성도 모호한 이 추위에 벚꽃님, 당신 만나기 너무 힘들어 처음으로 만난 당신께 존칭인 님이라 부릅니다. 그리움 끝에 만난 님의 모습은 봉긋이 터질듯한 붉은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디엔 꽃이 피었다 하고, 어디엔 꽃이 진다고 하는데 난 오늘 처음으로 벚꽃을 보았다. 지난주만 해도 생강 꽃이 전부였는데 그새 북한산 대서문 앞 쪽에 벚꽃이 활짝 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이쁜 터질 듯 부푼 봉오리가 맺혀 봄을 연출하고 그 꽃그늘 아래 우리들의 찻집에선 커피보다는 향을 마신 듯 봄을 마신 듯 우리들의 즐거움에 놀란 꽃잎이 찻잔 속으로 내려앉아 꽃을 기다리던 갈증을 달래주어 그 멋에 취한 여인들의 담소가 또한 꽃이 된다.
봄 한가운데 겨울 같은 추위가 찬바람을 몰고 왔지만 이미 잉태된 봄을 막지는 못하는지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이 얼음꽃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올 것은 오고 꽃은 피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인데 이제는 몸으로 느껴지는 계절의 기운이 뚜렷하지가 않다. 오늘도 곳곳에 눈까지 뿌렸다는데 낮에 본 그 이쁜 꽃들이 밤새 얼지 않고 다시 찾을 때까지 잘 견디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깊은 밤에 꿈길에도 꽃을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