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공원과 북한산 어제 본 것이 꿈의 환영인가,
춘설은 그렇게 맥없이 녹아내리고 화폭 같던 공원에는 나목만이 황사에 흔들리고 있다. 생강꽃이 필 무렵인데 혹한 보다 더 많은 눈이 오는 게 변고라고 할 수밖에. 자연이라고 모성이 없겠는가. 앙상하고 헐벗은 母木이지만 자식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모성은 사람과 같은 것이어서, 메마른 엄마나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지만 몸속에는 고운 꽃과 잎을 다품어 안고 긴 겨울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꿋꿋이 견디어 내고 있다. 그러면서 선뜻 봄 속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마치 부모가 어린아이를 험한 세상 밖으로 내 보내지 못하는 심정으로 춘설을 염려했던 것 같다.
꽃샘추위가 잦아들 무렵 이제는 내어 놓아도 괜찮겠지 싶어 그냥 피게 두었던 철없는 어린 꽃이 그 고운 꽃잎을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찬바람에 얼어 죽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 순리적으로 사는 자연도 때를 예측 못하는 수가 있는 것 같았다. 우수 경칩이 지나 이렇게 큰 눈이 올 줄 생강나무 묘목이 어찌 알았겠는가.
눈 속에서도 꽃잎이 열릴 듯 말듯한 생강꽃 봉오리가 힘겹게 눈을 이고 있는 걸 보니 염려되는 그 자연의 모성을 볼 수 있었다. 진달래가 저 아무리 아름다워도 못난 생강꽃 보다 먼저 피겠다고 다투지 않고 순서대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질서를
보면 누구라도 잘났다고 나설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밑으로는 북한산 대남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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